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11) '해방전후사의 인식', 왜 악마의 책인가?
[조우석 칼럼] (11) '해방전후사의 인식', 왜 악마의 책인가?
  • 조우석 칼럼니스트
    조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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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 전쟁’’은 문화전쟁의 신호탄

-‘反대한민국 선언’ <해전사> 뒤집는 게 목표

-반격의 인천상륙작전 위해 역량 모을 때

우남 이승만을 다룬 다큐 영화 ‘건국 전쟁’과 ‘기적의 시작’ 두 편의 흥행 성공은 진정 감사한 일이다. 두 영화의 성공은 지난 30년 속수무책이던 역사전쟁-문화전쟁에서 반격할 기회를 우리에게 열어줬기 때문에 더욱 감격이다. 역사전쟁-문화전쟁이란 뭘까? 좌파가 쥐고 있는 문화-교육-언론이란 3종 한 세트 영역을 탈환하는 역사적 작업을 뜻한다.

실제로 거의 10년 전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정교과서 파동 때 장신대 김철홍 교수는 이렇게 갈파했다. “우린 지금 이념의 낙동강 전선에 서있다.” 그럼 반격의 인천상륙작전을 어떻게 벌일 것이고, 무얼 겨냥해야 할까? 그건 구체적으로 ‘악마의 책’이자 노골적인 반(反)대한민국 선언인 <해방전후사의 인식> (전6권, 1979~1989) 시리즈를 몽땅 뒤집는 작업이다.

사실 그 시리즈는 지난 50년간 낱권 100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 좌파 노무현-문재인이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이른바 86운동권의 세계관을 망쳐놓은 원흉 중의 원흉이다. 아니다. 누굴 지목하고 말 것도 없이 한국인 대다수의 머리속을 지배하는 마왕 노릇을 하는 게 문제의 그 책이다.

그건 이른바 수정주의(revisionism) 사관을 압축해놓았다. 우리가 알아왔던 정통주의 현대사 해석을 물구나무 세워놓았다고 해서 수정주의란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그게 유통기간이 끝났다고 판정받은 지 오래다. 소련 몰락 이후 쏟아진 비밀문서는 스탈린이 6.25 때 했던 역할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알아온 정통주의 현대사 해석이 백 번 맞고, 수정주의는 틀렸다.

그걸 선언했던 서울대 전상인 교수의 묵직한 저술 <고개 숙인 수정주의>(전통과현대 펴냄)가 나온 게 벌써 23년 전인 2001년도의 일이다. 이후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주도해 펴낸 기념비적 저술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전2권, 책세상 펴냄)도 2006년에 출간됐다. 놀라워라. 그럼에도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담긴 싸구려 운동권 마인드가 좀비처럼 살아 움직인다.

오늘 재확인하지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저들의 황당한 논리는 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이승만 죽이기와 김구 띄우기다. 저들은 대한민국을 죽이기 위해 그 깃발부터 들었음을 기억해두자. 둘째가 동아시아 공산주의 선언에 다름 아닌 마오이즘(신민주주의 혁명론) 만세 합창이었다. 이윽고 세 번째가 종착역 종북주의인데, 이후 한국사회는 그걸 향해 치달아와 여기까지 왔다.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수상쩍인 궤적이 그러했고, 그걸 주도했던 게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였다는 뜻이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일테면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는 각 권마다 총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걸 눈여겨봐야 한다. 제1권의 경우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송건호가 썼다.

훗날 한겨레신문 창간에 합류했던 그는 박정희의 시퍼런 유신 치하에서도 반대한민국의 깃발을 조심스레 들었다. 그래서 그는 해방 이후 미군정은 “친일파 사대주의자들이 득세해서 애국자를 짓밟았고”, 그 결과 “분단의 영구화를 획책했다”는 식의 거친 논리를 펼쳤다. 그때 벌써 그는 이승만을 “냉전에 편승한 노선”이라고 비판했고, 김구는 “자주적 통일노력을 한 민족파”로 떠받들었다.

이쯤에서 뭔가 기억나시는 게 없나? 맞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정의가 죽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는 노무현 식 잘못된 논리의 원형을 1979년에 송건호가 제시했다. 그걸 제2권의 총론을 쓴 고려대 교수 강만길이 바로 정식화한다. 백낙청 식 논리를 국사학에 때려 박은 논문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의 등장이 그것이다.

내용은 식민지 시대에는 민족해방이 과제였듯이 해방 후 분단시대에는 민족통일이 과제라고 제시한 것이다. 그건 좌파식 통일지상주의의 목소리다. 지금 우리가 아는 좌파 논리란 모두 그 옛날 송건호-강만길-백낙청 같은 좌파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더 놀라운 건 그런 반 이승만, 친 김구의 분위기를 1980년대 중반부터 저들은 마오이즘으로 방향을 냅다 틀어버린다는 점이다. 드디어 운동권 전성기가 열린 것이다.

일테면 제3권에 총론을 쓴 것은 빨치산 소년병 출신의 경제학자 박현채란 자였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이 식민지반봉건사회라고 봤다. 어떠신가? 옛날 유행했던 사구체(사회구성체) 논쟁이 생각나실 것이다. 그게 뭔 얘기지? 당장 공산주의 혁명을 하기엔 좀 빠르니까 1단계 혁명(舊민주주의혁명)에 이어서 훗날 2단계 공산혁명(新민주주의혁명)으로 가자는 제안이다. 그게 이른바 마오쩌둥의 신민주주의 혁명론이다.

그래서 뒤이은 제4권이 문제다. 그 책의 총론을 쓴 건 고려대 교수 최장집과 그의 제자 정해구인데, 그건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논문이라고 이영훈 교수가 별도로 쓴 단행본 <대한민국 이야기>(기파랑 펴냄, 2007년)에서 지적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읽어보자. 드디어 그걸 계기로 좌파는 막다른 골목인 종북의 세계로 접어든다.

“북한은 혁명적인 소련군의 지원하에 혁명적인 공산주의자와 혁명적인 민중이 연합한 정권으로서 미제와 반빈족-반혁명 세력의 지배하에 있는 남한을 해방시킬 민주기지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의 그러한 성격 차이 때문에 거의 불가피했던 내전이었습니다....그렇게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대한민국 내부에서, 그것도 제도권에 속한 대학사회에서, 최초로 제기된 아슬아슬한 대목이 바로 제4권의 총론이라고 하겠습니다.”(26쪽)

자 정리하면 이렇다. 송건호가 반 대한민국을 겨냥해 이승만 죽이기와 김구 띄우기에 운을 떼자, 그게 강만길 식의 분단시대론으로 가지치기했고, 드디어 마오이즘 찬양과 종북의 논리로 치달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더 분명하게 말할까? 한국 사회가 지난 30년이 넘도록 운동권 강점기에 갇힌 배경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악마의 책이자 반대한민국 논리의 교과서인 그걸 죽여 없애야 문화전쟁, 역사전쟁은 성공할 수 있다. 반복하지만 ‘건국 전쟁’의 흥행은 지난 30년 문화전쟁에서 우리가 승기 잡은 거의 유일한 사례다. 그건 영화 ‘연평해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의 흥행과 또 다르다. ‘건국 전쟁’은 대한민국의 뿌리인 이승만을 다뤘기 때문이다.

얼마 전 2개 면에 걸친 “이승만 죽이기는 북한의 공작… 이제 진짜 이승만을 마주하세요”란 제목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감독 김덕영은 핵심을 찔렀다. 4·19 이후 이승만이 친일파·독재자·살인마로 몰린 것은 남한 내 좌파와, 북한 공작의 결과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가 등장한 1970년대 말 이후 한국사회는 몽땅 운동권과 북한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를 그대로 둘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건국 전쟁’이 영화로 그쳐선 안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말한다. 적어도 30년 이상 지식 대청소의 후속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학교 교실은 물론이고 영화, 출판, 미술, 연극 등 각 문화 장르에서 ‘건국 전쟁’ 급의 문화상품이 콸콸 쏟아져 나와야 옳다. 그게 바로 우리가 목말라온 문화전쟁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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