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게시판
정치권은 각급 대표팀으로 남북축구교류 할 생각 말아야 한다.
 지나가다
 2013-01-04 13:56:55  |   조회: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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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국축구사에서 멋진 장면이라고 칭송하는 일제시대 축구 경평전을 돌아보자. 그게 국가대항전이었던가? 그건 전형적인 클럽대항전이었다. 평양축구단, 경성축구구락부(구락부는 클럽의 한자표기) 등 지역주민들이 결성하고 유지들이 후원한 축구팀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대항전을 했다. 가히 일제시대의 엘클라시코였다.

그런데 정치하는 자들은 걸핏하면 남북축구교류하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조선인민공화국 축구대표팀이 대결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뭘 교류하자는 건데? 

난 남북한의 축구대표팀이 축구로 교류한다면서 가슴에 한반도기라던가 그 정체불명의 표시를 가슴에 달고 제 나라 국가도 아닌 청승맞은 아리랑 연주를 입장곡으로 삼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FIFA 규정에 분명 나라를 대표하는(정확히 말하면 해당국가의 축구협회/FA를 대표하는) 팀이 출전하는 경기에는 국기, 국가 연주를 해야한다고 나와있다.

FIFA는 1국가 1FA를 원칙으로 하며, FA를 대표하는 성인국가대표팀이 격돌하는 시합을 A매치라고 규정한다. 남과 북이 진정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팀들끼리 시합을 벌이려면 FIFA의 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A매치 자체가 국가를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고, FIFA는 각국의 축구협회를 회원으로 하는 유일한 세계축구단체이기에 국기와 국가라는 상징물이 없는 A매치는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그 동안 남과 북은 많은 횟수의 국가대표 축구대결을 해 왔다. FIFA와 AFC가 주관하는 공식대회일 경우 경기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A매치 규정이 준수되었고, 다른 연령대의 축구팀들도 이에 준하여 입장식 때 국기와 국가 연주를 당연시해왔다. 친선 A매치 역시 FIFA의 규정에 맞추어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굳이 남북한 국가대표팀이 경기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 

조선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국기와 국가를 앞세우고 자국에 들어와 경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vs조선인민공화국 간 AFC아시안컵과 FIFA월드컵 예선경기가 평양에서 열리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내걸은 조건이 가슴에는 한반도기를 달고 아리랑을 연주하자는 것이다.

난 민요 아리랑이 국가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부터 의구심이 든다. 아리랑이 한민족의 한을 표현한 민요라는 것까지는 이의없으나 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진취성이나 공동체 정신, 미래지향성 같은 것이 없고, 어둡고 청승맞은 곡조는 우리 후손들에게 별로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리랑같은 곡조가 축구로써 한 판 겨루는 경기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기 또한 국기를 대체할 수 있는 상징으로서 크게 미흡하다. 1992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FIFA U-20에 남북단일팀이 출전할 때 급조했던 것이 굳어진 것인데, 세상에 어떤 나라가 국토를 국기로 삼는단 말인가? 전세계의 국가들은 나름 의미를 갖고 국기를 만들어 쓰고 있다. 국기에는 그 나라가 추구하는 이념과 국시가 담겨있고 그 정신 아래 국민을 통합하는 표상으로서 정중히 예우한다. 한반도 기가 우리 민족의 기상인가? 좀 심하게 말해 땅 장사, 부동산업자들이나 좋아할 깃발이 아닌가 싶다.

아리랑과 한반도기가 아닌 남북 각자의 국기와 국가를 상호 존중할 때 통일의 출발인 평화적 공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통일이란 일단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통일될 때까지 각자의 국기와 국가 아래 평화적으로 교류하다가 교류가 깊어지면 그 때 가서 실현되는 것이지, 함량 미달의 깃발과 노래를 앞세운다 하며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북은 남의 국기와 국가가 자기네 인민들에게 소개되는 것을 거부하였다. 대한민국 땅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EAFF컵 대회에서 조선인민공화국의 국기인 인공기와 그들의 국가가 울려퍼지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나 북의 끝내 태극기와 애국가를 거부하였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속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대단히 폐쇄적인 태도였다.

이런지라 앞으로 축구로써 남북이 교류할 것을 도모한다면 국기와 국가 문제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각급 대표팀의 교류는 폐지하고 클럽 대항전으로 가야 할 것이다. 클럽팀끼리의 교류라면 국가연주와 국기 게양이 필요없고 클럽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엠블럼으로써 족하다. 클럽은 국가가 아닌 도시를 연고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과 북의 도시교류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일제시대의 경평전의 전통을 잇고 싶다면 대표팀 교류전은 잊고 이제부터 클럽 대항 교류전으로 틀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K리그에도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차피 한국과 조선은 앞으로도 월드컵 아시안컵 AFC U-22(올림픽예선전을 대체) AFC U-19,U-16등 각 대회에서 만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서 남북축구대결은 충분하다.  새해에는 남북교류 앞세우는 정치인들이 얼토당토 않은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로 클럽축구가 차지해야 할 축구문화 형성의 기회를 무산시키지 않기 바란다.

2013-01-04 13: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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