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KBS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폐지가 현실 아닌가?
[박한명 칼럼]KBS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폐지가 현실 아닌가?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1.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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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뜯어봐도 KBS 수신료 인상은 불가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KBS가 ‘2020년 4분기 미디어신뢰도 조사’에서 전 부문 1위에 올랐다. 며칠 전 발표된 ‘2020년 4분기 KBS 미디어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KBS가 1순위 응답 기준으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 ‘선호하는 방송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4분기 뿐 아니라 KBS는 2020년 한 해 동안 매체 신뢰도, 방송사 신뢰도, 방송사 뉴스 신뢰도에서 1위를 지켜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됐든 연초부터 1년 내내 이어진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집콕’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이 정보를 얻는 통로로서 역할을 했던 게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 조사 결과대로 KBS는 위기 속에서 역할을 하는 신뢰할만한 미디어인가. 이러한 필자의 추측, 분석과는 조금 다른 조사결과가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와 미디어전문매체 <미디어오늘>이 1월 1일 발표한 정기조사 결과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심각한 지경을 넘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대표적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문부호를 찍게 된다. 코로나 시대의 언론 역할과 관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와 관련하여 정보제공자로서의 언론 역할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는가’를 질문으로 던졌다고 한다.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32%),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3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소 신뢰한다’(24%), ‘매우 신뢰한다’(11%)는 긍정적인 응답은 불과 34%였다. 부정적 응답(62%)이 긍정적 응답을 압도했다. ‘모름/기타’는 4%였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 등 7개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 조사도 했다.

이 조사에서 <TV조선>은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9%)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 순으로 <MBC>(18%) <JTBC>(17%) <KBS>(13%) <SBS>(6%) <채널A>(6%) <MBN>(5%) 순으로 나타났다. ‘모름/기타’는 16%를 기록했다.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폐지가 냉정한 현실적 상황

이러한 조사결과는 요컨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도록 해준다.

세계와 비교해보면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 더 초라하다.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 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이 발표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20’의 국가별 뉴스 신뢰도 순위에서 KBS는 신뢰도 비율이 50%에 불과했다. 영국의 BBC(64%), 오스트리아의 ORF(66%), 덴마크 DR(78%) 등 주요 국가들의 공영방송에 비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또 국가별 뉴스 신뢰도 순위에서 KBS는 신뢰도 비율이 50%에 불과해 영국의 BBC(64%), 오스트리아의 ORF(66%), 덴마크 DR(78%) 등 주요 국가들의 공영방송에 비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조사에서 매체 별 뉴스 신뢰도는 KBS가 국내 언론매체 중 JTBC, MBC, YTN에 이은 4위에 그쳤다.

세계와 국내 다른 조사결과들을 보면 KBS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미디어신뢰도 조사에 우리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KBS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건 KBS가 실시하는 여론조사와 극히 일부의 결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란 호시절에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승동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의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까지 했다.

총대를 맨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주 제5기 방통위 비전과 목표를 발표하면서 그 중 하나로 방송 재원 구조 개편을 꼽았다. 방송이 공적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수신료 인상을 의미한다는 건 여러 정황상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상혁 위원장은 “곧바로 수신료를 인상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적 동의와 사업자의 자구 노력 및 혁신 전제”라면서 언론이 방통위 발표 이후 수신료 인상이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면 정정보도를 요구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우스갯말이 왜 생각날까.

여론이 나빠지는 건 두렵고 수신료는 올려야겠고, 뭐 이런건가? 방통위는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하지 않나. 어찌됐든 여러 객관적인 조사결과로 보나 오보와 편파방송 논란에 들끓는 국민의 불만으로 보나 KBS는 지금 수신료 인상을 꿈꿀 때가 아니다.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제구실을 했는지, 미디어현실은 날로 변화하는 데 그 속에서 자신들이 사실상 수신료를 독점적으로 받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KBS가 처한 현실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소개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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