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가 축구광이라는 걸 굳이 숨기지 않음. 한국 축구가 매력있는 순간 내 주변에서 축구에 눈을 뜬 자가 나에게 뭘 물어볼 때 내가 알고있는 만큼 말해주는 정도...2002 월드컵 때는 하도 주변에서 축구 얘기해달라는 자들이 많아, 그리도 축구를 알고싶으면 축구경기장에 가 보시오. 축구는 축구장에 가서 직접 보아야 알 수 있는 거요. 내가 축구를 그리 잘 알면 축구 감독하고 있지 이 짓하고 있겠어? 라고 일갈하였다.
나같은 태도를 손님 쫓아내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손가락질하지 마라. 난 축구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살고있고, 내가 축구로 밥 먹고사는 처지도 아닌데 과잉친절 베풀 필요도 없다. 모르는 이가 나한테 뭘 물어볼 때 친절하게 아는만큼 대답해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윤리이나, 내가 축구 홍보요원도 아닌데 왜 고개를 숙이며 제발 축구장에 같이 갑시다 이 따위 아양을 떨어야 하는가? 그런 건 남을 배려하는 삶과 전혀 상관없는, 과공에 속한다. 과공은 비례라 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순간 스포츠에 눈을 뜰 때가 있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이 그런 나이다. 그런 때 축구의 매력에 노출되면 그 사람은 축구팬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하다. 그런데 난 축구팬은 기본적으로 축구와 축구선수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축구에 관심이 있어도 축구에 대한 존경심이 없기 때문에 비뚤어진 인식을 갖고있는 자들을 참 많이 보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그게 한국사회의 내력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란 참으로 협소하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난 중앙일보를 본다. 며칠 전 신문에 한국인의 초기 미국이민사가 사진 몇장과 함께 소개되었는데, 참 불쌍하게들 살았다. 사진 중에는 미국의 무슨 야구팀 유니폼을 입고 폼 잡고 찍은 것도 있더만...그들이 미국 백인들의 레저 야구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알만했다. 그들 대부분이 필사적으로 백인들이 주름잡는 주류사회에 편입되기를 바랬겠지...그런 자들 중에 서재필 이승만도 있었을 것이다. 이승만 정권 때 외무부장관이던 임병직이란 자가 있었다. 이승만의 가방모찌 출신인데, 야구에 대해 신앙적 열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자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에 자리를 잡고 야구를 키워주었으니 참 축구는 복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