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위 금융 당국자가 '외부 금융 압력'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중 갈등이 날로 격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달러 국제결제망 배제 등 미국의 극단적인 공세 가능성까지 상정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22일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 전날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 주최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금융 부문 핵심 당국자인 팡 부주석은 이날 미국의 대중 금융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위안화 국제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달러 거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러시아의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미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러시아 기업과 금융기관은 대북 제재 위반 등의 이유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목록에 오른 바 있다.
팡 부주석은 또 중국의 대외 팽창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대부분 외화 거래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일부 국제 압력'에 맞닥뜨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위안화 국제화 준비를 더욱 잘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팡 부주석은 미국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달러 자산의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도 위안화 국제화가 시급한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기축통화국은 화폐를 찍어내 자기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쉽다"며 "우리나라의 해외 자산을 보호하는 것 역시 위안화 국제화와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쟁 및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등을 계기로 1단계 무역 합의로 잠시 봉합되는 듯했던 미중 갈등은 폭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위협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팡 부주석의 이번 발언은 중국 일각에서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는 데서 더 나아가 '달러 패권'을 이용해 중국을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망에서 퇴출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대를 맞아 향후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오래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은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회원 은행 간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66%로 6위에 그쳤다.
중국은 그러나 일대일로 블록을 중심으로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집요하게 전개 중이다.
우선 중국은 브릭스(BRICS)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를 끌어들여 총인구가 30억명에 달하는 SWIFT 대안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중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법정 디지털 화폐 역시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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