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5) 날뛰는 한국영화 정말 왜 이러지?
[조우석 칼럼] (5) 날뛰는 한국영화 정말 왜 이러지?
  • 조우석 칼럼니스트
    조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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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제작사 암살범 문세광 곧 영화화

-문세광 앞세워 박정희 대통령 두 번 죽일 심산?

-한국영화, 공동체 파괴하는 끔찍한 장르

요즘 뒷맛 개운치 않은 게 암살범 문세광을 영화로 만든다는 그 뉴스다. 터놓고 말할까? 첫 느낌은 병든 지 오래인 한국 영화가 정말 갈 데까지 가는구나하는 점이다. 이 나라 영화판의 황당한 발상과 기획이 끝내 근현대사를 박살 내는 지경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나만의 과민 반응일까? 앞뒤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문세광을 다룬 영화는 가제를 ‘암살자들’로 정했다. 그걸 제작하는 영화사는 천만 영화 ‘서울의 봄’으로 일어선 하이브미디어코프(대표 김원국)이며, 연출은 감독 허진호가 맡는다. 그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접근했던 감독 올리버 스톤의 ‘JFK’처럼 끌고 가겠다는 그 영화사의 구상이다. 이미 막연한 기획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여기서 기억해둘 게 있다. 그 영화사는 ‘서울의 봄’ 성공 이전에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를 주인공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475만 관객)을 만들었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1000만 관객도 가능했을만큼 위협적이었다. 더욱이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전두환 대통령의 언론 통폐합을 다룬 별도의 영화 ‘K공작계획’(가제)도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간단하다. 결국 저들은 지금 박정희-전두환을 각각 두 번씩 죽이겠다는 뜻을 품은 채 움직이는 셈이다.

물론 영화란 게 구상하고 기획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 투자 배급사를 잘 만나야 하고, 설사 촬영이 순조로워도 후반작업이란 난제도 있다. 그렇게 다 해놓고도 개봉 못한 채 끝내 사장되는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런 걸 감안한다하더라도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기록을 세운 하이프미디어코프의 현재 역량을 무시 못한다.

그 영화사는 꼭 10년 전 설립된 이래 준 메이저급이다. 흥행에 실패했던 ‘마약왕’, ‘천문-하늘에 묻는다’등도 적지 않다지만, ‘내부자들’(관객수 707만 명), ‘덕혜옹주’(관객수 550만 명)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남산의 부장들’ 흥행 성공작도 상당수다. 저들이 밀어붙인다면 또 한 번 영화판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하필 암살범을 전면에 내세운 컨셉의 영화 ‘암살자들’의 주는 느낌이 영 개운치 않다.

저들이 모델로 하겠다는 영화 ‘JFK’만해도 제목부터 잘 살펴보라. 미국사회에 여전히 신화로 남아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위상은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그 점 분명하다. 그리고 암살범 오스왈드를 주인공을 내세운 것도 아니다. 그 암살의 배후를 캐는 검사 짐 개리슨(캐빈 코스트너)의 활약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사람들 궁금증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충족시켜준다.

반면 ‘암살자들’은 제목도 그렇거니와 영화사가 말하는 현재의 컨셉으로 보아 문세광을 주인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총련계 인물인 문세광을 내세우는 순간 그의 행동과 의도 그리고 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육영수 여사 암살범,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범에 불과한 나이 갓 스물두 살의 문세광을 옹호하는 쪽으로 자칫 흘러가는 셈이다.

오버가 아니다. ‘서울의 봄’과 ‘남산의 부장들’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정치적 성향을 우린 다 알고 있지 않던가? 저들은 우리 현대사를 따듯하고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볼 줄 모른다. 현대사는 기회주의가 득세했고, 정의가 죽은 과정으로 보려는 노무현 식의 운동권적 시각에 충실할 뿐이다. 박정희-전두환은 민중을 억압한 나쁜 독재자란 시야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죽하면 ‘서울의 봄’과 ‘남산의 부장들’이 이번 총선과, 지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정치 기획상품이란 지적이 수두룩했던가? 그런 주장에 앞장섰던 건 바로 나였다. 지금도 소신에 변함없다. 김대중 정부 등장 이래로 한국영화는 좌파와 돈파의 결합 즉 좌익상업주의가 활짝 피어난 무법천지의 공간으로 변질됐다.

더 심하게 말하면 오늘날 한국영화는 국가공동체를 파괴하는 끔찍한 장르다. 지난 30년 한국 영화는 주사파 세력의 정치하청업 영역인 것도 사실이다. 편향된 얘기가 아니다. 영화판의 저 헛똑똑이들이 대한민국을 긍정하고, 이승만-박정희를 제대로 담아낸 작품을 한 편이라도 만든 적이 있던가? 2월 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이 전에 했던 말을 한 번 곱씹어보자.

“계속해서 (좌파 영화판에) 묻고 싶다. 그렇게 (한국 사회를) 욕보이니까 좋은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가? 그동안 한국 사회가 좌경화된 이유가 다 있다. 도대체 저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뭘까?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정면 부정인가? 그럼 종국에 가서 얻고자하는 그들만의 정의로운 사회는 또 무엇인가?”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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