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냥꾼 소설
화려한 주식사냥 12화
 주식담당
 2009-01-03 18:20:36  |   조회: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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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투자자들을 등쳐야 승리한다(3)


최 회장이 부동산 · 주식 · 기업 투기 등을 즐긴다는 것은 정계나 재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축재를 위해 모험에 매달리는 강한 욕구는 최 회장 가문의 전통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조부 시절은 물론이구 부모 형제들이 사채놀이와 부동산 투기로 졸부가 된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재산을 불려온 최 회장의 집안 어른들은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계 · 관계 · 재계에 정략적으로 혼맥을 형성해 나갔다. 최 회장 부친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장남 최종부의 사돈은 대기업의 사장이 되어 집권당 후원회 부회장으로 위촉되었고, 차남 최종길의 동서는 은행 임원의 자리에 올랐고, 3남 최종면의 동서는 검사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던 것이다. 그 중에 최종면의 동서는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집권층 핵심 세력의 정중앙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 정략적 혼맥 만들기는 부모 형제들이 지나치게 정중한 태도로 유력 인사들을 자주 만나거나 떠받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출세한 사위와 동서를 통해 더 출세한 사람들을 소개받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촌지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돈 봉투가 전달되곤 했다. 그런 반면에 사회적으로 부쩍 커버린 최 회장 형제들은 회사 임직원들에게는 날로 쌀쌀맞고 잔인하게 굴기 시작했다.



특히 최 회장의 그 같은 이중적 태도는 너무나 정교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그의 교활한 처세술을 비난하는 유력 인사는 없었다. 속사정을 모르는 이웃 사람들은 오히려 그의 예의바른 태도와 겉으로만 검소해 보이는 생활을 존경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 * *




로얄그룹 계열사인 대안증권은 작년까지만 해도 동호그룹 소속이었다. 하지만 동호그룹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로얄그룹의 계열사로 전격 편입되었다. 때마침 보험 회사와 상호신용금고의 경영권을 인수한 최 회장이 마땅한 증권사를 물색하던 중에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회사가 대안증권이었다.



로얄건설로 대기업의 입지를 굳힌 최 회장이 대안증권을 인수한 것은 금융업 진출이라는 평소의 염원을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주식 투기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었다. 계열사인 대안증권을 통해 로얄그룹의 주식을 관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부당 주식 내부 거래와 작전 세력을 좀 더 짜임새 있게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 회장은 대안증권의 경영권을 인수하자마자 자기 심복들을 그 회사에 핵심 부서에 심기 시작했다. 조사부에 배치된 박상민차장도 그 심복들 중의 하나였다. 박 차장은 최 회장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탁월한 능력과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였다.



박상민은 서울 상대를 졸업하자마자 중앙증권에 입사했으며, 회사 내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쌓아 갔다. 법인부, 시장부, 주식부 등 실무 영업 부서에 근무하면서 일선 현장을 누볐고 조사부와 투자분석부는 물론 기획조정실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상민이 사실상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때는 중아증권 명동 지점으로 발령을 받은 뒤였다. 물론 근면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은 탓도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학연 · 지연과 작전 세력을 적절히 활용한 덕분이었다. 그와 연결된 작전 세력은 서울상대파, 공인회계사파, 세무사파, 청진상고파 등으로 증권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 작전 세력들은, 증권사 · 투신사 · 보험사 · 은행 등 여러 본 · 지점에 포진해 있으면서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동문들의 완벽한 지원을 받았다. 동문들이 각종 금융 기관에서 고생 끝에 얻어 낸 정보들은 작전 세력들이 주가 조작을 시도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다. 박상민은 이 작전 세력들을 개인 투자자와 큰손 못지않게 철저히 관리하여 영업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 박상민의 이름 석 자가 유명세를 타던 시기에 은밀히 그에게 접근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큰손들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로얄그룹 최종길 회장이었다. 물론 그 당시만 해도 최 회장은 주식부 엄창수 차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박상민과 거래를 트고 있었다.



박상민은 여러 상장 기업들의 조업 환경 · 연구 개발 능력 · 거래처 영업 상황 · 시장 점유율 · 수출 전망 · 주가 동향 · 주식 관리부서의 인맥과 조직 · 대주주의 주식 내부자 거래 상황 · 경영 실태와 경영 스타일 · 경영진의 취향과 인맥 · 자금 사정 · 정경 유착의 실상 등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풍부해 누구에게나 환영받았다. 그러다 보니 큰손들이 그에게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자금 동원력도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하며 영악했던 박상민은, 스스로 작전 세력을 구성하고 여러 증권사 창구를 통해 주식 투기를 일삼는 큰손들을 비교적 멀리하는 편이었다. 차라리 다른 작전 세력에 무임 승차시켜 달라며 거액을 내미는 큰손들을 진짜 고객으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만난 최 회장은 무임승차만을 선호하는 고객들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최 회장이 대안증권의 경영권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상황 판단이 누구보다 민첩했던 최 회장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뒷돈 3억 원을 쥐어 주고 박상민을 대안증권으로 스카우트해 버렸다. 하지만 그는 박상민을 최일선 영업 부서에 배치하지 않고 조사부로 발령을 내고 말았다.



“회장님, 전 영업을 하기 위해 대안증권으로 옮겼습니다.”

인사 명령을 확인하던 날 박상민이 찾아와 두 손을 내저었다.



“박 차장, 조사부 안에서도 당신이 하던 영업을 계속하는 거야. 다시 말해 그 안에서 특수영업부장 몫을 담당하면 돼. 이사급으로 영입된 당신을 차장으로 만든 이유를 알라구. 우선 숨어 있으란 말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조직의 질서가 깨질 수도 있는데요?”
“이 사람아……. 인사부장, 기획실장, 조사부장, 법인부장, 시장부장, 주식부장 등도 내 뜻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 그럴 염려는 전혀 없어. 당신은 회장 직속의 지점장인 셈이니까.”

얼떨떨한 표정의 박상민을 보며 최 회장이 미소 지었다. 그제야 박상민은 더 이상 항의하지 않았다. 자신을 보배처럼 아끼는 회장님을 어떤 일로 보필해야 할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 동안 관리하던 작전 세력들을 모두 대안증권으로 끌어들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아닙니다. 긴밀하게 통하는 몇몇 그룹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박상민은 숨겨진 뜻까지 모두 알아들었다. 틀림없이 회장에 대한 개인적인 충성심을 확인하려고 던지는 말이었다.



“물론 그러는 게 정상이지. 하지만 무리하진 마. 그들의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내게 기회를 주면 그것으로 족해.”

“회장님…, 실망시키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명령만 내리세요.”

박상민이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최 회장을 바라보았다. 대안증권의 영업 실적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최 회장이 두렵기까지 했다.



“박 차장이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작전 세력의 위력이 소문처럼 막강하던가?”

“판돈을 휩쓸어 버리는 사람들은 얼굴도 실체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주식 시장을 좌지우지합니다. 그러나 작전 세력들의 결속력과 정보력, 비밀 유지를 위한 확고한 의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집까지 저당 잡힌 돈으로 어수룩하게 덤비는 핸드백 부대나 개미 투자자들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 맞아.”

최 회장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박상민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비법을 찾아 고민하는 중이었다.



“핸드백 부대와 개미 투자자들이 입수한 투자 정보는 이미 낡은 것입니다. 작전세력과 기관 투자자들이 쓰고 버린 휴지를 그 사람들은 아주 중요한 최신 정보로 착각합니다. 그 정보를 토대로 주식을 매입하면 상투를 잡는 격입니다. 결국 그들은 작전 세력과 연계된 증권사 직원에게 무조건 돈을 맡기고 불려 달라는 게 안전빵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막대한 손해를 본 고객에게 그런 수법으로 일부를 벌충해 준단 말이지?”
“아니죠. 작전 세력의 얼굴이나 실체가 없기 때문에 오리발을 내밀어야 합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주식 시장은 냉혹한 세계입니다. 잃은 사람이 있어야 따는 사람이 있는 고스톱 판과 별 차이가 없어요. 개평 좀 달라고 눈물 흘리며 사정해 봐야 눈 한번 깜짝 하지 않지요.”



“때때로 인생이란 지독하게 잔인한 거지.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뒤에야 뭔가 깨닫게 되는 거야.”

“주식시장의 생리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거래하던 큰손들이 누구야?”

최 회장은 화제를 돌려가며 핵심을 찔렀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최종길에게도 말할 수 없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회장님이 본격적으로 투자하실 때, 제가 그 동안 사귀어 온 큰손들과 작전세력을 충분히 활용하면 되잖습니까?”

“당신은 이미 중앙증권을 떠났어.”



“회장님, 중앙증권은 제 친정이나 마찬가집니다. 지금도 그 곳에는 제 핵심 세력이 여전히 잠복해 있어요.”

“맨입으로 그들이 움직일까?”



“회장님이 주신 로비 자금 3억 원이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긴 침묵이 이어졌다. 대단히 영특하고 교활한 젊은이라는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었다. 생각할수록 녀석의 교만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돈은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준 거야.”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박 차장, 정말 고마워. 내가 먼저 깨달았어야 했는데…….”

최 회장의 얼굴에 흐뭇해하는 미소가 물감처럼 번졌다. 그는 속으로 박상민에게 1억 원을 더 베팅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작전세력이 투기 대상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루머를 은밀히 퍼뜨리는 걸 난 알아. 그 이외에 가장 애용하는 방법이 뭐야?”

최 회장은 내막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면접관처럼 질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라 오퍼지요. 작전 세력끼리 가짜 매매 주문을 수시로 넣어 실제 거래처럼 위장하며 팔고 사는 거지요. 이 경우엔 다른 아마추어들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서로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야 합니다.”



“당신들은 루머와 정상 정보를 어떻게 구분하고 있나?”

“주식 시장은 온통 유언비어로 점령되어 있습니다. 증권가는 정상적인 정보보다 유언비어의 위력을 한없이 증폭시키고 있지요. 결국 실제 상황과 정확한 정보조차도 익명을 빌린 유언비어에 휘둘리곤 합니다. 그 이율배반을 적절히 응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작전세력이자 큰손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당신의 가벼운 입은 내게만 예외적으로 열리는 것인가? 그게 궁금하네.”

최 회장은 한번쯤 경고할 필요를 느꼈다.



“회장님께만 가능한 일입니다.”

박상민은 놀란 눈빛으로 서둘러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 회장에게 끝끝내 중요한 비밀은 털어놓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든 카드 패를 너무 많이 보여 줌으로써 뼈아픈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전 세력과 전주 리스트라는 중요한 카드 몇 장쯤은 반드시 숨겨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상민, 나를 믿고 열심히 뛰어 봐라. 그만한 보상이 언제나 뒤따를 것이다.”

최 회장은 새로운 도박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박상민의 지략과 지원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작전 세력을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요지경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성장해 온 최 회장으로서는 박상민이 뛰어난 두뇌만큼이나 깊은 흑심을 품고 있다는 심증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런 박상민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 너무나 위험 부담이 큰일이었다. 머잖아 박상민은 분명히 자신을 뿌리치고 탈출하려 할 것이다. 그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미리 경고를 한 것뿐이다. 하지만 당분간 속내를 숨기면서 박상민에게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마음껏 이용하다가 기회를 봐서 냉정하게 차 버리면 될 일이라고 최 회장은 생각했다. (계속)


[출처] 장편 실화소설 [화려한 주식사냥](12) (엉터리 경제 뒤집어보기(주식투자와 가치투자)) |작성자 프리댄서
2009-01-03 18: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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