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오마이뉴스의 ‘원본 보도’ 보도일까 정치행위일까
[박한명 칼럼]오마이뉴스의 ‘원본 보도’ 보도일까 정치행위일까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12.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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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재판부 분석 문건 엠바고 파기에 담긴 의미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논설주간]여권의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 정치공작이 진행되는 정국에서 법조기자단이 오마이뉴스에 출입 정지 1년을 결정한 사건이 논란 중이다.

윤 총장 측에서 공개한 소위 ‘판사 사찰 의혹’이라 불리는 ‘재판부 분석’ 문건을 실물 그대로 보도했다는 것인데, 사유는 엠바고 파기라고 한다. 이 사건 언론보도를 살펴보니 내용이 흥미롭다.

윤 총장 측 변호인이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 소를 제기하며 첨부한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법조기자단에게 내용은 공개하되 자료 원본(사진)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니 법조기자단이 받아들여 원본을 공개할 경우 엠바고 파기로 간주한다고 결정한 것을 오마이뉴스 측이 어기고 공개해버렸다는 것이다. 법조기자단에 가입돼 있는 다른 언론사들은 이 자료를 그래픽으로 대체해 보도했다고 한다.

우선 분명히 할 점은 여권이 판사들을 사찰한 문건이라고 주장하는 이 문건이 실은 사찰 문건이 아니라 단순한 업무용 문건이라는 점이다.

검사와 같은 재판 관련자들이 판사들이 기존에 했던 재판 결과의 특이점이나 성향에 대해 위법적인 방법이 아닌 이상 인터넷과 언론 기사, 풍문을 통해 이미 떠다니는 정보를 모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만일 그 판사가 어느 학교 출신인지 가족 중 유명인사가 있다면 누구인지, 또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모임 소속인지 아닌지 자료를 모아 정리해두는 것이 위법행위라면 언론 뉴스 기사들은 전부 처벌감이다. 코미디 아닌가. 여권이 ‘판사 사찰 문건’이라는 문건 내용 거의 전부가 이런 식의 상식적인 정보들이다.

필자는 오마이뉴스가 굳이 이 문건을 기사에 녹이거나 그래픽이미지로 만들지 않고 원본을 공개한 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그 자체의 위력 때문이다. 내용이 아무리 상식적이라도 그 상식적인 내용을 문건으로 만들었다는 뭔가 비밀스럽고 위험스러운 그 이미지 자체 말이다. 그래서 법조기자단이 합의한 엠바고를 파기하고 원본 그대로를 보도했다고 생각한다.

법조기자단은 덫에 걸렸나

아직 최종 징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데, 필자 개인으로는 법조기자단의 출입 정지 1년 결정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이번 행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단순한 엠바고 파기가 아니라 윤석열 총장 해임공작 여론전을 펴는 여권에 편승하거나 사실상 거든, ‘보도행위’라기보다 ‘정치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의 심각한 언론 문제는 진영의 이익을 위해 사실(팩트)을 해체하고 파편화시켜 재구성하는데 주요 원인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행위는 기자들 사이의 일종의 상도의를 어기고 신뢰를 깬 것일 뿐 아니라 바로 언론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른 언론사들은 다 바보라서 원본을 보도하지 않았겠나. 언론은 보도를 해야 하는 기관이지 정치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기본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이번 일이 벌어진 후 친정권 단체나 언론매체들은 기자들의 사적 결사체에 불과한 법조기자단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며 그간의 관행을 깨겠다고 벼르는 모양이다.

앞뒤 정황을 보면 법조기자단이 엠바고를 걸었던 이번 재판부 분석 문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노무현 정권 때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피랍사건 등 엠바고를 걸고 언론자제를 당부했던 정부를 적극 옹호했다.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 참석’과 같은 노 대통령 일정을 미리 보도했다가 문화일보나 전남일보 출입기자들이 출입정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 법조기자단 카르텔을 깨겠다고 주먹을 쥔 어용세력이 똑같은 잣대로 당시에 대처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혹시 현재 문재인 정권 비리혐의를 가장 열심히 보도하는 법조기자단을 ‘기자 카르텔’이란 프레임을 씌워 혼내주려는 의도는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이번 사건은 크게 키울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판사 분석 문건을 핑계로 정권옹위 세력이 윤석열 죽이기, 정권 방어를 위해 그야말로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을 벌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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