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처방한 의사들4] 신경외과 김영백교수와 나무와의 만남
[예술을 처방한 의사들4] 신경외과 김영백교수와 나무와의 만남
  • 편집국 김미성 기자
    편집국 김미성 기자
  • 승인 2010.06.2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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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종류가 참 다양해요. 사람의 지문처럼 같은 나무를 잘라도 나뭇결이 한 군데도 같은 것이 없어요. 나무를 같은 크기로 잘라, 한데 묶어놓기만 해도 그럴싸한 작품이 되지요. 저는 절대로 나무에 색을 칠하지 않는데, 자연적인 것이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죠."

‘... 자연적인 것이 제일 아름답다’라는 현 중앙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김영백 주임교수. 어쩌면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칭송하게끔 태어 난지도 모른다. 바쁜 가운데서도 목공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갓 태어난 듯 팔팔하게 숨 쉬는 나무의 맥으로 밋밋하고 평범한 일상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와 목공의 만남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공에는 대학 입학 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의과대학 진학 후 잠시 잊고 있다가 1991년 미국 장기연수 중에 목공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신경외과 전공 시절과 조교수 시절에는 바빠서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만 외국연수 후,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무엇보다 다행히도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 주었던 아내의 도움이 컸다.

김영백교수는 2008년 1월의 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데 “이는 평소 서양요리와 디저트에 관심이 있던 아내와 대화 도중에 나온 아이디어로 목공과 디저트를 함께한 책을 발간하면서 그동안의 작품들을 전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이전에는 같은 장소 'Art for Life'에서 암환자 자녀 돕기 기금마련행사의 일환으로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을 전시, 발품했다.

그는 전시회 2009년 '처방전(예술을 처방한 의사들)'의 출품작에 관련해서는 “특별하게 의도된 바는 없어요. 대부분의 저의 작품은 비구상입니다.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각자의 해석에 맡길 수 있다는 점에 있어 단순함, 조용함 가운데서 느낄 수 있는 가치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몇 점 선보인 것으로 만족 합니다”고 전했다.

나무로 작업을 하는 김영백교수가 생각하는 ‘나무’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나무의 문양과 모양은 같은 부분이 한 군데도 없는,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무들은 합하여 아름다운 숲을 이루기도 하지만 한 그루 한 그루 모두가 자체의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주 놀라운 것 같습니다. 각각의 나무가 주는 고귀함과 균형미를 나타내려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며 각별한 나무예찬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드러나진 않지만 나무를 만지고 다루는 일은 땀과 노력이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일은 막노동이나 다름없어요”라고 말하는 김영백 교수. “이어 붙이고 표면을 사포로 문지른 뒤 재단하고 짜 맞추고 기름칠하고 장비도 많이 필요한데, 한 가지 다행인 건 목공예에 쓰이는 도구들이 척추 수술용 도구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이에요. 그러한 점에서 신경외과 의사란 점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며 “목공은 제가 전공하고 있는 척추수술과 너무나 많은 부분이 닮았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병원에서의 일이 절대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사용하는 기구가 약 100배정도 비싼 것 정도일까요?”라고 덧붙였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주말에 힘들게 목공 작업하는 것이 주중의 스트레스를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김영백 교수는 현재도 병원과 학회에서 맡고 있는 일들이 많아 목공에 집중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목공에도 많은 장르가 있는데 그 중 쉐이커교(Shaker style)가구와 예술작품에 치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가공되지 않는 나무를 이용한 일련의 테이블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지런하고 단정함, 그리고 치밀한 꼼꼼함이 엿보이는 그만의 작품에서는 나무스스로 색과 문양을 나타낼 수 있도록 차분한 모양 그대로 내버려둔 ‘여유’가 돋보인다. 단순함, 그리고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김영백 교수. 그가 선보일 앞으로의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편집국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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