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연한 환호, (주)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
[인터뷰] 당연한 환호, (주)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
  • 이영경 기자
    이영경 기자
  • 승인 2010.05.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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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창작뮤지컬의 미래를 열 것

이전한 사무실은 아직 정리가 덜 돼 있었다. 그 안쪽에 위치한 강현철 대표의 공간은 너무 작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기적을 만든 사람’이라고 불렀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성공 이후 붙게 된 수식이다. 편안한 차림에 언제나 그렇듯 소박하게 웃을 줄 아는 (주)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 정작 그는 기적을 만든 사람답지 않다. 도대체가 늙지도 않을 것 같다. 느린 말투는 차분하고 진중하면서도 겸손함을 담고 있다. 눈은 만년 소년처럼 순수하다. 곁들이자면 별로 어렵지도 않은 사무실 위치의 설명을 어려워하는 ‘길치’기도 하다. 열정과 뚝심으로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제작,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4개 부문 수상, 뉴욕까지 진출한 강현철 대표는 아직도 공부 중이다.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제작하게 된다면 그건 죄가 되거든요. 사고도 많이 나고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것, 제작자의 잘못은 범죄예요. 작품 자체를 이해하고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작하기 위한 경제, 회계, 법 등을 알아야 해요.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유명한 성악가,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누나는 오페라 성악가 등. 강현철 대표는 음악으로 충만한 곳에서 자랐다. 자연스레 음악적 DNA를 갖고 있는 상태. “그런데 저는 음치예요.”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한 그는 만드는 것을 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제작에 재능이 있었던 것. “사실 제작이라고 하는 것은 예술보다 경영, 경제 쪽과 더 가까워요.” 그의 성장 배경과 경영 능력은 뮤지컬 제작에 있어 찰떡궁합이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교회의 어느 사무실을 빌려 제작을 시작한 그는 어려웠지만 미련하리만큼 열정적이었다. “이 일을 평생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때라고 마냥 좋아할 필요 없고, 안 좋을 때라고 포기할 수도 없죠. 트렌드에 맞춰 뮤지컬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안 될 때 이익을 찾아가야겠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고 목표다보니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아요. 순간 화려하고 순간 박수 받는 것이 제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만큼 스스로 흔들리지 않고 있고요.” 똑똑하면서도 미련하고 노련하면서도 우직한 (주)조아뮤지컬컴퍼니의 대표 강현철, 그러니 우리는 안심이다.

 

-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
“좋은 작품은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기독교인이다. 신앙은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무작정적인 믿음과 신에 대한 허망한 요구가 아니다. 스스로의 양심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신앙은 그에게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강현철 대표가 얻은 깨달음이자 진리, ‘좋은 작품은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말은 울림이 크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가 지금의 성공을 거두는 데 엄청난 홍보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는 없었다.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는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작이라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똑같아요.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우리보다 앞선 시스템과 노하우 속에서 검증된 것들을 가지고 오는 거잖아요. 좋은 작품일 가능성이 크죠. 일단 우리도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해요. 좋은 작품이라는 전제 하에 자식을 키우듯 지속적인 개발과 노력, 투자를 한다면 브랜드가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와의 소통을 위한 소재를 갖고 있다. 성경을 모티브로 한 마리아의 이야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어필이 가능하다. 또한 다분히 종교적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작품은 한 여인 마리아의 아픔과 현실, 치유와 사랑 등의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전달한다.

 

“윤복희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뮤지컬과 쇼의 차이가 뭔지 아느냐고. 쇼는 사람의 말초신경을 건드리고 달게만 한다면 뮤지컬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따뜻함을 주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희 작품에 그런 메시지가 담겼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실제로 (주)조아뮤지컬컴퍼니의 작품들은 관객에게 무언가를 주며 느끼게 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외에도, 추운 겨울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연탄 같은 뮤지컬 ‘연탄길’, 여고를 졸업한지 20년 만에 다시 만난 동창생들의 유쾌하면서도 현실적 대화를 통해 회복과 아름다울 인생을 이야기하는 뮤지컬 ‘줌데렐라’,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끌어들이므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에디슨과 유령탐지기’ 등. 그가 제작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 역시 그 메시지로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했을 때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 분들이 감동을 얻고 나갈 때, 회복되고 희망을 얻을 때 보람을 느끼죠.”

 

-그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
“제작자와 관객이 아닌, 우리는 동반자의 입장”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마냥 보람만을 느끼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관객이 많지만 뮤지컬 제작이라는 환경에 따르는 어려움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마니아들이 있을지라도 당장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스타들이 등장하는 대형뮤지컬이다. “창작뮤지컬을 사랑하는 분들이 계시죠. 하지만 공연관람이 생활 속으로 스며든 게 아니라 특별한 날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창작보다는 검증된 외국 작품들 위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대적으로 창작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죠.” 투자환경이 좋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투자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장 대관부터 투자자를 만나고 관객의 선택을 받기까지가 천리 길이다. “국가지원에서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뮤지컬, 대형뮤지컬과 소형뮤지컬을 구분해 거기에 맞는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깊게 들어가 보면 창작뮤지컬과 창작연극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지금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 대부분이 우리나라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제대로 수출된 뮤지컬이나 킬러 콘텐츠도 거의 없어요. 더 이상 가져 올 외국뮤지컬이 없을 만큼의 상황에서 언제까지 외국 작품들에 의존할 수는 없거든요. 10여 년 전에 영화 ‘쉬리’ 탄생 이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창작뮤지컬도 ‘쉬리’와 같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창작뮤지컬의 ‘쉬리’가 아직 안 나온 상황이죠. 영화는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우리영화를 살리려는 노력이 관계자들부터 있었는데 뮤지컬은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워요. 그런 부분이 조금 서운하죠.”

 

이제는 작품 자체를 보고 평가할 수 있는 대중의 시선이 필요하다. 스타가 있어 뮤지컬이 커진 것은 사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찾아갈 수 있는 성숙함이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강현철 대표는 약간의 아쉬움과 서운함을 뒤로하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다. 그가 편집국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뮤지컬 공연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들일 테니까, 제가 그런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제작자를 대표해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고요, 이분들이 건강하시고 좋은 마인드로 사랑과 질책을 해주셔야 저희도 발전을 합니다. 제작자와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동반자의 입장에서 뮤지컬을 함께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행보했고 지금도 전진하고 있는 강현철 대표. 그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박수를 보낸다.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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