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남 기자]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25일 국민권익위가 제기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 사퇴·대선경선 출마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만류에 나섰다.
이 대표는 윤 의원의 사퇴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학자, 정치인, 활동가로서 여러 쓰임이 있으신 분이지만, 당에서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가장 멋있다"면서 "앞으로 계속 말씀드려서 의원직 사퇴만은 재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탈당 권유·제명 대상에도 오르지 않은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라는 더 강경한 카드를 던지자 당 안팎에서는 당혹스러움도 감지됐다.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은 이 대표 등 여러 당내 인사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의원은 SNS를 통해 "직계존속을 빌미로 연좌의 죄로 걸어 의원직을 사퇴하게끔 내몬 자가 누구인가"라며 국민권익위의 결정을 거세게 비판했다.
서 의원은 여권 인사들의 신상 의혹 사례를 나열하며 "무슨 낯이 있어 당신에게 손가락질하겠는가. 윤희숙 힘내라"라고 적었다.
또한, 당내 대권주자 사이에서도 만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같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윤희숙 후보의 의원직 사퇴는 반려되어야 한다"라며 권익위의 부친 농지법 위반 의혹 제기와 관련, "정상거래를 불법투기로 둔갑시키고 이를 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근대적인 연좌제로, 매우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숱한 전과와 거짓말, 막말과 패륜에도 당당한 민주당 후보를 보라"며 "윤 의원의 사퇴는 이런 비상식적 인물들이 더 판을 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윤 의원과 일대일 정책대담을 벌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SNS에서 "너무나 안타깝다"며 "윤 의원의 경선후보 사퇴와 의원직 반납 모두를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윤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여권 후보들에게 촌철살인의 비판을 해왔던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냐"라며 '보복성'내지 '표적성'이라는 저의를 의심하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을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비전발표회 후 기자들의 윤 의원 사퇴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정권교체와 향후의 국민을 위한 경제 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이라며 "그 뜻을 거둬주시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윤 의원과 '망둥어-숭어' 공방을 벌였던 홍준표 의원은 "아는 바가 없다"며 언급을 아꼈다.
다만 윤 의원의 전격적인 사퇴 결정을 두고 이준석 지도부가 노렸던 민주당과의 차별화 효과를 극대화한 반면에 내분의 소지도 키웠다는 비판적 반응도 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윤 의원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비판의 화살은 부당한 의혹을 남발한 권익위를 향해야 한다. 하지만 윤 의원의 '돌발 솔선수범'으로 나머지 11명 의원은 매우 난처한 처지가 된 셈"이라며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윤희숙 진퇴, 여권 손에
한편 윤희숙 의원이 국회에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퇴안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준석 대표 등이 강하게 만류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사직서를 낸 이상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는 이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원 사직서는 회기 중에는 본회의 의결로,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의 허가로 처리되는데 국회는 오는 31일에 8월 임시회가 끝나면 다음 달 1일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에 들어간다.
국회의장이 이 기간에 윤 의원 사퇴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면 표결 처리되는데 이 사퇴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무기명 투표로 이 중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등을 제외하고 당 소속 의원만 171명인 더불어민주당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윤 의원은 이날 사퇴 회견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의원의 사직안이 가결되면 국민의힘 의석수는 104석에서 103석으로 줄어든다.
물론 의원 사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낄 경우 국회의장이 묵히다가 해당 사퇴안이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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