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yeon789(굴다리)
사 촌 형 -3
 gaelim
 2008-12-01 01:04:56  |   조회: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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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길을 덮고 날씨는 추워 갔다. 곧 눈이 내리는 날씨가 왔다 가는것 같더니
이내 흙 밑엔 새싹을 틀 식물들의 성장의 기다림으로 가득하다. 날씨가 꽤 풀려가고 동네 사람
들의 복장은 다소 가벼워진듯했고 움직임은 연초이라 분주했다. 티브이 저녁 뉴스에선 평소보
다 가볍고 감정적인-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시키는- 사건들을 제보했고 그러는 사이에
우리 집의 신발장엔 신발 몇 켤레의 자리가 비었다. 집 안의 보이지 않은 갈등은 서서히 우리
집에 사는 가족들의 모든 것을 악화시키는 듯 했고 그것을 참다 못 한 사촌 형은 친구와
돈을 꽤나 벌 어떤 계획을 세웠다며 어디론가 떠나듯 집을 나갔다. 나의 아버지의 승리였다.
형의 엄마인 나의 이모는 집을 나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형이 나간 뒤로 이모와의 붉어져있던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였고 이모는 아버지의 강요적인 노력에 동의 하였다. 그리고 할머니는 몇 달간 위험한 경지를 오갔다 하셨고 부모님은 할머니를 설득한 끝에 병원에 입원을 시키셨고
할머니는 그렇게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중이다. 가끔 나는 할머니가 입원 중인 곳에 들른다.

몇 달간 집에서 변화가 있었듯이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새 코와 턱 밑엔 수염이
나고 아침엔 수염 정리를 하고 나간다. 그리고 끼면 왠지 어벙하게 보일듯한 안경도 끼고
다니고 키도 눈에 띄게 크지 않는다. 또, 생활적인 면은 그리 바뀌지 않았지만 이런 힘들고
지친 생활에 점점 순응해나가는 것 같았다. 밤 늦은 활동이 있었어도 피곤해 하지 않고
늦은 시각에 귀가 하여도 있지 않은 형의 인사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나에겐 길이란 것이 생긴것이다. 경험이 나에게 길을 부여했다.
난 형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당시 나에게 어떤 생각이 뿌리깊게 내렸는데
'형 처럼 되지 말자' 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난 나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떠나버린 사촌 형이
미워할지도 모른다. '형이 조금이라도 변하였다면 집을 떠나지 않았어도 됬는데 왜 형은
변하지 않았는가?' 라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고 굳이 얻
은걸 말한다면 형에 대한 동정심과 미움, 그리고 아버지,어머니 와의 불화이였다.

어찌되었든 날은 그렇게 흘렀고 길을 지나갈 때 -몇 번째인지 정확하게 알순 없지만 -스윽 훑어
보곤 하던 나무가 자신의 나뭇가지에 푸른 봉오리를 설레 설레 흔들때 즈음 나는 그를 만났다.
옆의 도로에서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도 인도를 걸어가는 얽히고 설킨
행인들의 발걸음 속에서도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 달 간 모습을 볼수 없었던 나는,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동정심과 실망감 등이 갑자기 가슴
속, 기억 속을 박차고 나오고 있다.
형이 밉다. 아냐 형은 불쌍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나는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그를 피해 가려고 한다. 속으로는 행인들의 그림자에 가려지리라 빌면서 말이다.

"야! 나다."

형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린다.
2008-12-01 01: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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