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치열한 일상도 객관적으로 보면 모두 코미디, 연극 ‘숲귀신’
[리뷰] 치열한 일상도 객관적으로 보면 모두 코미디, 연극 ‘숲귀신’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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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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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희곡작가 안톤 체홉의 숨겨진 명작 ‘숲귀신’이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연극 ‘숲귀신’은 체홉이 29세인 1889년 발표한 작품으로 아브라모프극장에서 초연됐지만 혹평을 받으며 참혹한 실패를 거둔다. 이에 체홉은 ‘숲귀신’에 대한 출판과 공연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고, 10년간의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바냐아저씨’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표한다. ‘바냐아저씨’는 체홉의 대표 희곡 중 하나다.

 

국내 연출가 전훈은 이 잠들어 있던 체홉의 명작 ‘숲귀신’을 흔들어 깨우기에 이른다. 121년 만에 국내 초연되는 셈이다. 전훈은 체홉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연출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지난 2004년 체홉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체홉 4대 장막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재치 있는 번역과 감각적인 연출로 그 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연극 ‘숲귀신’ 역시 전훈의 번역 ‧ 연출로 노컷, 노어레인지라는 원칙 아래 원작 그대로를 무대로 옮기려 노력했다.

 

- 체홉,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

 

러시아의 대문호 체홉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가지고도 절묘한 극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데 선수다. 후대 사람들은 “20세기 현대연극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라는 말로 그를 치하했다. 연극 ‘숲귀신’ 역시 대사와 등장인물들의 성격, 배우들의 연기모두 리얼리즘에 입각해 있다. 판타지나 낭만주의에 비해 리얼리즘은 오히려 유머를 만들어내기 쉽다. 박웅, 최대웅, 류태호, 최원석 등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는 마치 일상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인데도 우스운 건 현실의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무대 위 배우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냐아저씨’의 전신 격인 연극 ‘숲귀신’은 ‘바냐아저씨’와 매우 흡사한 극적구조를 갖고 있지만 체홉이 청년 때 썼던 작품이라 그런지 다른 장막극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결말과 활기찬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명한 퇴임교수, 그의 젊은 두 번째 아내 옐레나, 교수 전처의 오빠 이고르, 일명 ‘숲귀신’ 흐루쇼프 등 모두 각자의 한계를 가진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치열하게 사는 우리들처럼, 연극 속 그들 역시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관객들은 제3자가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본다. 그리고는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일생이란 결국 코미디라는 것을 발견한다.

 

연극 ‘숲귀신’은 체홉탄생 150주년 기념 페스티벌 두 번째 작품으로 오는 4월 2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편집국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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