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 칼럼] 떠나는 자(者), 남는 자(者)
[정연석 칼럼] 떠나는 자(者), 남는 자(者)
  • 정연석
    정연석
  • 승인 2024.03.0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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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욕을 견뎌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한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남는 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루 전에만 해도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유감을 표현하고, ‘새로운 미래’의 이낙연 대표와 회동한 임종석은 탈당할 것이라고 관측됐다.

먼저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대표와 힘을 합쳐서 이재명의 사천(私薦)에 복수심을 드러낼 것으로 짐작했는데, 의외로 4일 오전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화마저 불통이라고 하니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탈당을 만류했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도 이재명의 결정에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겠지만, 당장 탈당해서 확실하지도 않은 승부를 거는 것보다, 일단 잔류를 선택한 다음 민주당 안에서 후일을 도모하자고 임종석과 교감을 나눴을 수 있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고 ‘남는 자’의 길을 택하면서 과하지욕(跨下之辱)을 견디겠다고 밝혔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고 했던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복마전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올랐던 김영주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밀실 공천을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고 3일 마침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공천을 받았으니, 김영주 의원의 탈당과 입당도 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겠다.

배신의 정치가 어느새 익숙한 모습이 되어버린 듯한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겉으로 포장된 화려한 수사(修辭)와는 상관없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겠다는 말이 본심 아닌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면, 김영주는 그래도 이재명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둥지를 틀었을까?

누가 알겠는가?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더 깊은 곳에 숨겨 둔 진짜 속셈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국회의원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보름 남짓 남은 그 시각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민심의 파도는 무섭다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 탈당과 입당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그런 사람들이 버젓이 출세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봐 왔기에 지금도 그런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런 잘못에 바른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순응해 버리는 비겁을 택한 결과 아닌가? 수십 년 보수 정권을 위해 헌신해 온 당원들을 외면하고 어느 날 갑자기 적군을 아군으로 둔갑시켜 장수로 내세워도, 좋다고 헤헤거리는 민초들을 누가 겁내고 조심하겠는가?

밟으면 밟는 대로 밟히라고 해도, 찍소리 못하는 국민의힘 당원들 아닌가?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다가도 괜히 쓴소리하다가 눈에 벗어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곤 하지 않는가?

지금 잘 나가는 듯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민생을 챙기는 실직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국민의힘이 여당이기 때문에, 공천에 불이익을 당해도 순응하면 다른 자리라도 하나 챙길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감에 표출하지 않는 분노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한다. 꼭 잘해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보다는 백번 낫다고 인정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하지 않던가?

묵묵히 당을 지켜온 당원들과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염원하는 국민들 앞으로 진정 낮은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도도히 흐르는 민심의 파도를 항상 두려워해야 한다. 

정연석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

전, 대한지적공사 감사
한국성서대학교. 경주대학교, 여주대학교 한국어학당 한국어 강사
도서출판 석향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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