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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의 조광래 전격 결정이 불가피했던 이유...일방적이라고?
 지나가다
 2012-10-06 17:48:56  |   조회: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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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패거리들은 경질이 일방적이었다고 트집을 잡는데, 여기에 동조하는 축구팬들도 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보면 그 조치는 전격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망정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게 아니었다.

이회택이 기술위원장에서 자진사퇴한 게 2011.11.9이다. 축구협회는 그 후임으로 황보관이 임명되었다고 발표하였다. 황보관은 조광래가 밀었던 후보다. 다 아다시피, 이회택과 조광래는 으르덩대던 사이였다. 조광래는 이회택을 밀어내고 자기가 주무를 수 있는 황보관이 기술위원장이 되자 또 한 번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이회택이 물러나면서 기술위원들도 모두 동반사퇴했다. 기술위원회가 가동되려면 일단 위원들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황보관 혼자서 기술위원회 일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기술위원 해볼 테니 시켜주시오 이리 나올 자가 누가 있겠는가.

이회택이 물러난 다음날인 2011.11.11에 UAE vs 한국(0-2) 경기와 쿠웨이트 vs 레바논(0-1)전이 있었다. 기술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감독이 레바논의 전력분석을 요구한다? 코칭스탶 중 한 명을 쿠웨이트 스타디엄에 보내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월드컵 예선같은 중요한 시합에는 비디오 분석원도 대표팀에 따라가지 않는가? 

규정에 따라 감독을 경질하려면 일단 기술위원회가 충원되어야 한다. 암만 서둘러도 한 달 이내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게 될 것이고, 할 수 없다 그냥 조광래로 가자 이런 여론이 자리잡게 될 상황이었다. 이미 대표팀은 조광래로 인해 산산조각난 상태였다. 조광래는 만만한 황보관이 기술위원장 되었으니 축구팬들에게는 죄송합니다 하고 조아리면서 황보관에게는 빨리 조광래 지지파로 기술위원회 구성하라고 닥달해도 되고 그게 모양이 안 좋으면 시간은 어차피 자신의 편이라고 느긋하게 다리 뻗고 있었다.

조광래가 그냥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단언컨데 한국축구는 나락으로 추락하게 되어 있었다. 쿠웨이트와의 조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이길 가능성보다는 지거나 비길 가능성이 더 높았다. 5차전을 마친 상황에서 한국 3승1무1패, 레바논 3승1무1패, 쿠웨이트 2승2무1패였다. 쿠웨이트가 한국을 이기고 레바논이  UAE를 홈에서 이긴다면 레바논이 1위, 쿠웨이트가 2위로 최종예선 올라가고 한국은 탈락이었다.

레바논 vs UAE전 결과에 상관없이 쿠웨이트가 한국 원정에서 이기면 쿠웨이트는 최종예선 진출 확정이므로 쿠웨이트는 1달간 리그를 접고 한국전을 위해 올인했다. 중국에 들어가 2주간 전지훈련을 통해 한국을 잡으려 전력을 기울였다. 유럽에서 전문 프로파일러까지 기용하여 한국선수들의 동선 하나하나를 세밀히 연구하고 대책을 세웠다. 2011.2.29 경기에 나선 쿠웨이트의 준비는 과연 대단했다.

절차에 따라 감독을 경질했어야 한다고? 그러면 우선 기술위원 중에서 조광래를 감독으로 밀었던 자들부터 문책 정리하고 완전히 중립적인 인물들로  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원들이 조광래에게 사표를 받아 처리하고 후임 감독 인선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누가 신임 감독으로 오겠는가?  어떤 외국인이 그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을 맡겠다 자원하겠냐고...외국인이 한국 팀 감독을 맡겠다고 나오는 경우는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될 때에 한한다. 그것도 A급은 엄청난 인건비를 감당할 재력이 필수적이다.

돈은 둘째치고 일단 시간이 없었다. 외국인 감독이라면 한국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는 데만도 1달이 필요하다. 결국 대표급 선수들을 아는 국내 축구인들이 맡을 수 밖에 없는데, 과연 누가 나한테 맡겨달라고 나오겠는가? 축구팬들은 누가 맡아도 대표팀은 순항할 거라 착각할 지 모르지만, 단 1경기에 모가지가 달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런 형편에서 조중연이 조광래를 전격 경질하고 황보관에게 알리라 한 것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조광래는 황보관에게 통보를 받았을 때 네놈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며 화를 냈을 것이고, 황보관은 나는 그저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변명했을 것이나 황보관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했기에 그 심부름꾼 역을 고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차를 따랐다면 조광래는 절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중연이 혼자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회장의 권한으로 감독을 경질한 것은 불가피했다. 이 일만큼은 조중연이 잘 한 거다.    

 

2012-10-06 17: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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