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남 기자]지난 1996년 재건축이 추진된 이후 무려 27년 동안 재건축 조합 설립조차 하지 못했던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하 은마)가 오는 19일 드디어 재건축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조합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재건축이라는 목표를 위해 이제야 달릴 준비를 하는 은마의 발목에는 여전히 풀어야할 여러 족쇄들이 잠겨있다.
◆추가 부담금 문제
특히 조합원 추가 분담금 문제가 그 대표적 족쇄 중 하나이다. 애초 은마의 용적률은 204%에 그쳐 주변 아파트들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서울시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정비 계획 결정 및 정비 구역 지정안’에 따르더라도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총 4424세대로 이루어진 은마의 일반 분양가는 평(3.3㎡)당 7100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의 주변 아파트보다 높게 측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최고 35층/5578세대로 서울시를 통과한 정비계획안으로 재건축 시 조합원 추가분담금은 최고 9억4천만여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까지 더해지면 실제 조합원의 추가부담금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추가부담금 부담을 덜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후 층수는 49층 용적률은 300%까지 높이고 그에 따른 세대수도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은마 갈등: 31평(전용면적 76㎡) 평형이동
문제는 은마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1평형 소유주들 중에는 많은 이들이 추가부담금 부담을 우려한다는 것. 이 때문에 재건축 후에도 큰 평수가 아닌 똑 같은 31평형으로 수평이동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계획 상 전용면적 76㎡인 31평형은 없다는 것이다.
은마는 독특하게 전 단지가 31평형(전용면적 76㎡)과 34평형(전용면적84㎡) 이렇게 2개 면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수가 작은 31평형이 2674세대로 1750세대인 34평형보다 924세대가 많다.
현재 31평형의 권리가액은 종전자산평가금액 19억 원에서 추정비례율 100.15%를 적용해 19억279만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된 34평형의 권리가액은 22억324만 원 정도가 된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재건축되는 은마는 전용면적이 59㎡, 84㎡, 91㎡, 99㎡, 109㎡ 총 5가지로 분류가 된다. 해당 전용면적의 조합원 분양가는 15억9229만 원, 22억1892만 원, 23억8550만 원, 28억4305만 원이다.
이에 전용면적 76㎡의 31평형 소유주가 기존 이상의 최소 전용면적을 가진 84㎡형으로 분양을 받으면 84㎡형에 해당하는 조합원 분양가 22억1890만 원에서 크게 늘어난다. 즉 31평형 은마의 현 권리가액 19억279만 원을 제한 가격인 3억1612만 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 가장 큰 전용면적인 109㎡형를 분양 신청하면 9억4025만 원의 최대 분담금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전용 면적 84㎡인 34평형 소유주 같은 경우 같은 면적인 84㎡를 분양받으면 1567만 원 정도의 분담금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한 단계 상위 면적인 91㎡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추정분담금은 1억8226만 원 정도로 31평형 소유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받지 않는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재건축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은 31평형 소유주들이 자체 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과 더 부합되는 공약을 내세우는 조합장 후보 지지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성 후보 “100% 원하는 평수 이동 보장 가능”..공약 실현 자신감
31평 관련된 문제가 은마 재건축의 갈등의 한 축으로 대두되자 오는 19일 조합창립총회에서 조합장 자리를 두고 맞붙을 두 명의 후보들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해결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발표한 상태다.
먼저 비대위 은소협 전 대표인 이재성 후보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동일 평형 마이너스 분담금 실현 ▲전 조합원 100% 원하는 평수 이동 보장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공약 실현의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조합장 당선 이후 3개월 이내 모델하우스를 건립하여 분담금이 적시된 설문조사를 거쳐 (31평형 수요에 따라 현 정비계획에는 없는 31평형을 추가해 정비계획을) 변경하고 수평 이동을 원하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100% 반영하고 이후 상향 평형 이동자들을 반영하면 될 것”이라면서 ‘전 조합원 100% 원하는 평수 이동 보장 공약’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설명했다.
◆최정희 후보 “31평 신설 공약 나도 있어..100% 원하는 평수 이동은 불가능”
현 추진위원장인 최정희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비슷하게 모델하우스 건립 후 평형 등 조합원 수요를 예측해 정비계획을 변경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최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1평형 신설은 이미 약속한 사안이고 저의 공약에도 있다”라며 “은마는 31평소유자가 다수여서 불이익 받을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하는 이동 평수 관련한) 1차 설문조사에서 40평대 이동 수요가 많고 31평 수평 이동은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다”며 “많지 않은 31평대 수평이동을 원하는 소유주들을 만족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리처분시 최대한 조합원 수요에 맞추겠지만 용적률이 한정되어 있어 100% 맞추기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40평 이상 대형 평수는 20평짜리 2채이므로 수요에 다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평수 이동을 원하는 수요에 맞추기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최정희 “‘31평 평형이동’ 논란은 이재성이 대표로 있는 은소협의 분열조장”
최 후보는 이 후보 대표 공약인 ‘평수 이동 보장’에 대해서 조합장 후보 등록 당시 주민들 제출 후보 추천서 수량에서 크게 뒤쳐졌던 이 후보가 “비대위 측 평형별 소유자간 분열조장으로 조합설립을 늦추고 표를 확보하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다수의 은마 소유자들이 조합장 선거 상대인 이 후보가 대표로 있는 비대위 은소협에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은소협이 자신들의 이름을 숨기고 31평형 일반 소유자라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자신은 물론 시댁도 31평 소유자이며 동일 평형이나 조금 더 넓은 평수로 분양받을 계획에 있다’고 강조하며 “실제 31평 소유자들의 조합설립 동의율은 90%에 육박하고 (상대 후보 측에서 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동요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최정희 주장 사실 아니야” 반박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최 후보가 언급한 이동 평수 관련한 1차 설문조사는 분담금을 적시하지 않아 정확한 설문조사가 아니었다’며 ‘그런 이유로 40평대 이동 수요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31평이 34평 이동시 분담금과 이주비 이자 포함 5억, 31평이 38평 이동시 9억 정도이기에 분담금을 적시해서 설문조사할 경우 (31평형 수평이동 수요가 많지 않다는 최 후보 주장과는 다르게) 수평이동 또는 하향 평형이동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소협이 정체를 숨긴 채 31평형 일반 소유자’라는 최 후보 의혹제기에는 “31평 소유주 모임은 별도이며 해당 모임은 31평 소유주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모임이다”라고 반박했다.
◆은마는 달리고 싶다
재건축 논의에서 부터 20년여의 세월을 반복해서 이어오고 있던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도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은마 정비계획안 수정가결’로 사라졌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오는 19일 조합설립 총회를 위해 이미 1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수용 가능한 장소 대관을 완료했으며 당일 총회 관련한 의결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이제 은마는 재건축을 향해 달려나기 위해 ‘31평 평형이동 입장차’ 등으로 유발되는 ‘입주민 간 갈등’이라는 족쇄를 하나만 더 풀면 된다. 이미 조합장으로 나선 두 후보들은 이에 대한 방안과 입장을 공약 등으로 밝히고 있다.
27년간 멈춰있던 은마가 달리기 위해서는 총회 당일 조합원들의 슬기로운 선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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