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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 축구냐, 추도냐를 놓고 정부와 종교지도자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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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0-09 08:13:40  |   조회: 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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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정치와 권력구조는 독특하다. 국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란은 회교를 국교로 하는 정교일치를 이념으로 삼는 나라이며, 국민이 투표로 뽑은 임기 4년의 대통령은 시아파 회교 최고지도자인 이맘(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의 영도를 따라야 한다. 즉 이란의 정체는 공화국이지만 회교지도자가 국가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는 신정(神政)국가인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같은 대통령 중심제 권력구조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동시에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각종 의전에 나오고 일본 영국 등 왕정국가는 국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권력을 내각총리가 행사하고 국민통합과 국가의 얼굴의 기능을 국왕이 담임하지만, 이란은 내정의 핵심인 군사와 사법권에 있어서도 종교지도자의 말이 대통령의 권위를 제압한다. 

이렇기 때문에 이란의 대통령과 이맘의 성향이 차이가 나면 정교의 갈등이 불거진다. 현재 이란의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이고 이맘은 알리 하메이니다. 전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는 반서구 강경파, 현 대통령 로하니는 중도실용파로 알려져 있는데 알리 하메이니 역시 대통령 출신으로 이란 혁명의 지도자인 호메이니의 측근이었다. 따라서 하메이니의 기본 성향은 반미 반서구적이며 이런 점이 이란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 발전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 혁명 주도세력의 눈으로 볼 때 축구장은 불온한 자들의 온상이며 축구는 경건하게 종교와 신앙에 집중해야 할 이란 국민의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축구를 금지하면 가뜩이나 스트레스 쌓인 이란의 민심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못해 용인하는 측면이 있고 국제사회의 외압이 심해져 국가적 단합을 고취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국가대표팀을 지원한다. 2013년 아마디네자드가 월드컵 최종예선 한국전을 앞둔 이란 대표팀의 훈련장을 찾아 반드시 이겨달라고 당부했던 것은 이런 사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란 정부는 그해 가을 한국 원정을 위해 대표팀에 전세기까지 지원해가며 승전을 독려했고 울산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이란 선수들은 한국을 꺾고 조 1위로 본선 진출했다.(그 경기에서 한국과 비길 경우 이란은 조 3위가 되어 우즈베키스탄에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내주어야 했던 상황)

이란축구협회(IRIFF)는 아시아에서 가장 심하게 권력에 시달리는 존재일 것이다. 사사건건 이란 정부와 이맘으로부터 간섭을 받아야 하고 그 지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이란의 권력이 IRIFF의 활동을 규제하거나 인사에 간섭해 FIFA의 제재를 받게 되는 상황을 교묘히 피하지만, 속된 말로 까라면 까야하는 입장에 있는 게 IRIFF다.

바로 그런 상황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라운드 이란 vs 한국 전을 앞두고 발생했다. 2017.10.16 pm 6:15(이란 시각)에 아자디 스타디엄에서 킥오프 예정인 이 경기를 시아파 회교의 순교자 후세인의 추도식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이맘의 생각이다. 10.15과 그 다음날이 후세인의 전사를 기념하는 날이고 모든 이란 국민은 후세인 추도행사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열렬 신자들이 웃통을 벗고 제 몸을 쇠사슬로 채찍질하며 행진하는 의식, 이를 아자리라고 함) 그런 날에 시끄럽기 짝이 없는 축구경기라니 어불성설이라면서 이맘은 노발대발하고 있다.

이란의 대통령 로하니는 축구는 축구고 종교 의식은 그것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데 비해 하메이니는 그런 거 없다 하던대로 해야한다고 고집을 부려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란축구협회에서는 위에서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겠다며 추도식을 피해 경기를 앞당기면 어떻겠냐며 FIFA와 AFC에 문의했는데 당사자인 KFA가 절대 반대하고 FIFA도 난색을 표해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대신 이란 선수들에게 한국전에서 골을 넣으면 세레머니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http://www.teammelli.com/2016/10/08/religious-leaders-turn-azadi-into-azadari-mourning-place/ 

참 딱한 IRIFF의 처지다. 정 해법이 없다면 아자디 스타디엄을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면 되지 않겠나싶다. 이란 선수들은 후세인을 애도하며 한국전에서 최선을 다해 뛰고 한국 선수들은 고 이광종 감독을 추모하며 이란을 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이란인들은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고 국가 주도의 종교활동에 참여하면 두루 해결될 듯 싶은데, 이란의 민심이 무관중 경기를 용납하지 않아 이란 정부와 종교지도부도 아자디에 운집할 10만 관중을 통제할 자신이 없나보다. 

2016-10-09 08: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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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빙좆 2016-10-09 10:09:29
종교가 무섭긴 무섭당~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예전에 호메이니인지 뭔지 하는 기이한 정권 때는
지금보다 더 심각했던 것으로 아는데...
축구하기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이란의 축구선수들에게 경의를^^

요즘 한국에선 신흥종교 '빠따교'가 난리예요.
부정부패 비리의 대명사인 KBO가 목사이고,
타락한 여야 부패 정치인들이 집사,
금품향응 접대에 쩌는 언론인들은 전도사
그리고
부패기득권층들(정치인과 언론인)의 회유에 넘어간 기업인들이 물주 노릇하는 호구 신도...
바로 그 종교 말이죠.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죠?
오죽했으면...
일반 신도들이
도박을 하든 여성들을 강간하든 승부조작을 하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게끔
철옹성 같은 아방궁까지 세워놨거들랑요.
신도들이 사고칠 때마다
정치인들이 법으로 발빠르게 면죄부를 주면
언론인들은 쓱싹 덮어주니 말이예요.

정치인과 언론인들로부터 버림받은
한국축구가
내일 모레 이란과 경기를 합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축구 환경도 이란 못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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