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석 칼럼](4) 백신 국가주의는 세계경제회복의 걸림돌이다
[정현석 칼럼](4) 백신 국가주의는 세계경제회복의 걸림돌이다
  • 정현석 칼럼니스트
    정현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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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국 우선의 백신 국가주의는 새로운 국제협력체제 구축의 시험대이다

 

정현석 / 칼럼니스트, 기술경영학박사
정현석 / 칼럼니스트, 기술경영학박사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을 종식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감염의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백신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당장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양의 백신이 생산되고 이를 접종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등 몇몇 국가들은 아직 승인되지도 않은 백신에 대해 발빠르게 수십억 도스의 접종량을 계약해 놓고 자국민 우선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백신국가주의(Vaccine Nationalism)는 오히려 세계적 경제회복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전 세계인의 건강 및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해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고 다른 여러 나라가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1929년이 대공황만큼이나 큰 어려움에 직면할 지 모른다. 뉴욕대학의 루비니 교수는 L자 형태의 더 큰 대공황 (Greater Depression)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코로나바이러스 트래커에 따르면 8월27일 현재 인체를 대상으로 38개의 백신이 테스트중에 있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중국의 시노백, 미국의 모더나, 그리고 화이자&바이오엔텍 등의 회사가 이미 임상3상에 돌입하였다. 미국의 경우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백신을 개발,공급, 접종에 나설 수 있는 프로그램 (Operation Warp Speed) 을 통해 빠르면 올해 내로 백신이 개발 및 제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유래없이 빠른 백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신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가자 이제는 백신 확보 경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FDA 를 압박하며 선거 전에 백신 승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바이오엔텍, 모더나 등과 수억 회분의 백신 계약을 마친 상태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일본, 중국 등도 백신 개발이 되면 자국민을 먼저 접종할 수 있도록 물량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면 내년에 세계 경제는 다시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낙관적인 시나리오데로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내년까지 40억 도스의 분량이 공급될 것이고, 실패확률과 백신 생산능력까지 고려한다면 이것보다 훨씬 적은 분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전세계 인구 약 80억명이 모두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필요할 것이며 조만간 누가 먼저 접종을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그렇다면 접종에 대한 순서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최근 사이언스지는 백신에 대한 접종순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의료 종사자가 맨 처음이고 그 다음으로 중증환자와 기저질환자,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는 지역,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이 가장 나중이다. 백신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그 방법이 피해를 줄이고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을 가장 빠르게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국가에서 아직 개발 중에 있는 백신의 입도선매를 하면서 자국우선 백신공급정책을 펼친다, 가장 필요한 사람이 먼저 맞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고 결국 다른 나라들의 보건위기 극복의 시간은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침체중인 경기가 회복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할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경제학적 정의에서 보면 백신은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성을 가진다. 백신 생산량이 충분치 않으니 경합이 필요하고 적절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백신소비에서 배제될 것이기 때문에 백신은 경합성과 배제성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결국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경합과 줄서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백신개발 경쟁을 하고 있는 사기업 제약사들도 적정한 이윤을 취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모더나는 코로나백신 접종가격으로 50~60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고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의 경우 미국 내 접종예상가격 40달러보다 싸게 다른 선진국에 공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이 전세계적인 문제이므로 백신을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백신의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설립한 COVAX (Covid-19 Vaccine Global Access) 에 현재 70여개의 국가가 관여를 하고 있다. COVAX의 목표는 2021년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20억 회분을 공평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WHO 사무총장도 백신은 공공재로 공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피력했다. 영국의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해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례없는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은 지구촌 시민을 위한 각국의 협력체제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 여러나라가 자국 이익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져 왔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파엔 국경이 없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면역을 가져야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은 종식이 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보건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 나라가 자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국가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글로벌 보건체계는 한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에 대해 백신 국가주의와 같은 국가 이기주의의 자세를 취하고 공공 대응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과거의 금융위기보다 더 큰 세계적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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