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너무나 물질적인
물질적인, 너무나 물질적인 36회
 파치노
 2009-03-06 23:07:20  |   조회: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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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회











차가 정문에 도착했다.



도착전에 연락을 받은 보안실 간부들은 정문에서 사열하듯 기립해 있다.

정보실장의 지시로 어느새 LA에 와서 350명의 병력으로 저택을 인의 장막으로 만들었다.


나도 이젠 좀 뻔뻔해졌다.

정부 눈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제트기 사려는 걸 보류하질 않나, ORIGIN을 여러 개 만들어 국세청

을 만족시키질 않나................



이젠 누굴 의식하기도 싫고, 두려워하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내 능력이 그 인도인의 말대로 거기까지 닿을 수 있다면, 난 좀 더 거만한 신이 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거만하지만...........



최실장에게 통보했다.





"당장 제트기 구입해!"





사실 제트길 구입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동능력이 있는 내가 굳이 그게 필요하진 않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그건 내 허영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바라는 순간, 그것은 허영과 사치가 된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허영을 빼면 더 이상 무엇이 중요하지?

허영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잖아.



각국의 ORIGIN직원들을 기업활동에서 일체 손을 떼게 하고, 점차 정보실과 비서실로 흡수하기로

했다.



세상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산업화와 빈부의 격차, 골짜기의 솟음과 패임, 약의 효능과 부작용............



하나의 현상이 하나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으로 작용하는 게 맞다.

국세청의 눈을 속이려고 만든 오리진이 오히려 표적이 되어 내가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



인도인의 말이 맞다.



오리진은 정리하는 게 좋겠다.

어차피 내 능력으로 나를 지켜야지 특정 정부 부처를 속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국가권력이든, 누구든,무엇이든, 날 방해하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환상적으로 예쁜 흰 색과 보라 색 장미 한 다발을 등 뒤로 감추고 후미코를 찾았다.

침실에도, 파우더 룸에도 안 보인다.



복도로 다시 나왔다.

찾아보려고 발걸음을 떼다가, 이 집에선 뭔갈 찾는 것도 곤욕이란 걸 깨닫고 보안실에 연락했다.





"1층 3번 가사실에 계십니다."





집사팀 직원들은 모두가 마이크로 칩이 달린 명찰을 달고 있고, 그 것이 곧 신분증이자 저택 내

위치 파악 기능을 한다.



보안실 모니터엔 18명의 하우스키퍼가 파란 색으로 나타나고, 2명이 체온 감지로 빨간 색으로 표

시된다.



나와 후미코다.

가사실로 내려갔다.



그런데 누군가 울고 있다.

가사실 문에 귀를 가까이 하고 다가갔다.



후미코가 아니다...........

문 앞에서 엿듣는 모양새가 안 좋아 보여 소파에 앉았다.

집중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엄마가 아파서 조퇴 신청한 건데, 이런 대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서로가 오해했던 거 같은데, 내가 잘 말해볼께요.

그리고 엄마가 많이 아픈가요?"






"대장암 수술을 했는데 좋아지는 것 같더니 다시 나빠졌어요.

하혈을 하며 쓰러지셨는데, 제가 일이 손에 잡히겠어요?"






20대 초반의 주방 보조 직원이 엄마때문에 조퇴를 신청했고, 직속 상관인 주방장에게 보고하자,

주방장은 오늘 할 일이 많다며, 허락하지 않은 모양이다.



할 수없이 다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실수로 접시를 깨뜨렸고, 주방장은 자기의 권위에 도전하

는 것으로 생각해 소릴 지른 모양이다.







"넌 해고야!

주방팀은 나한테 권한이 있다는 거 몰라?

어디서 화풀이를 이따위로 해!"






후미코가 울고있는 그녈 발견하고, 조용한 가사실에서 자초지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날 좀 따라와요."






이 층으로 올라간 후미코는 그 직원에게 백 달러짜리 몇 장을 쥐어주며 말한다.







"택시타고 빨리 가요.

주방장한텐 내가 잘 말할테니까.

그리고 수술 다시 해야할 것 같은데 병원 비용은 내가 댈께요.

힘을 내요."







난 꽃다발을 만지작거리며 소파에 앉아 이 모든 걸 듣고 있었다.

당신은 보라 색보단 흰 색이 더 어울리는군.............



울먹이던 주방직원이 나가자, 절반으로 줄어든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레스토랑에서의 일

을 사과했다.







"재성씨, 나 엄마가 보고 싶어졌어요."






"엄마?

엄만 일본에 계시잖아?"







"네, 엄마가 요즘 기력이 많이 약해졌나봐요.

최근 2년간 보지도 못했고............"







아무래도 방금 전 일때문에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그럼 나랑 같이 가지.

앞으로 며칠동안은 스케쥴 다 비워 놓았거든.

당신이랑 보내려구."






"정말이예요?

나랑 같이 일본엘 아니, 우리집엘 갈 거예요?"






"응,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한 편으론 19살짜리 부모님에게 40살인 내가 어떤 얼굴로 나타나야할 지 난감하면서도, 후미코와

의 일본행을 뱉어버렸다.







"크루즈보다 이번 여행이 훨씬 더 좋아요."






난 단지 떨어져 있는 게 싫어 즉흥적으로 한 말이었는데, 그녀는 소녀처럼 좋아한다.

실제로도 소녀지만.............







"이렇게 해.

비행기 준비하라고 할테니까,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고."







상기되어 있는 그녈 보며, 신기하면서도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지금도 19살인지 이해해보려 애썼다.







"당신은 나한테 아무것도 묻질 않네."






"뭘요?"






"오늘 레스토랑에서 내가 갑자기 할 일 있다고 당신을 들여보냈잖아."






"재성씬 신중한 사람이예요.

나한테 미안한 일을 일부러 할 사람도 아니고요.

그 순간 꼭 그래야만 했다면, 정말로 꼭 그래야만 했겠지요."






선생이랍시고 수학 문젤 풀다가 천재 학생앞에서 망신당한 격이랄까.............

단순하고 진실된 말은 매끈하고 기름칠한 미사여구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있다.



그녀는 내가 걱정하는것을,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을, 조용한 어조로 거두어 간다.

굵은 그루터기 같은 확고함으로 바꿔놓은 채............













하네다 공항 상공에서 본 일본의 스카이라인은, 킨더가튼을 나왔을 때 바라본 하늘의 별들만큼이

나, 날 어딘가로 이끌어 갈 것 같은 느낌이다.



10시간 넘는 비행은 내 이동 능력을 아쉽게 만들었다.

연락을 미리 받은 탓인 지, 후미코의 집은 온통 불을 밝히고 있어서, 마치 야간 경기하는 테니스

장 같다.



내 우려완 달리, 그녀의 부모는 입구에서부터 날 환영해 주었다.

그런데 좀 놀랍다.



나이 어린 후미코에 비해 그들의 얼굴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70세는 돼 보였다.

늦둥인가.........



소파에 앉자 다시마차를 권하는 그녀의 어머니.

역시 팔에 힘이 없다.







"여러 기업체를 운영한다고요?"






힘없어 보이는 외모완 달리, 차분하면서도 또랑또랑한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한다.

딸자식 가진 부모들이 하는 의례적인 질문들이 몇 가지 쏟아졌고, 대화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아

버지란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행하느라 피곤할텐데, 오늘은 이만 쉬는 게 좋겠어요."






그런 그녀의 아버지에게 뭐라도 말을 붙일 심산으로 고개를 들자, 그녀의 어머니가 시간을 잘라

버린다.



2층의 침실로 후미코와 날 함께 넣어주고는 힘 없는 다리로 계단을 내려간다.

아...........놀라운 일이다.



난 당연히 보수적일거라 예상한 그녀의 집에서, 각방을 쓸거라 생각했는데............



그녀 어머니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혹은 내가 오히려 혼자 자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라도 되

는 듯한 인상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그녀 부모의 집안에서,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그녈 안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든다.

이건 단순히 설겆이 하는 아내의 뒷모습에 충동을 느꼈다거나, 공항 화장실에서 느닷없이 하게

되는 섹스와는 다른 그 무엇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가 문 밖으로 흘러나가자, 난 왠지 더 흥분이 됐다.

그녀의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 있고, 이젠 그녀 가족 역사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단 생각일까?


그녀와 섹스를 하면서 속으로 난, 그녀의 부모가 우리의 짝짓기를 충분히 알 수 있기를 바랬다.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계속-
2009-03-06 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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