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너무나 물질적인
물질적인, 너무나 물질적인 42회
 파치노
 2009-03-20 15:31:32  |   조회: 1270
첨부파일 : -
42회











마침 거대한 모아이 근처에 근사한 식당이 하나 눈에 띈다.

칠레의 유명한 생산품 와인과 스테이크, 대표요리 몇 가지를 시켰다.







" 2년 전에 이 근처에서 미 항공모함이 훈련중이었는데, 그 항모앞에 중국 잠수함이 갑자기 나타난 적이 있었어.

미국은 경악했지.

중국은 일부러 자신들의 신형 잠수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미사일 한 방이면 항모를 박살낼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서 말야.

미국의 자랑인 항모와 인공위성의 전자감지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중국의 의지가 바다위로 떠오른 거지."






부드럽게 식감 좋은 스테이크를 우적우적 씹어가며, 난 최실장에게 떠벌렸다.

와인이 몇 잔 들어가자, 수다의 유희가 더 즐거워졌다.







" 사실 잠수함이란 게 얕볼 게 아냐.

우주 상공에도 먼저 말뚝 박는 게 임자잖아.

심해도 마찬가지야.

물론 바닷속에도 국경은 있지만, 방금 말한 그 중국 잠수함처럼 흔적없이 돌아다니면, 국경을 어디까지나 확장할 수 있단 얘기거든."






"재성씨, 방금 전에 그들을 콘트롤 했어요.

최실장님, 섬 매입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난 먹어대고 떠벌리느라, 후미코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몰랐는데, 식사 시간에 그런 일을 하다니..........



후후후............

그녀의 능력이라니.............

스테이크 세 조각을 씹는 동안에 세상을 움직이다니.............



난 자동적으로 입이 다물어졌다.

이 이상 수다를 떠는 건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는 증거다.



'외모는 기만적이다.'

니체가 말했다.



유약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눈 깜박거림 하나로 상대의 뇌를 바꿔 버리다니............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빨리 그 능력이 갖고 싶어졌다.













그런데 사실, 이처럼 상대방 생각을 바꾸는 건 몇십 년전부터 시도돼 왔었다.

그것도 우리같은 능력자가 아니라, 군 기밀 실험으로 말이다.



CIA 자료를 보면, 1973년 '판도라'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실험됐다.



극초단파 신호를 조작해서 방송으로 내 보내면, 그것이 사람의 내이-청각 기관- 를 자극해서 인간의 말과 똑같은 음성신호로 착각을 일으킨다.



내이의 달팽이관 세포가 특정한 패턴에 따라 진동하게 해서, 극초단파 청력도를 청각과 관련된 신경체계에 직접 전달한다.



이 기술을 무기화하여, 공격 목표가 되는 사람에게 계속 '목소리'를 보냄으로 그를 정신이상으로 만들거나, 어떤 지시를 전달할 수도 있다.



미 육군에서도 이런 기술을 '비 재래식 무기' 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의 에너지 무기인 셈이다.



이런 기술이 완벽하게 사용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 백년이든 천년이든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기나긴 생물학적 존재의 길이에서, 어느 구간에 그 유전자적 특성이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



애초에 그런 DNA 를 머금고 있었다면, 후미코와 할아버지처럼 어느 순간 폭발하듯이 에너지는 분출될 것이다.



지금 난 거의 폭발 직전에 와 있고...........







" 어떻게 한 겁니까?"






최실장은 궁금한 모양이다.







" 이 아가씨가 생각과 의지를 바꾸는 능력이 있어.

최실장도 조심하라구.

사람 많은 데서 바지를 벗고 춤을 추게 할 수도 있으니까.

하하하하............."







나와 후미코가 박장대소하자, 최실장은 눈만 꿈벅꿈벅할 뿐이다.







" 언젠가 갑자기, 먹기 싫어하던 감자가 땡기면, 후미코가 조종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돼.

하하하........."






" 그만 하세요.

최실장님 심각해졌어요."






유쾌한 농담과 와인의 힘으로, 망망대해 한 가운데 섬에 있다는 게 즐거워졌다.

석상너머로 오색찬란한 황혼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

조만간에 이 근처 텔로스에서도 지금처럼 웃을 날이 올거야............















낯선 곳에서 잠드는 게 싫어, 식사후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 당신 가족 얘길 해 주세요.

궁금해요."






침대위에서 초콜릿 향을 풍기며, 후미코가 파고 든다.







" 글쎄.......... 꼭 해야 하나?"






" 당신은 한 번도 가족 얘길 안 하더군요.

무슨 이유가 있나요?"






" 후후.........이유라............

이유라면 있지.

음............사람들은 말야, 잘 나고 좋은 것은 드러내고 싶어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반대로 숨기고 싶어하지.

내가 얘길 하지 않는 것도 그런거야."






" 못됐어요.

재성씬 가끔 그렇게 각진 면을 드러내더군요.

가족은 잘 났다고, 혹은 못났다고 얘길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가족들에게서 상처를 받았나요?"






" 맞는 얘기야.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 부모님들이 나에게 집중하지 않아서 서운할 때마다, 그들이 하나의 숙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야.

특히 내 아버지란 사람은 더 그런 생각이 들었지.

자식에게 한 번도 진심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

세 끼 밥만 먹여주면 위대한 아버지 역할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오히려 그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자식들에게, 한 밤중에 술 취한 체 늘어놓는 자야.

어떤 정신적 고상함이나 자상한 부정, 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따윈 애초에 없는 사람이지.

그는 껍질일뿐야.

그런 의미에서 숙주라고 생각했던거지.

엄마의 경우엔 좀 달라.

엄만 나름대로 사랑이 있었지.

하지만 그녀의 종교에 대한 사랑에 비하면, 나는 또 그녈 비난할지 몰라.

엄만 약해.

육체도, 정신도...............

오히려 그 약함때문에 난 엄마에 대해선 비난하고 싶진 않아."






" 지금도..............지금도 부모님께 서운한가요?"






" 사실, 엄마의 약함때문에 내가 받은 손실은 컸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들어봤어?"


























계속
2009-03-20 15: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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