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꽃
내가 좋아하는 꽃
  • 김영화
    김영화
  • 승인 2019.04.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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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 

  -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

얼마나 심한 구박과 멸시 일까요
꽃 이름 앞에 " 개"라는 섬득한 접두사

내가 좋아하는 꽃.....개망초

이미 꽃을 보지 않아도 이름만 가만히 불러 보아도
꽃의 형국이 고스란히 다가오는 듯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죠
북아메리카 원산의 이꽃은 일제강점기때 철로의 침목에 묻혀 왔다는 설이
유력한대요 워낙 생명력이 강하고 별 쓸모가 없어서 개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또 어떤이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망하라고 심어놓고 간 꽃이라 망초라한다는 설도 있네요

중요한 건
너무 아무데서나 잘 자라서 농부들이 가장 싫어 하는 꽃이라지요..

간혹
모임 같은 곳에 가보면 어쩌다 눈에 유독 띄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조용히 한켠에서 한 자락의 그늘을 깔고 우수에 젖어 있는 듯한 그런 분위기
햇빛에 서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응달진 미간의 그늘을 지닌 사람
가을밤의 환한 달빛 아래 무더기져 가녀리게 흔들리는 흰 꽃빛들이
그 얼굴의 표정위로 고스란히 지나가는 듯한 얼굴을 가진 사람.

아... 난..... 왜.....이런 꽃, 이런 사람들이 좋은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너무 구박 하지는 마세요
이래 뵈도  개망초 꽃 꽃말은 " 화해 ' 라네요

지금 우리에게....너무  너무 ...필요한.

********************

      개망초 꽃

                 오드아이

질문 없이 늘 정면에만 서 있었나요
따끔하게 언젠가
뒤를 밝혀내리라  벼르고 있었던가요

 미안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었어요 훅, 쏟아졌어요
머뭇거리다 밀려 허리를 들어낸 채 넘어졌어요

보세요
저 얼굴에 범벅진 더운 피
빨강,노랑,분홍,흰,보라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혈액형

뿌리는 족보가 아니에요
앞 뒤는 처음부터 없었어요
애초에 이름 같은 것도 없었죠 그저
바람이 흔들고 다녔을 뿐

꽃이 피는 건 이유가 아니에요 다만
고요한 항변
벌어진 상처로 표정을 만드는
천진한 억울함이어서

 모두 웃기만 했지
마주 보고 정작 깊이 울어준 사람은 없었어요
꽃들이 흐느끼며 우는 모습 본 적 있나요
소리 들어 본 적 있나요
만월의 달빛 아래
일제히 허리 꺽은 개망초꽃 지나쳐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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