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불모지였던 양양, 청년 농사꾼이 키웁니다.
딸기의 불모지였던 양양, 청년 농사꾼이 키웁니다.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3.01.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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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군 강현면 장산리에 2호 농가 탄생, 22년 12월 겨울 첫 출하

매서운 추위가 위력을 더해가는 것과는 반대로 강원도 양양에서는 딸기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올라가고 있다. 원래 양양이 딸기로 유명한 고장은 아니다.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을 했다는 낙산배가 꽤 유명세를 탔고, 송이버섯이 전국 최고의 브랜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딸기로는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양양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한 1호 농가도 2018년에서야 첫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호 농가는 개인적인 사유로 2022년에는 딸기를 출하하지 못했다. 대신 청년 농부 한 명이 강현면 장산리에 터를 잡고 2호 농가로 딸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2호 딸기 농사꾼의 주인공은 20대의 젊은 농부 김수행 대표다. 그는 작년 9월까지 비닐하우스 설치 공사와 식재를 마치고 12월에 첫 출하의 기쁨을 맛봤다. 양양 출신도 아닌 그가 어떻게 양양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

양양 장산리 피지컬베리 농장에서 출하한 '설향' 딸기(사진: 피지컬베리 제공)

딸기농장의 이름은 ‘피지컬베리’다. 건강한 농부가 건강한 딸기를 만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피지컬(physical)이 ‘물리적인’, ‘물질적인’, ‘육체적인’, ‘신체적인’이라는 뜻이니 딸기를 먹고 신체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듯하다. 

현재 2개 동의 온실 - 우리나라에서는 비닐하우스라는 단어가 더 정확하게 뜻이 전달될 듯 - 을 연결하여 총 1,100제곱미터, 옛날 표현으로 약 340평 면적에서 딸기를 키우고 있다. 앞으로 총 5개 동까지 증축, 연결해 약 1,000평의 부지에서 딸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 동안 계속 딸기를 생산할 수 있고, 납품, 직거래뿐만 아니라 주변 농가와 연계해 딸기 수확 체험농장도 운영하게 된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흙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실제로 공부와 직업은 미용 분야를 하게 되면서 미용사로 일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꿈이 계속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기 때문일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원래 하던 미용사를 그만두고 농업대학에 입학, 2년간 전문적인 농업 공부를 하게 됐다. 그 후 딸기만 1년 동안 더욱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배운 후에 딸기 농사를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양양의 2호 딸기 농장 피지컬베리의 김수행 대표

많은 상품 작물 중 딸기를 선택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딸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겨울철 과일 중 하나로 귤, 사과 등과 선두를 다투고 있다. 그만큼 상품성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물론 김 대표 본인이 딸기를 매우 선호한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양양 출신이 아니다. 충주 사람인 김 대표가 양양에서 딸기 농사를 짓기로 마음을 먹은 가장 큰 이유는 기후였다. 이전에 몇 차례 양양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했던 김 대표는 양양의 겨울 기후가 온화한 것을 기억했다. 양양은 태백산맥이 칼 같은 겨울 북서풍을 막아주고, 동쪽으로는 동해 바다를 끼고 있어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딸기로 유명한 논산과 비교했을 때도 양양이 연교차가 적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겠다는 계산까지 했다. 한 가지 우려스런 점은 바람. 김 대표 생각에는 바람만 제외하면 딸기를 키우기에 정말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 양양이라고 생각했다. 

피지컬베리의 온실 실내 전경. 약1,100제곱미터(340평) 규모다.

김대표가 키우는 품종은 ‘설향’이다. 설향은 우리나라 시중에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입맛에 맞는 종이다. 쉽게 말하면 딸기에 있어서 '국민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넘게 국내에서 연구, 2012년에 품종보호 출원을 한 종이라서 우리나라에서 키우기 적합하고 겨울철에 재배할 수 있다. 해외로 로얄티도 나가지 않는다.

겨울에 키울 ‘설향’을 심기 위해 2022년 상반기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8월 말에 비닐하우스를 완공했지만 온도, 습도 조절 등의 제반 시설을 설치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결국 9월 하순에 설비를 모두 마치고 9월말부터 3일에 걸쳐 딸기를 심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식재가 늦은 탓에 겨울 수확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부지방에서는 딸기를 출하해 소득을 올리고 있을 때 김 대표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돈 욕심만 바란다면 다른 재배 농가에 맞춰 속성으로 딸기를 출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식재한 딸기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강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튼튼한 딸기 몸통체을 만들어서 나중에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다고 판단했다. 

흰색의 딸기꽃과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 과실이 대비를 이룬다.

김 대표의 딸기 농사 계획은 여름에 하우스를 짓고 가을 전에 식재를 마친 후 겨울 전에 딸기 ‘풀’을 튼튼하게 키워 겨울 동안에 딸기 열매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애초 계획은 마트 등에 70% 정도 납품을 하고 30% 정도는 택배 주문 같은 직거래를 하는 것이었으나 반전이 일어났다. 딸기 출하를 알리자 주변에서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납품하기로 했던 마트에 공급할 물량을 대지 못할 정도로 직거래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현재까지는 직거래 주문 물량만 소화하고 있으며 직거래 주문은 훨씬 나은 수익 구조를 선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딸기 판매는 3월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딸기 생산은 5월까지 가능하지만 최고의 상품성을 유지하는 것은 3월까지고, 움츠렸던 겨울이 끝나고 사람들이 본격적인 나들이를 시작하는 3월 이후부터는 가족 관광객을 유치해 딸기 농장 체험학습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새해 해돋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련한 판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사진:피지컬베리 제공)

현재 김 대표는 외로운 상태다. 곧 다시 시작할 계획이긴 하지만 1호 딸기 농가인 ‘야양딸기’의 H대표는 휴식 중이고, 농업대학에서 교육을 마친 예비 딸기영농인도 이번 시즌이 지나야 농사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양양 딸기를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동료 딸기 농사꾼이 늘어나면 영농조합도 운영하면서 전국 단위의 대형마트에도 납품하고 수출까지 이뤄낼 꿈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김수행 대표는 “딸기모종을 심을 때나 기술 전수를 받을 때 여러 분야에서 직접 도와주신 양양농업기술센터 직원분들에게 감사한다”며, “우리나라에 청년 창업 영농인들이 많은데 아직 정착하지 못했거나 혹시 딸기에 관심이 있다면 양양으로 와서 같이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양양딸기를 주문하는 방법은 인스타그램밖에 없다. 인스타그램에 접속, 피지컬베리를 검색한 후 메시지를 보내 주문 방법을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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