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한달 살기 (6) 사이판에서 매주 목요일 열리는 Street market
사이판 한달 살기 (6) 사이판에서 매주 목요일 열리는 Street market
  • 김소라 칼럼리스트
    김소라 칼럼리스트
  • 승인 2018.04.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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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아닌 다른 여행이 가능할까? 가이드의 깃발따라 관광지에서 쇼핑센터로 정신없이 행군하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른 여행을 상상할 여유가 있을까. 휴식을 가장한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성장과 가치를 찾는 여행이 분명 있다.

여행을 왜 떠나고 싶을까 들여다보면 광고와 이미지의 욕망을 따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 살아야 행복할 것 같은 마음,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차를 소유해야 성공한 삶일 것 같은 욕망이 생긴다. 인생은 끝나지 않는 가상의 수레바퀴인 걸까.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한다. 사이판에서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면, 경험한 내용을 칼럼으로 10회 연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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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에서 매주 목요일 열리는 Street market 

사이판은 매일 오후 5시부터 6시 해가 질 무렵 선셋(sunset) 풍경이 시작된다. 해질 무렵 일몰의 바다는 하루하루 같은 듯 다르다. 오죽하면 사이판에서 ‘선셋 크루즈’ 라는 관광상품까지 생겨났을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선셋을 보며 밥먹고 술마시고 공연을 즐기는 선셋크루즈는 사이판 여행의 필수 코스다. 하지만 돈을 주고 관광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어느 바다에서나 선셋을 보며 예술작품같은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사이판의 어느 바다에서도 매일 저녁 5시 이후 황홀한 선셋이 펼쳐진다. 눈부신 저녁노을을 한 달 내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한 번은 오후 5시부터 선셋을 기다리면서 바닷가의 벤치에 앉아있었던 날도 있다. 그만큼 자연이 보여주는 환상의 쇼가 사이판의 선셋이다.

빨갛게 하늘은 물들면서 구름의 색깔도 몽환적으로 변화한다. 매일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산업화된 도심에서는 전혀 해뜨고 해지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동해로 일출을 보러 가거나 서해로 일몰을 보러가는 여행객들이 많다.

사이판에서는 불금이 아닌 ‘불목’이 유명하다. 선셋이 시작되는 시간 무렵 사이판에서는 야시장이 펼쳐진다. 단조로울 수 있는 휴양지에서 북적북적 활기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사이판의 시내인 가라판에 충분히 걸어올 만하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듯 비치로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관광객이나 현지인 할 것 없이 야시장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먹음직스럽게 숯불에서 익어가며 냄새를 풍긴다. 직화구이 통닭바베큐나 다양한 꼬치 종류가 많다. 꼬치같은 경우 1개에 1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이곳에서는 한국, 필리핀, 일본, 태국, 중국 등 각국의 요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도시락 용기에 5가지 요리를 담아 주는데 5달러에 판매한다. 열대과일이나 코코넛 주스 등도 맛볼 수 있다. 몇 명이 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담아 한 상 푸짐하게 먹을 수가 있다.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다. 한국식당에서는 잡채, 소불고기, 제육볶음, 오이초무침, 김치겉절이, 닭발, 계란말이, 나물, 흰쌀밥, 김밥 등을 판매한다. 한식이 그리울 때 제격이다.

넓게 펼쳐진 공터에 먹거리 부스와 벼룩시장이나 소소한 마켓이 벌어진다. 가운데 무대에서는 가수 뺨치게 노래하는 현지인들이 연주하고 노래한다. 한쪽에서는 자유롭게 춤을 추면서 음악에 빠져든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흥에 취하는 시간이다. 이날은 마음껏 먹고 분위기에 취해도 좋을 것 같다. 사이판의 스트리트 마켓이 꽤나 유명해져 이제는 자유여행 필수 코스라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시장은 아니지만 작은 만큼 알차다. 1달러를 내고 단체로 빙고게임에 참여하는 곳도 있는데 도박이라 하기엔 귀여운 (?) 금액이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한 번씩 해보았다.

북적이는 야시장은 질서나 청결이 잘 유지되는 것도 신기하다. 스트리트 마켓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현지인들은 청소를 한다. 차량이 밀려들기 시작할 무렵이면 주차요원들이 차량질서를 유지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귀청 떨어질 정도로 시끄럽거나 지저분하지 않다. 호객행위도 없고 조잡한 놀이기구들도 없이 먹고 마실 뿐이다. 상업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 더욱 만족스럽다. 수년째 규모는 똑같고 판매하는 음식도 변하지 않는다. 매번 스트리트 마켓을 가면 볼 것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이판에서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뭘까.

다음 날 되면 엄청난 인파와 음식물, 포장지 등의 쓰레기로 더럽지 않을까 생각하며 야시장 열렸던 공터를 다시 가보았다. 음식물쓰레기나 종이컵, 비닐 봉투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어디를 가나 심지어 사람이 잘 오지 않는 한적한 비치까지 쓸고 닦으며 깨끗하게 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사이판의 목요 스트리트 마켓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어둑해져 가는 하늘을 배경삼아 춤을 추는 연인들, 바비큐 굽는 연기 가득한 곳에서 웃고 떠드는 가족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사이판 사람들의 삶은 소박하고 진실되어 보인다. 

필자 소개

현) 더즐거운교육연구소 교육이사

현) 꽃맘협동조합 이사

저서) 『사이판 한달 살기』 (김소라 지음, 씽크스마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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