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3) 문재인은 정말 간첩일까?
[조우석 칼럼] (3) 문재인은 정말 간첩일까?
  • 조우석 칼럼니스트
    조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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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장영관, 신간에서 100가지 의혹 제시

-얽히고설킨 이석기-문재인 커넥션도 문제

-총선 승리 뒤 윤석열 정부가 칼 뽑아야 마땅

미리 양해를 구할 게 있다. 굳이 이 글을 보지 않으셔도 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우선 말씀드린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을 사법처리하는 건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부른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우선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이러저런 정책실패를 했던 게 사실이지만, 전직 국가원수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건 지나친 매카시즘의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그런 부류의 정치인들을 우린 안다. 문재인 시절 국회의장을 지냈던 문희상이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문재인은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하고 있다”고 자기 책 <대통령-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경계 펴냄, 2017년)에서 표현한 바 있다. 포복절도할 일이다. 문희상은 문재인이가 그래도 자기 편이라고 사람을 보는 눈 자체가 멀었던 건 아닐까?

그런 건 노무현의 친구로 잘 알려진 전 행자부 장관 김정길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은) 성품 온화하고, 모셨던 노무현이 대통령 된 뒤 겪는 고초도 봤으니 제대로 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하며 그는 예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포문을 열었다. 탈원전이나 부동산 정책 모두가 잘못됐고, 국가를 둘로 쪼갠 적폐 청산이란 구호에도 그는 절망했다고 밝혔다.

모두 틀렸다. 문희상과 김정길은 속았고, 온 국민이 지난 5년 문재인에게 당했다. 문재인의 5년은 정책 실패가 아닌 대한민국 해체의 과정이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우린 문재인 내부에 도사린 마성(魔性)을 채 인지하질 못했다. 그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나오면 안 될 종류의 인간이라는 게 전부터 내 판단이다. 그러던 차에 신념을 확인해주는 책을 만나서 요즘 신났다. 새로 나온 책 <대통령이 된 간첩>(북저암)이 문제의 저술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오시는가? 그렇다. 2년 전 나왔던 <문재인의 정체>(자유민주아카데미 펴냄)란 책을 썼던 저자 장영관이 작업했다. 그때는 장삼이란 필명을 썼지만 이번에는 본명을 밝혔다. 그리고 자유민주당 당 대표로 있는 고영주 변호사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책임도 함께 지겠다는 장한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고영주 변호사를 독자들은 잘 아실텐데 그분은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오래 전 했던 발언으로 재판도 받고 시달렸지만 끝내 승리했다. 그래서 영웅인데, 놀라운 것은 이 책은 부제대로 ‘문재인을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100가지 이유’를 빼곡히 적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하나하나 검증되고, 또 문재인에게 책잡힐 일 없는 얘기로 팩트 폭격을 감행하고 있어 사뭇 듬직하다.

분명히 말하지만 문재인은 임자 만난 게 분명하다. 때문에 이 책을 다 본 뒤 충실한 서평을 쓰려했는데, 구상이 초장부터 틀어졌다. 책 앞부분 문재인과 통진당 이석기 사이의 커넥션을 밝힌 대목부터 설득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 대목의 결론은 이석기를 키운 건 8할이 문재인이라는 것이다. 운동권 출신으로 1990년대 말까지 체포대상이던 이석기가 국회의원 뱃지를 단 과정 하나부터 끝까지 문재인의 정교한 연출 덕분이었다는 지적에 정신이 번쩍 났다.

통진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2014년에 강제해산이 되고 이석기가 감방에 갇혔을 때도 그를 다시 가석방(2021년)시켰던 자도 역시 대통령 임기 말 무렵의 문재인이었다. 왜 이석기의 처음과 끝 모두에 문재인이 빠짐없이 등장할까? 한 번 실수할 수 있고, 두 번도 가능하겠지만 그게 세 번 네 번 반복된다면 무언가 거대한 복마전이 숨어있다고 봐야 옳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사실 젊은 시절의 이석기는 이미 1980년대부터 반국가활동 협의로 수사선상에 올랐고, 드디어 1999년 민혁당의 주요 피의자로 체포 대상이었다. 그가 2002년 체포되어 대법원을 통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그 이듬해 문재인이가 딱 등장한다. 당시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이었다. 그래서 이석기를 광복절 특사 대상에 덜컥 포함시켜 우선 가석방을 시켜준다. 대법원의 형 선고 불과 1년 뒤인 2003년도의 일이다.

더 놀라운 건 2년 뒤인 2005년 문재인은 또 한 번의 특사를 단행해 이석기에게 피선거권까지 완전 회복시켜주는 대목이다. 정말 문제 있다. 한 정권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거푸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했다? 문재인-이석기 둘 사이에 뭔가가 있지 않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에도 사람들이 수군수군했던 사안인데 이번에 너른 시야 속에 앞뒤 맥락을 살펴보니 뭐가 하나로 쫙 꿰어진다.

그 결과 당시 이석기는 풀려나와 대한민국을 파괴할 통진당을 만들고 자신은 국회의원이 될 준비를 착착착 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또 문재인이 등장한다. 당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란 꽃길을 이석기에게 깔아준 것이다. 야권연대란 민주당과 통진당 사이의 야합이다. 통진당에서 후보를 낸 지역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시 그걸 백낙청의 원탁회의가 주도했지만 뒤에서 백업해준 것도 모두 문재인이었다.

그래서 당시 대한민국 전복을 준비하던 통진당은 이석기를 포함해서 무려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원내 제3당 지위에까지 올라섰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둘 사이의 커넥션은 대체 어떤 얽히고설킨 관계란 말일까? 흥미롭게도 저자는 문재인의 이석기 관련 발언을 다 추적해서 우리 궁금증을 풀어준다.

우선 2013년 가을 이석기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국회에서 있었다. 당시 264명 투표에 255명이 찬성해서 압도적이었지만, 당시 문재인은 기권표를 던졌다. 그리고 3개월 뒤 자신의 속마음을 이렇게 드러냈다. “통진당 해산은 반민주적 폭거다”“종북몰이에 제일 분노한다.” 헐, 놀랠 노자다.그건 ‘빨간 인간’이 아니고선 결코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 이전인 2012년 6월 민주당 대선주자로 관훈클럽 토론을 할 때도 “극소수의 종북주의자가 대한민국 안전에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떠들어댔다. 숫제 발가벗고 이석기를 결사 옹위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칼럼의 중간 결론은 문재인을 간첩으로 볼만한 합리적 의심의 대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음 고영주-장영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길 바란다.

“통진당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아 남한 내의 주요 기간 시설을 파괴하는 계획을 세우고, 조직원들에게 ‘전쟁 대비 3대 지침’을 하달하는 등 내란을 음모하다가 강제 해산된 좌익혁명 정당이다. 헌재의 선고문에는 통진당을 북한식 사회주의를 한국에 구현하려는 반역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은 이석기와 통진당을 원내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특별)사면과 선거 연대를 (반복)했을 것이다. 문재인도 북한과 내통했을 것으로 의식되는 대목이다.”(42쪽)

이 글의 결론이다. 문재인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사와 국가 정체성을 바로 잡는 지름길이다. 문재인이야말로 대통령의 말대로 반국가세력의 상징이며 그걸 보여주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지난 2년 윤석열 정부가 미적대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 총선 승리 뒤 그를 법정에 세우길 바란다. 우리에겐 <대통령이 된 간첩>이란 무기가 있지 않던가.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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