물질적인,너무나 물질적인
물질적인, 너무나 물질적인 45회
 파치노
 2009-04-13 09:11:36  |   조회: 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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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











" 니가 하나님을 버린 순간부터 넌 사탄의 영향을 받고 있는거야.

그러지 말고 집회라도 같이 참석하자.

활동은 안 하더라도 말야."







" 엄만 아까 사탄의 자식에게 된장국을 끓여 준거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 재성아, 난 이 집이 싫어.

너무 크고 정이 안 가.

옛날처럼 조그만 집에서 살더라도 니가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엄만............"







끝내 엄만 눈물을 보인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 표독스럽게 대한 적도 없고, 크게 뭘 욕심내 본 적도 없는 여자.

여자여........그대는 내 어미라..........약한 어미.............



오로지 성경속의 하나님만이 유일한 대안인 듯, 끝까지 부여잡고, 다른 것엔 조금도 눈 돌리고 싶어하지 않는 여자.



약하도다.............

용량의 한계로다............



언제나 그러하듯 말을 멈추는 것만이, 이 상황을 매듭짓는 방법이다.



다시는 이런 얘길 하지 말자고 하지만,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대화...........

그것도 항상 똑같은 단어들로 채워지면서.............







"엄마, 나 아까 밥 먹을 때만 해도 기분 좋았거든.

여기 있는 동안 좋게 있다 가게 해줘."






울고 있는 엄마를 놔두고 방을 나왔다.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가 방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 내가 사탄의 세상으로 나간다면 그 것 또한 하나님의 뜻이겠지!
엄마의 눈물이 아버질 향했었고, 지금은 나를 향하고 있어.

나 이후엔 누굴 향할거지?

왜 엄만 스스로 독자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거야?"






옛날에도 그랬지만, 난 엄마의 비논리보다 유약함에 더 화가 난다.







" 후미코!

후미코! 어디 있는거야!"







난 갑자기 격정적이 되어 후미코를 찾아 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떠나는 내 등에 대고 엄마는 외쳤다.







" 내가...........내가 널 세상으로 보낸거야.

미안하다............."







제길...........

이랬어, 항상 이랬어.



아버지와도 엄마와도.............

항상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있다 가는 느낌이야.



난 엄마 앞에서 충분히 자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내가 신앙 생활을 할 때는 신앙 자체가 나의 뇌관이었다.



누가 나에게 반론이라도 제기하면, 난 온갖 성경적 근거들을 들이대며 언어로 융단 폭격을 했다.

합리와 비합리를 떠나 상대는 내 기세에 눌려 대화가 절단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

지금은 무신앙이 나의 뇌관이다.



내 몸 자체가 진화 증거의 화석이고,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했고, 무엇보다 성경의 허구성을 백 가지도 넘게 나열할 수 있으니, 누군가 내게 신앙에 대해 얘기한다면 똑같은 융단 폭격을 감수해야 한다.



2000년 전에 살았던 한 젊은이의 말에 전 세계의 엘리트들이 다 넘어가다니.........



자기들 스스로도 수백 개의 경전중 어떤 게 진짜고 가짜인 지 구분할 능력이 없어, 콘스탄티누스의 정치적 도움으로 오늘날 성경을 구성했으면서.............



이렇게 무가치한 것에 신경쓰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차라리 밥 한 공기의 칼로리를 계산하는 게 더 위대했으면 했지...........



엄마의 맹목적인 신앙과 유약함은 나로 하여금 그녀를 단순한 숙주로 여기게끔 한다.



그래.............

잊고 살자.



어차피 인생은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라도 어찌할 수가 없는거지..............



소풍가기전까진 자기 피로 김밥을 말 수도 있겠지만, 대문을 나서는 순간 한 걸음조차도 부모가 어찌할 수가 없으리라.........













" 미안해..........."







뭘 미안하다는 건지 이유도 모르는 채, 상기된 얼굴을 보고 내 팔을 잡는 후미코.







" 난 ........... 효자가 되긴 틀렸어.

내게서 당신을 빼고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마."






내 머리를 감싸안는 후미코.







" 아무 말도...........아무 말도 하지말아요.

당신은..........사랑이 필요해요."






운전석에서 중간 칸막이를 올린다.

그녀의 체취와 입김때문에 마음의 안정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진실은 이렇게 단순한 건데............

엄만 자신도 이해 못하는 복잡한 허구로 진실을 찾는다.





















계속
2009-04-13 09: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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