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2) 배우 이정재와 윤 대통령, 왜 잘못된 만남 가졌나?
[조우석 칼럼] (2) 배우 이정재와 윤 대통령, 왜 잘못된 만남 가졌나?
  • 조우석 칼럼니스트
    조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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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재, 9일 문화인 신년회에 정부 초대 받아

 -영화 ‘헌트’에서 대통령 암살 부추긴 죄는 어쩌지?

-윤석열 정부, 문화전쟁 대신 왜 엉뚱한 자살골만

서로 환하게 웃는 표정과 함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구이겠는가?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배우 이정재인데, 자리는 1월 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4년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다. 대통령은 부드러운 미소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고, 이정재 역시 공손한 태도로 왼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팔 중간을 떠받쳐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내 눈에 잘못된 만남으로밖에 안 보인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 자리에 정부가 손님을 잘못 불렀던 케이스다. 왜 그럴까? 비유컨대 사람을 죽이겠다고 칼을 들었던 강도의 정체를 몰라보고 자신의 안방에 초대한 모양새다. 그래서 대형사고가 맞다. 배우 이정재의 입장으로 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설령 초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제정신이라면 결코 가면 안 되는 자리였다.

왜 그런가? 배우 이정재는 첫 연출작으로 2년 전 500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헌트’를 만든 원죄가 있다. 다 아시듯 그 영화는 간첩 잡는 기관인 안기부 내에 숨어든 간첩 박평호(배우 이정재)가 그곳의 넘버2인 안기부 차장이란 설정을 했다. 그가 또 다른 안기부 차장 김정도(배우 정우성)와 경쟁을 벌이는데, 놀랍게도 대통령 전두환 암살이 그들의 공동 목표다.

광주 5·18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고, 그 이후 집권한 권력은 정의롭지 못한 세력으로 낙인찍는 걸 전제로 작품은 시작한다. 그것만 봐도 전형적인 운동권 영화 스타일이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을 위해 뛰는 안기부 실력자와, 정의로운 북한 간첩이란 막장의 설정 자체가 너무 끔찍하다. ‘헌트’는 ‘공동경비구역JSA’을 찜쩌 먹고, 얼마 전 1000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서울의 봄’을 예고했던 무서운 좌파영화가 맞다.

정말 기겁할 노릇은 그 영화가 현직 대통령 윤석열을 죽이자는 복선을 깔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관객 대부분은 그렇게 이해했다. 열 말이 필요없다. 한 대형 포털에 나란히 달린 네티즌 리뷰 세 개를 소개한다. “대통령을 제거하라! 메인카피 점수만 10점 준다” “시리즈2를 기대한다. (김건희) 여사도 제거하라!” “윤석열 제거!”(누구도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마시라. 만일에 대비해 그걸 캡춰해놓았다는 걸 오늘 밝혀둔다.)

사실 개봉 직전 그 영화의 대형 포스터가 내걸렸던 지하철 2호선 교대역을 지나가던 내가 깜짝 놀랐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훤하다. 다짜고짜 포스터 중간을 장식한 주먹만한 헤드카피 “대통령을 제거하라!”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건 바로 몇 개월 전 취임했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너무도 섬뜩했다. 그런 나의 추정은 결코 잘못이 아니었다. 얘기는 그걸로 끝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건 이후 윤석열 정부가 마치 그 영화 ‘헌트’를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해 말인 2022년 12월에 배우 이정재에게 금관문화훈장을 떡 하니 걸어줬다. 영화 ‘헌트’가 아닌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문화에 좋은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연출자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에게 나란히 훈장을 준 것이다. 그리곤 윤 대통령과 이정재가 나란히 사진도 찍었다.

그게 바로 그 사진인데,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TV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야 한다. 불과 몇 개월 전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 교사 선동을 했던 끔찍한 일은 윤 대통령과 이정재 둘이 서로 다 잊어버리기로 작정한 것일까? 곤혹스럽다. 그러더니 이번 2024년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이정재가 친(親)윤석열 문화예술인으로 분류돼 정식 초대까지 받은 것이다.

곤혹스럽게도 바로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결코 해선 안될 발언까지 용감하게 해버렸다.“지원하되 간섭하진 않겠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반복한 것이다. 오늘 다시 묻자.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대체 어디까지 망가질 것인가? 세상이 다 알 듯 한국영화는 발상·소재·상상력 모두가 끔찍한 수준으로 골병이 들었는데 대체 이걸 어찌할까? 그걸 손보자는 문화전쟁은 이 정부에선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그냥 자살골만 넣고 말 것일까?

우린 기억한다. 얼마 전 이정재는 그와 고교 동기 한동훈과 밥을 먹으며 연예인 마케팅에 동원되기도 했다. 이대로 모두가 어울렁더울렁 흘러가다가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고 나라는 망가져도 좋은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배우 이정재는 다시 생각해봐도 잘못된 만남이 맞다. 나라가 망가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나는 이미 몇 차례 경고했다.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그 원인의 90%는 국가의 재앙인 영화판의 선동 때문이라고... 이걸 어찌할 것인가.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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