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만에 열린 미 남부 흑인 학살사건 희생자 장례식
123년만에 열린 미 남부 흑인 학살사건 희생자 장례식
  • 전성철 기자
    전성철 기자
  • 승인 2021.11.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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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남부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자의 흑인 학살 사건인 '1898년 윌밍턴 대학살' 사태 희생자의 장례식이 123년만에 열렸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1898년 학살 사건의 희생자인 조슈아 할시의 뒤늦은 장례식이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 '파인 포리스트' 묘지에서 열렸다.

그는 묘비도 없이 매장됐다가 최근 역사 연구 그룹인 '제삼자 프로젝트'(the Third Person Project) 조사팀에 의해 유해가 발굴됐다.

1898년 대학살은 당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조직적인 흑인 학살 사건이다.

남북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서 남부에서 흑인의 사회 참여가 활성화됐고, 윌밍턴은 그중에서도 흑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곳이었다.

당시 미국 유일 흑인 신문사인 '데일리 레코드'도 활동하고 있었고 일부 흑인들은 공직 사회에도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민주당이 백인 자경단을 조직해 흑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을 저질렀고, 이 사태로 인해 미국 사회에 '짐 크로우 법'으로 대변되는 흑백차별이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졌다.

그의 유해는 원래 묘지 안에 있었는데, 수기로 표시된 묘지 지도가 발견돼 디지털화되면서 지난달 그의 위치가 파악됐다.

대학살 당시 할시를 포함한 많은 흑인은 이 묘지 인근 습지에 숨어 있다가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할시는 사망 당시 40세였다.

학살자들은 흑인 희생자 사체를 강물에 던지거나 불에 태우거나 집단 매장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할시는 유해 매장 장소가 발견된 첫 희생자다.

프로젝트 참가자 존 에레미아 존슨은 CNN에 사건 희생자는 25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할시의 증손녀인자 역사 교사인 그윈돌린 알렉시스는 학교에서 윌밍턴 학살을 포함한 미국 근현대사를 가르쳤지만 자신이 희생자와 관련이 있을 줄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알렉시스는 "나의 증조부가 학살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라며 "나의 가족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역사를 직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실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렵지만 더 많이 이야기하고 인정하게 된다면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밍턴 학살사건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쿠데타로 불린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에 불복하면서 일으킨 미국 의사당 난입사건을 두고 이 사건이 소환되기도 했다.

사회단체인 '빈민들의 캠페인'(the Poor People's Campaign) 공동 창립자 윌리엄 바버 2세는 할시의 장례식에서 1898년 학살 주도자인 알프레드 무어 와델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유했다.

그는 "할시는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흑인과 백인이 섞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선동한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와델)에 의해 살해됐다"라며 "다시 말하면 그는 대중을 모아놓고 선동하길 잘하는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 낯익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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