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영 칼럼] (3) 누구를 위한 의대 증원인가?
[오순영 칼럼] (3) 누구를 위한 의대 증원인가?
  • 오순영 가정의학과 전문의
    오순영 가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4.03.22 11: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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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의사라면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이 환자가 위급한지 중병에 걸려있는지 알게 된다. 의료 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료 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의사들은 안다. 이것을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직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직감을 대부분 의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 서로 만나 회의를 하지 않고도 합의가 이루어지며, 개인이 자발적으로 행동을 하지만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단체행동처럼 보이는 것이다.

의사 단체 행동의 시작은 2000년 의약분업부터였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였다. 의사들의 개원 러시가 일어난 계기가 의약분업이었다. 이 정책은 의사에게 더 많은 수입과 병원 운영의 편리성을 제공하였지만,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말았다. 의사들이 반대한 것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의료보험 재정의 고갈을 우려해서였다. 정부는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환자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을 지키려한다“고 맹비난 하며 의사를 비윤리적인 이기주의자로 몰아 국민을 선동하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속칭 ’문 케어‘도 마찬가지였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었지만 이를 알 수 없는 많은 국민이 환호하였다. 의사들은 국민을 위해 집회를 하고, 여러 방면으로 반대를 했지만, 정책이 시행되고 말았다. 초음파 검사, CT, MRI 등이 보험화 되면서 검사가 지나치게 남발하게 되었고, 그 비용은 곧바로 건강보험료의 인상으로 직행하였다. 건강보험료가 매년 11% 이상 증가하여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데 한 몫 하였다. 의사는 환자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를 최소화하려는 골치 아픈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문 케어‘로 얼마든지 보험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형병원을 비롯해 검사 장비 회사와 이를 운용하는 의사들의 수입은 크게 증가하였다. 대형 병원의 정치권 로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각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은 실은 대로변에 즐비한 병의원, 의사의 고소득, 수험생의 의대 집중을 부추기는 한마디로 대형병원과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다. 세계 최고의 의료접근성, 낮은 비용, 질 높은 의료처럼 보이지만, 한국은 점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국가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한국인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병의원, 건강보험,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이 자신의 잘못으로 생기는데,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것보다 공적 자금으로 고치려는 모럴해저드에 빠져있다. ‘아프다’는 불쾌한 감각을 단 몇 시간도 참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돼가고, ‘건강염려증’이라는 일종의 강박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국민이 갖고 있는데, 이는 건강한 사람까지도 병의원의 단골 고객으로 만들었다.

현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역대 어느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보다 더 나쁘다. 그래서 전공의 교수 할 것 없이 병원을 떠나고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에 대한 실망과 반감을 넘어서 한국에서 의사가 된 자괴감, 그동안 해왔던 노력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허사가 된 것에 대한 허무함의 표현이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초대형병원만을 위한 정책이다. 의학 교육의 문제, 의사 과잉으로 인한 의사의 질 저하 문제, 고질적 의료 상업화와 의료의 비인간화문제, 건강보험 고갈과 의료 민영화 문제 뿐 아니라, 인재의 의대 집중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 국가 발전의 정체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과거 정부의 ‘소득주도형 성장 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의 파산, 청년 일자리 고갈, 가계 빚의 가파른 상승을 일으켰음을 경험하였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공급 주도형 의료 과소비’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의사 공급과잉이 몰고 올 파장과 진정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있는가하는 불안과 걱정으로 매일 밤을 뒤척인다. 거대한 병원에는 많은 의사와 많은 환자가 있어야 하는데, 며칠 전에는 한국이 지난 코로나 판데믹 시국처럼 하나의 거대한 폐쇄 병동이 된 악몽마저 꾸었다.

칼럼니스트 소개

오순영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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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다 2024-03-23 22:04:22 (211.108.***.***)
의료 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안다는 근거가 그냥 의사들의 '직감'? 이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얼굴을 걸고 쓰는 글이 맞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네요. 의사가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의료 '행위'에 불과합니다. 의료 '정책'의 전문가인 척 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행정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회원 2024-03-22 13:02:17 (223.62.***.***)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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