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소신과 염치의 갈림길에서 (2월27일)
[논평] 소신과 염치의 갈림길에서 (2월27일)
  • 정연석
    정연석
  • 승인 2024.02.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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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석 논설위원

총선을 앞두고 대한미국이 온통 정치 이야기로 뜨겁다. 설날 민심을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하더니 지금은 공천이 잘 되었다느니 못 되었다느니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이야 당연히 그렇겠거니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 축구 선수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조금은 낯설다. 우선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가 불화를 겪었고, 이강인 선수가 영국으로 가서 손흥민 선수에게 사과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박지성 선수가 나타나서 아리송하게 했다. 새로운 축구협회에서 이강인 선수를 강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심지어 한국 축구 선수에서 제명하는 수준까지 언급한 모양이다. 각자 입장에서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이강인 선수를 강하게 징계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요르단에게 2대 0으로 지고 나서 국민적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이강인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된 것이 아닌지 조심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듯이 집단적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이것은 아직 우리의 덜 성숙한 모습이다. 일류 국가로 가는 길에 우리가 다듬어야 할 모습 중의 하나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고 부족함이 있다. 더러는 원치 않은 때에 부끄러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정죄하면 누가 온전하게 살아 남을 수 있겠는가? 나는 자신 없다. 스스로 부끄러운 모습이 많다. 내가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함부로 남을 정죄해서는 안된다. 최소한의 염치라는 것이 있어야 하겠기에, 욱하고 치오르는 분노를 표현하기 전에 한 번 더 참게 된다.

인천 계양을 선거구의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 캠프에, 이천수 선수가 후원회장을 맡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함께 손잡고 유세라도 하는 포즈를 취했는데, 후원금 관리하는 후원회장으로 뒤에서 조용히 돕는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보기에 따라서는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천수 선수가 왜?’라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나 혼자뿐일까? 고향 발전을 위해 계양이 발전하고 인천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후원회장을 맡기로 결심했다는 설명을 전해 듣고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의심 많은 나의 못된 버릇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이 정치판에 기웃거린 결과가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싫어하는 정당 편에서 연예인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나로서는, 설사 내가 좋아하는 정당 편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 있다 해도 무조건 박수를 칠 수 없는 것이 자기 합리화에 부합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살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사는 사람도 많고, 특히 정치권에서는 부러울 만큼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더러 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가 멘토 김종인을 공천관리위원장에 선임했다. 이낙연과 손을 잡았다가 결별하고 김종인을 모시고 왔는데, 두 사람의 행보가 묘한 뒷맛을 남긴다. 이준석은 왜 김종인을 데리고 왔으며, 김종인은 손사래를 치더니 왜 이준석과 함께 했을까?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보름 후의 선거판이 어지럽다. 이낙연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공천 잡음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이준석과 김종인을 끌어안고 합당을 발표하는 시나리오가 스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까지 했던 이준석, 그리고 4년 전에 지금의 여당 쪽에 몸담았고 윤석열 대통령 선거를 도왔던 김종인이 이재명과 합당하다면, 비례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뭐가 있을까? 이재명은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사는 사람의 배짱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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