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에 결렬 옵션 입력하며 '하노이 합의' 막았나?
볼턴, 트럼프에 결렬 옵션 입력하며 '하노이 합의' 막았나?
  • Seo Hae
    Seo Hae
  • 승인 2020.06.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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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는 강경매파의 입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양보'할까봐 집요하게 협상팀을 방해하며 노심초사하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1986년 소련과의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영상을 준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에 '결렬 옵션'을 입력시킨 것은 물론 국무부 협상팀이 마련한 초안을 막으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에 급히 연락해 지원군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한다.

22일(현지시간)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부 협상팀이 합의에 대한 열의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할 방법을 검토했다.

그는 "하노이에서의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며 "미국이 재앙적 양보나 타협 없이 하노이 회담을 지나가게 하는 것"에 역점을 뒀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 2월 12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첫 하노이 회담 준비회의에서 전임 대통령들이 대북성과를 주장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영상을 준비해 틀었다고 한다.

이 영상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나 합의 없이 회담을 끝냈던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입장을 확실히 유지하면 상대에 굴복할 때보다 더 나은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게 레이건 전 대통령의 요점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지렛대가 있고 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회담장에서) 걸어 나와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의가 재앙으로 귀결되지 않은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진전을 끌어낸 것 같아 매우 안심했다고 회고했다.

준비회의가 두 차례 더 있었고 볼턴 전 보좌관은 두 번째 회의에서 "국무부라면 받아들일 점진적인 접근 말고 완전한 핵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북한이 거부감을 보여온 핵신고를 밀어붙이며 끝까지 협상팀에 강경한 입장 고수를 주문한 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2월 24일 하노이로 가는 길에 협상팀이 마련한 초안을 봤다고 한다. 그는 이어 워싱턴에 있는 당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초안을 보여주고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던 펜스 부통령에게도 연락을 취해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매파적 입장을 공유하는 핵심 인사들의 사전지원을 확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멀베이니 등에게서 초안을 보고받았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실무협상을 총괄하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코멘트가 너무 과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진전이 있었다는 '하노이 성명'이라도 내고 싶어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북미 정상 간 장벽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에 호소하는 김 위원장의 영리한 작전이 먹혀들어 갈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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