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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 직관후기
 no.7
 2013-07-21 15:12:47  |   조회: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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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직관을 했습니다. 동편 F열 중앙부근...

 뭐 중계 보셨으면 다들 아시겠지만, 호주가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온 탓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수비쪽에서는 대체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김진수는 제가 잘 모르는 선수지만, 나쁘지 않더군요. 김창수, 홍정호, 김영권도 다 좋았습니다.

 

하대성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시다시피 하대성은 기동력이 좋은 편이 아니죠. 기민한 움직임이 조금 딸리는 선수인데, 다리가 긴 호주 선수들이 성큼 성큼 달려들 때는 긴장했는지 잔 실수를 몇 번 했습니다. 실수야 누구나 하는거지만, 캡틴이 믿을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저한텐 좀 아쉬웠습니다. 하대성은 부드러움은 있는데, 다른 부분들이 조금씩 아쉬워요. 내가 국대감독이라면 하대성을 선발로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이명주-박종우를 쓰는게 어쩌면 나을지도 몰라요. 하대성은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이 좋은데, 이런 부분은 이명주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니까요.

 

어제 아쉬운 것은 전반에 왼쪽에 치중했고, 간혹 고요한의 오른쪽도 노려보았으나... 역시 고요한은 아직 멀었단 느낌이 들더군요. 상대를 가지고 놀지 못해요. 윤일록은 상대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움직이는데, 고요한은 역시 그 특유의 "일단 뛰고본다."정신이 있어서 그런지... '상대를 읽고 움직인다.'라는 게 없어요. 좀 단순합니다. 리그에서는 티가 안 날지 몰라도 레벨이 높은 국대 경기에서는 작은 찬스 하나도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연결시키는게 중요한데, 전반전 고요한은 그냥 조용했습니다. 물론, 김창수의 오버래핑 때문에 본인이 뒤에서 커버하느라 볼을 만진 시간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요한은 인상적이지 못했어요. 후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보여주려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반전 보단 훨씬 나아졌습니다만,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보여요. 한편으론, 고요한이 과연 브라질에 갈 수 있을까....?이런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경기였습니다.

 

이승기가 문제였습니다. 못해서 문제가 아니라, 전반전 통틀어 보면 윤일록이 워낙 폼이 좋고 왼쪽에서 줄기차게 적극적인 공격시도를 하고 폼이 좋아서 그런지 이승기가 윤일록을 많이 배려(?)하더군요. 나는 이승기가 호주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길 바랬는데, 기대한 것 보다 볼 소유시간이 많질 않았어요. 윤일록 폼이 좋으니까 자기는 조금 소심한 플레이를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이타성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국대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는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선수로서는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좀 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인데, 윤일록한테 양보를 많이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월드컵 본선은 작은 실수 하나 용납되기 힘든 무대라 조심해서 경기를 해야 되긴 합니다만, 아시아권 국대 경기에서는 더군다나 이번 대회는 기량점검 차원이 큰데 너무 만들어가려는 플레이, 이타적인 플레이는 득점에 도움이 되질 않아요.

 

특히, 이승기를 더 질타하는 이유는 최전방의 김동섭이 수비위주의 호주선수들의 수비대형을 뚫어내고 슛팅까지 가져갈 수준의 선수가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뛰어난 세계적인 선수라도 수비진이 작심하고 수비만 하면 그걸 뚫어내기는 정말 힘들죠. 하물며 김동섭이 그 정도 수준은 당연히 아니니까, 김동섭이 공중볼 경합과 2선의 윤일록,이승기,고요한과의 패스를 주고받아 연결해주는 (마치 김신욱이 울산에서 한 것과 같은)역할을 맡는 것이 어제 공격의 '콘셉트'로 보여지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윤일록, 이승기, 고요한은 좀 더 과감할 필요가 있었어요.

 

제가 보기에 어제 골을 넣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결정력'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승기와 김동섭과의 거리가 너무 벌어졌기 때문이에요. 만약, 이승기가 주위 선수에게 볼을 넘겨주는 이타적인 플레이 대신에 좀더 볼 소유를 오래, 또는 자주하면서 자신 위주의 지배적인 경기를 하려고 했다면 볼 소유와 동시에 김동섭에게 좀더 접근했었어야 했어요. 김동섭 근처까지 가서 김동섭에게 볼을 넘겨주거나 혹은 어제 했던 것처럼 좌우로 줬다면... 어제는 너무 좌우로만 줬어요. 이승기가 김동섭에게 직접적으로 연결해준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어차피, 김동섭은 여러 수비수를 혼자 제낄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김동섭이 슛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줘야 했어요. 그게 이승기의 미션 중 하나여야 했구요. 골대에서 좀 멀거나, 각도가 애매한 곳에서 김동섭에게 볼이 연결되니 당연히 김동섭의 슛팅기회는 제한적이죠. 김동섭이 무슨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슈퍼스타도 아니고 이제 클래식 새내기가 혼자서 뭔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부족하죠.

 

꼭, 김동섭한테 연결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애초에 이승기가 과감한 플레이를 덜 하다 보니까 김동섭과 이승기 사이가 벌어져서 김동섭을 통한 공격기회 자체가 적게 만들어져서 그쪽 루트가 하나 없어졌죠. 결국 윤일록, 고요한으로만 줄기차게 연결이 됐는데(이따금 이명주가 공격가담도 했지만...) 고요한이 클래식에서도 아주아주 좋은 선수까지는 아니거든요. 윤일록보다는 밑이라고 보는데...  그러니, 공격기회 자체가 거의 대부분 윤일록, 이승기... 이게 다에요. 호주 키퍼가 선방하긴 했지만, 우리 공격기회 자체가 루트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던 건 이승기가 좀 더 과감하게 앞으로 뛰쳐나가거나 직접 슛팅을 하려는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에요.  

 

윤일록은 어제와 같은 포메이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전술적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했는데, 고요한은 그러기엔 좀 부족한 실력으로 느껴졌고(이미 리그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곤 있었지만...)  이승기는 충분히 좀 더 지배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다소 소심하게 플레이해서 나를 좀 실망시켰어요. 

 

다음 경기에서는 김신욱 원톱을 좀 보고 싶고, 이승기가 자신의 재능을 과시해주길 원합니다. 이타적인 게 항상 도움이 되는게 아니에요. 원톱인 선수가 볼 소유에 자신이 있고, 드리블을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그 밑에 있는 선수들이 '확실히 해줘야'해요. 좀 더 자신을 어필하라 이거죠. 더 과감해져라. 더 보여달라. 더 깊이 침투해 들어가라. 이게 제가 이승기한테 원하는 겁니다. 다음 경기에선 이기적인 이승기를 보고싶습니다. 좀 더 존재감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다른 선수들한테는 코멘트할게 없네요. 다들 무난하게 잘 해서...

 

 

 

2013-07-21 15: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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