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냥꾼 소설
화려한 주식사냥 5화- 믿을 놈은 너밖에 없다(2)
 주식담당
 2008-12-19 16:17:26  |   조회: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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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학력의 엄창수 차장은 승진이나 호봉 승급에서 언제나 입사 동료들을 앞서 갔다. 경력과 학력이 그처럼 일천했음에도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을 앞지른 것은 단지 주식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엄 차장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오후만 되면 습관처럼 외출한 뒤 증권사 객장에 들러 시세판을 들여다보거나 증권사 직원들을 만나 속닥거리다가 퇴근 무렵에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는 로얄그룹 계열사인 대안증권 명동 지점에서 대부분의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명색이 주식부 소속 간부이면서 자본 증자와 관련된 업무 이외에는 고교를 갓 졸업한 직원도 수행할 만한 단순 근로에 종사하면서도 엄 차장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그는 최종길 회장의 주식 투기를 보좌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역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 차장, 당신만 믿고 있겠어. 시세 차익이 생기면 술을 멋지게 살 테니까.”

부하 직원들의 운명을 쥔 재무 관리 담당 부사장 · 전무 · 상무들은 물론이고 다른 부문의 임원들까지 엄 차장에게 알랑방귀를 뀌었다. 심지어 어떤 임원은 하루도 빠짐없이 엄 차장의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어야 편안해질 수 있었다.

“엄 차장, 이번에 회장님께서 우리 회사 주식을 샀다는데 그게 사실이야?”

“맞아요. 상무님께만 시인하는 겁니다.”

“나도 끼워 줘.”

“회장님이 아시면 작살납니다.”

임원이나 간부 직원들은 최 회장의 주식투자 요령에 따라 움직이기 위해 엄 차장의 ‘불알’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증권가에서 큰손으로 알려진 작전 세력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최 회장의 심중을 읽으려면 무엇보다 엄 차장의 정보가 필수적이었다.

“엄 차장, 오직 회장님의 주식 투자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족해. 당신을 원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 주식 좀 사줘,”

“회장님이라고 백전백승은 아닙니다.”

“승률이 최소한 7할 이상은 될 거 아냐? 몇 푼 맡길 테니 알아서 관리해!”

로얄건설 주식만을 집중적으로 거래하여 높은 시세 차익을 올리고 있는 최 회장을 따라가는 기법은 ‘안전빵’이었다. 그만큼 최 회장의 주식 내부자 거래는 엄 차장의 충성스러운 보좌로 물 좋은 수익 사업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주식 시장에서 얻는 정보보다는 회사 측의 예정 정보나 의도적으로 흘리는 거짓 정보를 활용하여 얻어 내는 소득은 누워서 떡 먹는 경우였다.

누구보다도 기업의 경영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인 최종길이었다. 그가 직접 관할하고 지휘하는 로얄건설의 정보들은 결국 모두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었으니까.

어쨌든 그 정보들이 호재든 악재든 자기 회사 주식을 팔고 사는 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최 회장이 서 있는 셈이었다.

“엄 차장 너, 내 주식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헛소리를 하고 다니면 그 땐 알지?”

최 회장은 손으로 칼을 만들어 목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보안 유지가 생명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난 널 믿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최 회장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아주 순진하고 충직해 보이지만 사실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녀석임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엄창수와 결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미쳤다.

최 회장의 노파심은 정확했다. 엄 차장은 회장의 주식 관리를 돕는다는 사실을 처세와 재산 증식의 무기로 삼고 있었다. 스스로 최 회장의 주식 내부자 거래에 무임승차하면서 시세 차익을 올렸고, 임원들과 그 투기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지원 세력을 만들어 나갔다.

처음 1년 동안은 최 회장의 주식 내부자 거래를 비밀에 부쳤지만 날이 갈수록 잔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임직원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으며 유혹이 쉴 새 없이 다가왔다. 술을 워낙 좋아했던 그는 술좌석에서 최 회장의 투기 정보를 조금씩 발설하기 시작하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엄 차장은 주변의 돈을 몽땅 끌어 모아 최 회장의 주식 투기에 편승했다. 그렇게 5년을 주식과 씨름하는 동안 그는 아파트 세 채를 마련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최 회장이 눈치 채고 자신을 팽개치는 날까지 그는 그렇게 폭력과 폭언을 견디며 재산을 불려나갈 작정이었다. 그는 알토란같은 재산이 불어날수록 오기와 배신이 꿈틀거리며 살아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 * *

경리 담당 김혁 전무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엄창수 차장 못지않은 충성심으로 최 회장의 주식 투기를 돕는 일에 자부심을 가졌다. 경리과장으로 입사해 7년 만에 전무이사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순전히 최 회장의 재테크를 도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 전의 어느 날이던가. 김혁 과장은 맞은편에 앉아 결재 서류를 뒤적거리던 최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 날 따라 회장님의 기분 나쁜 표정이 역력했으므로 김혁 과장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회장님, 지난번에 가져가신 60억을 이번 기회에 적법하게 처리하면 어떨까요?”

“어떤 방법으로?”
미간의 주름을 펴며 최 회장이 반문했다.

“우선 수십 명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대여금으로 정리했으면 합니다.”

“정말 그런 방법이 있었군…….”

기대했던 대로 최 회장은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김혁 과장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견하다는 눈짓을 보내는 게 아닌가. 그 날부터 김혁 과장은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결산 재무제표 중의 하나인 대차대조표를 보면 ‘주주 임원 종업원 단기 대여금’ 이라는 유동자산 과목이 눈에 띈다. 글자 그래도 1년 미만의 단기간에 회사의 자금을 대주주나 임원 혹은 종업원들에게 대여한 채권을 의미한다. 단기가 아닌 장기 대여금도 있지만 대부분 짧은 기간에 걸쳐 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는 회사의 경영진과 종업원들에게 대한 복리후생적 자금 지원의 성격도 있는 바람직한 계정 과목이다. 임직원들에게 생활 보조비, 주택 구입 자금, 결혼 자금, 치료비등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기업의 재산이 도망가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일시 대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많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혁 과장은 그 제도와 관행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악용했다. 대여금의 수혜 대상이 대주주를 비롯해 전 임직원들인 것처럼 위장했으나 사실은 그 수혜자를 최 회장으로만 국한시켰다. 장부상으로는 자금을 빌린 사람이 수많은 임직원들 명의로 되어 있었지만, 오직 최 회장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계정 과목이나 다름없게 변모시켰다.

임직원들은 명의만 빌려 주었을 따름이지 그 돈을 빌려 쓴 사람은 오직 최 회장뿐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불가피하게 이름 석 자를 도용당했거나, 결산 시기가 다가오는 바람에 다급해지자 회계부에서 임직원들이 양해(?)를 받아 차입자 명의를 여러 명으로 나누어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그 계정 과목을 악용해 흘러 나간 자금은 대체로 돌아오지 않고 최 회장의 축재 수단으로 장기간 활동되는 게 상례였다. 결산서에 나타난 금액은 극히 적을지 몰라도 실제로 움직이던 규모는 그보다 몇 십 배에 이르렀다. 최 회장이 회사 돈을 오래도록 유용하면서도 결산 재무제표의 부속 명세서에 그 사실이 드러나는 게 두려웠던 나머지 잠깐 동안이나마 입금된 것처럼 위장하다보니 대여 금액이 줄었을 뿐이다.

최 회장은 그렇게 빼돌린 자금을 대부분 주식 내부자 거래에 투입했다. 주식부 엄창수 차장을 내세워 로얄건설에 대한 주식 투기를 일삼으며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겼지만 최 회장은 대여금 상환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면 갚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언제부턴가 최 회장의 검은 심보를 읽은 김혁 과장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회사 자금을 빼돌려 준 사람이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혁 과장은 그처럼 언제나 즐거운 결말을 이끌어 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회장님, 가져가신 자금을 하루 빨리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 날도 역시 최 회장은 우울한 표정으로 김혁 과장을 만나고 있었다.

“빨리 갚으란 뜻이지? 꼭 내게 그런 말을 해야 하나?”

갑자기 최 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부릅떴다. 목소리는 몹시 낮았지만 의외로 날카로웠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뜻입니다.”

김혁 과장이 찔끔 놀라서 대답했다.

“어떤 방법으로?”

최 회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회장님께서 결심만 하시면 간편한 처리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김혁 과장은 함부로 입 밖에 내기를 꺼렸지만 오래 전부터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회장님의 비리를 완벽하게 은폐시켜야 할 책임을 느꼈다. 대여금을 상환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알고부터는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었다.

“로얄상사 앞으로 로얄건설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할 때 이중 계약을 체결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것도 한 방법이군. 네가 책임지고 추진하라구.”

최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 과장은 최 회장이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날부터 김혁 과장은 경리 담당 임원들을 제치고 최 회장과 독대하는 시간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믿을 놈은 너밖에 없구나.”

최 회장은 잘생긴 미남인 김혁 과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럴수록 다정하게 미소를 머금고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김혁 과장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를 과장으로 채용할 당시부터 보통 사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흐뭇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겨우 서른 살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업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줄 아는 감각이 완벽하게 머릿속에 들어가 버린 것 같아서 기특했다.

지금은 자민당 원내총무지만 한때 중앙정보부 기획실장이었던 양찬식이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을 최 회장에게 소개했다. 그 녀석이 바로 김혁이었다. 그는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과 적당히 그을은 피부를 지닌 아주 매력적인 사내였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혁은 상당히 잘생겼지만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유난히 조심스럽고 냉철한 듯하면서도 교활한 인상을 풍겼다. 그 교활함을 지능적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을 시켜도 깔끔하게 마무리할 것만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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