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의 소설
너와 나의 하늘 [2]
 교차
 2008-11-21 20:49:57  |   조회: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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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이 빛추는 폐허의 길을 걷는다.

건성으로 몇개 남지 않은 담배 중 하나를 입에 물게하고서, 무거운 배낭을 가까운 곳에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 왼쪽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런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나는 여동생을 찾고 있다.

3년전, 외계인 급습에 의해 잃어버린 나의 소중한 가족이다.
나야 어떻게든 살아남아, 제 2차 급습으로부터 도망칠수는 있었지만..
그때 전란의 혼란으로 인해 갑작스레 여동생과 이별하게 된것이다.

문득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메말라버린 하늘, 3차 급습후로도 물러가지 않은 잔존 외계생물체에 대한 인류의 파멸.
아니, 또 이런 암울한 생각을.
하늘은 더 좋고, 더 의미있는 그런 것이 아니겠나.
말하자면 나의 여동생도 마찬가지고.

-

근처의 빌딩 옥상에 올라서, 주변을 훒었다.

낮에는 소수, 밤에는 어디선가 대량으로 몰려들어오는 그 망할 놈들은 그 언제 어디서라도 방심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

나는 발치에 둔 배낭에서 대전차의 장갑마저 꿰뚫는다는 Z(저격총)를 꺼내고, Z를 받쳐줄 보조 장비를 놓아 옥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난간에 설치해두었다.

그리고 6시 방향에 있는 단 하나의 입구(철문)에 방금전 힘들게 아래에서 가져온 잡동사니─바리케이트─를 쌓아두었다.

뭐, 이것으로 완료랄까. 앞으로 30분 남았다.

나는 Z를 설치해둔 가장자리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태세를 정비하기 전에,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뭐, 내심 이러는것도 이상하지만 말이야. "

수많은 인간의 꿈이 살아 숨쉬던. 덧없이 영원한 밤하늘의 별들을 훒으면서,

" 쟤네들이 있으면 심심찮지 않단 말이지. "

어디선가 쾅!하고 울리는 폭음에 반응하면서 인류의 생존자 쿠는 가장자리로 달려나갔다.

-

마지못해 내쉬는 한숨이 옥상의 무거운 분위기를 찢었다.
털썩, 오랜 전투의 피로로 인해 주저 앉은 쿠는 그대로 대자로 뻗어버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눈을 감고,

' 당신은? '

' ‥생존자, 인가. 너.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

' 당신은? '

' 너말이야-. 듣고 있는거냐? '

' 당신은? '

' 으아─ 미치겠다! '

‥‥생각났다.
역시라고 하면 역시인가.
홧김에 그대로 생존자인 그녀를 두고 왔던게, 이제 막 생각이 나버렸다.

참, 이런건 절대 좋지 않은데말이지. 매우.

벌떡 상반신만을 일으켜, 손을 뻗어 배낭을 몸 가까이 옮겼다.
그리고 지도를 꺼내어 펼친뒤, 대충의 위치를 확인한다.

‥모순.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새삼 생각해 보는거지만, 나는 평정을 가장하고 있을뿐 그 무엇도 되먹는게 없다.
1차 급습 이래 나는 내가 이상해진다는것을 언제나 느낀다.
일상의 평온이 짓밞힐 만큼, 나는 정말 이상하다.
아니, 평온따위야 이제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엇,하고 의식이 돌아온다.
가끔 영문을 알수없는 나만의 정신 세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요 몇년간, 사람 한번 보지 못한게 화근이 될걸까?

‥젠장, 완전 병신이 다 됐군.

지도를 가방 깊숙히 쑤셔놓고 자리를 털고서 일어난다.
그리고 출구로 분간하기도 어려운 너덜너덜한 철문을 향해 배낭을 둘러매고 밖을 향해 출발.

아직 밝고도 밝은 점심쯤이다.

-

가쁜 한숨을 크게 몰아내쉬었다.

왠지 오늘따라 어이없게도 많은 한숨을 쉬어가는 자신에게 쓸데 없는 의문을 풀면서, 쿠는 목표에 도착하였다.

" 야, 이건 심하잖냐? "

기억 속에 녹아있는 그녀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피투성이채로.

───.

무표정한 그대로, 시체의 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면서.
그녀는 단 혼자서 수백의 외계생물체를 싸워 죽였다.
순간, 쿠는 얼어붙었다.

기계적이고도 수동적인 그 움직임. 그리고 시체의 산에서 옮겨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무너질듯한 하늘의 구름이 쓸쓸히 움직여간다.
쿠와 그녀는 아무런 행동 없이, 그저 서로만을 바라본채 있었다.
2008-11-21 20: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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