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yeon789(굴다리)
사 촌 형 - 2
 gaelim
 2008-11-26 00:29:58  |   조회: 883
첨부파일 : -
굵은 빗 줄기가 창을 타고 굴러 내린다.

또르륵. 햇빛 한 줄기 새지 않는 하늘은 나의 기분을 가게한다.

주말에 홀로 집을 지켜야 하는 나의 처지도 내 기분을 다운시키는데 날씨도 꿀꿀하니 영 황금 주말을 재밌게 보낼수 있 을 것 같지가 않다.

무기력하게 집의 온방을 두 발바닥으로 쓸고 다니다가 현관 신발장 옆에 달려있는 달력에 눈길

이 갔다.

몇 줄 내리고 몇 칸 옆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니 오늘 날짜가 보였는데 난 이번 달의 마지막 일요

이라는걸 알고는 '시간이 날아간다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군!' 라고 속으로 몇번 되뇌인다.

그러다가 내 시선은 달력에서 주욱 신발장 옆 면을 타고 내려와 나의 신발 두 짝에 도착했다.

몇 번의 맛을 들여놔서 그런가 집 근처 pc 방이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신발을 쳐다본 뒤 휴대폰 시계를 쳐다 본다. 고민 되기도 하지만 뭐 한번 쯤 더 가는게

어떠냐 라고 생각하며 난 현관을 박차고 뛰어 나간다.

정문 앞을 나오며 건너편의 상가들 중에 pc 방 간판이 보인다.

pc 방 간판과 횡단 보도 신호등을 번갈아 쳐다본다. 왜 갑갑할 만큼 신호등 불빛은 바뀌지 않

는지 속으로 욕을 몇 번 지껄인다.

갑자기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차가 나의 앞으로 지나갔다.

반 쯤은 이미 인도에서 나왔던 나의 몸은 긴장하여 순식간에 인도로 올라갔다.

나는 한동안 속에서 깊이 우러나오는 안도감에 진땀을 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시 되 찾을 때 즈음 나는 순간적으로 주변의 사물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굵은 빗방울들이 우산 위로 떨어지고 손 잡이를 잡고있는 손엔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 전해 진

다.

얼마나 허공을 바라보며 서 있었는지 모른다.


내 주변의 어떤 사람이 아까 그 차에게 쌍욕을 하는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었다.

차는 정지선에 줄지어 서있고 나는 그들의 행렬 앞으로 하얀 막대를 건너 건너 밟으며 상가

앞으로 향한다.

몇 계단씩 몇 계단씩 오르고

층계에 버려진 꽁초. 본 모습을 알수없는 음식물. 봉투과자의 봉투. 윗층의 맥주집에서

꺼내 쌓아놓은 박스 들.

찰박 찰박 거리며 층계를 오르고

습한 기운이 내 몸을 지치게. 갖가지의 악취가 내 코를 무디게 한다.

"어서와"

출입 문에 위에 달린 조그마한 종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며 카운터에서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고 있던 카운터 누나는 문 쪽으로 스윽 보더니 나인걸 알아채고는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안녕하세요 누나" 라고 인사를 던진다.

반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 거리는 카운터 누나를 한번 쓱 보고는 카운터에 놓인 카드들

중 하나를 골라 든다.

6 - 70 평 쯔음 되어 보이는 pc 방은 두 공간으로 분리 되어있다. 흡연석과 금연석.

금연석은 흡연석 보다 출입문에 가까이 있고 흡연석은 금연석 건너서 있다.

나는 흡연석으로 향한다. 금연석의 몇 자리가 비어 있고 혼자 앉을 수 있는

모퉁이 자리도 꽤 있지만 흡연석엔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사촌형이 항상 사용 하는 자리 이고

혹 형이 있다면 같이 게임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형과 같이 게임을 한다면 득을 보는게 꽤

있다. 형은 항상 게임 상에서 좋은 아이템이나 많은 돈 등을 나에게 거저 주기 때문에 나는 쉽

게 게임을 즐길수 있었다.

흡연석과 금연석 사이의, 흡연석 출입문을 연다

마음이 점점 차분해 진다.

흡연석에 들어서며 진하게 느껴지는 담배연기가 원인 일지도 모르고

금연석과는 다른 차분한 색조명과 한층 조용한 것이 원인 일지도 모른다.

저기 너머로 사촌형 뒤통수가 보인다.

"형 ! 여깄었네." 나는 형의 옆자리에 서서 형이 하고 있는 모니터를 보았다.

형은 익숙치 않은 장소에서 나의 목소리 때문에 몰두에서 잠시 빠져나온 듯 보이지만,

형의 눈빛엔 쉽사리 떨쳐버릴수 없는 화려한 모니터 화면의 잔상이 보인다.

나는 옆자리에 앉으며 컴퓨터를 킨다.

"야이.. 너 집 안지키고.." 형은 말을 짧게 짧게 한다. 나는 답을 하며 형의 얼굴을 쳐다보았

다. " 지루해서. 글고 문은 잠궈났으니깐..."

형은 다시 게임에 집중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끝까지 말할 필요성을 마땅히 느끼지 못하여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나는 형과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나 있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사실이 되었다.

우리 둘은 웃고 떠들고 때론 욕도 하며 우리의 자리를 지켰다.

나와 형이 pc 방을 나왔을 때엔 써억 날이 풀려있었다. 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몸으론 날씨가 꽤 풀렸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형은 친구와 술자리가 있다며 횡단보도에서 나와 갈라졌고,

나는 혼자서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탈 뿐이였다.

엘리베이터에선 나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서도,내가 한일에 대해서도

조금 후회도 들었고 반면에 내가 보낸 시간은 꽤나 재미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느끼지 못했다. 내가 느끼는 다양한 관점에 의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되돌아보는 시간이 점점 느끼고 있다는 것을.

.
나는 언젠가는 아무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탈지도 모를것이라고 두려워 할 생각조차 않았다.
2008-11-26 00: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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