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Factory.30] 대중성과 작품성의 마법 같은 조화, 발레 ‘코펠리아’
[리뷰Factory.30] 대중성과 작품성의 마법 같은 조화, 발레 ‘코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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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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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이유 있는 ‘해설이 있는 발레’

인간은 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려한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 사방으로 날리는 꽃잎과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살아있는 세계는 물리적 힘에 의해 영구히 정지되며 박제된다. 순간에 대한 박제는 아름다움을 변화 없이 간직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시간의 흐름에 충실하다는 것, 시간을 배반한 그곳에는 삶과 사랑이 없다. 만지고 속삭일 수 없다. 그저 바라보아야만 한다. 여기, 시간을 거슬러 지난 기억을 붙잡아 두고 싶은 노인이 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람과 흡사한, 아니 ‘사람보다 예쁜’ 인형을 만들었다. 대화할 수 없는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고자 안간힘을 쓴다. 노인의 이름은 코펠리우스. 안타까운 그의 사랑과 간절함이 거대한 환상을 만든다. 이제, 그 동화 같은 시간들이 꿈처럼 펼쳐진다.

 

창가에 아름다운 소녀가 앉아있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나 여간해서는 꿈적하는 법이 없다. 도도하고 거만한 그 소녀의 이름은 코펠리아. 박사 코펠리우스가 만든 인형이다. 마을사람들은 코펠리아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 사건은 시작된다.

 

- 세상을 위한 동화
아름다운 무대가 전하는 발레의 또 다른 매력

 

발레 ‘코펠리아’는 E.T.A 호프만의 소설 ‘모래인간’을 모티브로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타나엘은 자동인형 올림피아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오해한다. ‘코펠리아’는 소설 ‘모래인간’에 등장하는 자동인형 ‘올림피아’와 ‘코펠리우스’의 합성어로 발레가 소설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들의 환상은 시공간의 물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의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다. 깊은 숲 속이나 호수처럼 상징적 공간에 존재했던 요정이나 백조 등과 달리 인형은 인간들의 생활공간에서 함께 거주한다. 발레 ‘코펠리아’는 인간이 자동인형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익살스럽고 위트 있게 그려냈다. 발레 ‘코펠리아’는 프란츠가 인형 코펠리아에게 매료되는 것과, 약혼녀 스와닐다가 자동인형의 실체를 밝히고 프란츠를 구출하는 과정을 스토리의 중심으로 삼는다.

 

국립발레단의 발레 ‘코펠리아’ 무대는 동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해설자의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이 아름다운 동화는 먼저 파스텔 톤의 화사한 무대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동화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재치 넘치는 캐릭터들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동화책은 새콤달콤한 사탕처럼 다양한 맛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발레 ‘코펠리아’는 기존의 클래식 발레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마임과 제스처를 선보인다. 그들에게는 유머가 가득하며 관객들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그들의 유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발레 ‘코펠리아’는 발레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잊지 않았다. 발레의 다양한 테크닉들이 펼쳐지며 관객들의 박수와 탄성을 이끌어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이뤄낸 이 작품은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 관객들도 유년의 향수에 젖어들게끔 한다. 발레에서 기대하는 테크닉과 기대하지 못했던 신선함을 선사하므로 모두가 즐거운 공연이 됐다. 또한 신인 무용수들만으로도 화사해진 무대는 새로운 발레 스타의 탄생을 선포했다.

 

- 친절한 동훈씨
발레 ‘코펠리아’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해설이 있는 발레’는 발레 대중화를 위한 국립발레단의 노력이 굵은 땀방울처럼 뚝뚝 묻어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해설이 있는 발레’가 갈라 형식의 공연이었다면 발레 ‘코펠리아’는 ‘전막 해설발레’를 시도한다. 그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해설자는 발레 스타 이동훈. 그는 박사 코펠리우스와 같은 옷을 입고 등장, 어린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제스처와 표정을 취하며 함께 호흡하기를 유도한다.

 

전막 발레에서 해설자의 등장은 극의 흐름을 끊어버릴 수 있는 우려가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리한 발레 ‘코펠리아’는 극이 전환되거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타이밍을 활용, 해설자의 등장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구성됐다. 이로 인해 해설자의 등장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우면서도 극에 활기를 주며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동훈은 상황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발레의 매력 어필을 적절히 조화시키므로 해설자의 존재를 백분 활용했다. 그는 작품의 전체적 흐름과 같은 방향, 같은 크기의 출렁거림으로 발레 ‘코펠리아’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국립발레단의 발레 ‘코펠리아’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박사 코펠리우스에 대한 애정과 연민도 놓치지 않았다. 코펠리우스는 자신의 믿음이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코펠리우스는 퇴장했으나 그의 마법이 관객들에게도 전달, 진심이 가장 큰 마법임을 알린다. 이제 그의 마법은 국립발레단의 발레 ‘코펠리아’와 함께 계속 될 것이다.

 글_편집국 이영경 기자, 사진_편집국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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