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 칼럼] (6) ‘무릇’
[정연석 칼럼] (6) ‘무릇’
  • 정연석 칼럼니스트
    정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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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이야기 할 때 ‘무릇’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한자는 범(凡)으로 표현하고 평범(平凡)에도 이 ‘무릇 범(凡)’을 쓴다. 사전식으로 뜻풀이를 하면 ‘대체로 보아’ 또는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무릇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와 같은 예문이 있다. ‘일의 근본이 되는 큰 줄거리’를 의미하는 ‘강령’과도 느낌이 비슷하다. 한 글자로 나타낸 ‘벼리 강(綱)’과 뜻이 통하고 이 ‘벼리 강’은 ‘삼강오륜’이나 ‘국민행동강령’ 같은 곳에 쓰는 글자이다. 일견 딱딱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꼰대’스럽기도 하지만, 웬지 그대로 실천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어감의 부사가 ‘무릇’이다.

부사 ‘무릇 범(凡)’을 사용한 한자(漢字) 용례를 성경 구절 시편 1편에서 볼 수 있다. 시편 1편 1절은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라고 되어 있다. ‘행복한 사람의 특징’이나 ‘형통한 자의 비결’ 등의 설교 제목으로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다. 이것을 한문 성경에 ‘凡不隨從惡人的計謨’로 시작한다.

시편의 서시라고 불려지는 1편 1절의 처음을 ‘무릇’으로 시작하니 이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악인의 꾀를 좇지 말라는 말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도 앞에 사용된 부사 ‘무릇’의 영향이다. 이렇듯 ‘무릇’이라는 말은 주의를 환기시키고 경청하게 하는 힘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여야 정치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요즘이다. 어떤 사람은 공천 탈락에 대해서 억울하니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억울하지만 당 내에 남아서 방법을 찾기로 했다. 민주당 사정과 국민의힘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래도 국민의힘 공천이 민주당의 공천보다 과정이 매끄러워 보인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이재명 개인을 위한 사천(私薦)을 넘어서, 반드시 지는 공천을 뜻하는 패천(敗薦)이라고도 하고 민주당이 죽는 사천(死薦)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지원한 후보는 많은데 공천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나는 두 사람의 경우를 인상적으로 봤는데, 한 사람은 김성태 의원이고 또 한 사람은 서정숙 의원이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부적격’ 통보를 받은 김성태는 처음에는 반발했다가 일주일 만에 당의 결정을 수용했다. “설 연휴 내내 고민했다. 당이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내가 죽어야 당이 산다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한동훈 위원장이 설 연휴 직후 회의에서 내가 원내대표 시절 드루킹 특검을 위해 했던 단식에 대해 ‘민주주의 훼손을 막았다’고 평가해 준 것도 마음에 꽂혔다.”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도 살고 당도 살리고 한동훈도 살리는 선택을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앞길이 형통할 것 같다.

역시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된 서정숙은 자신의 경선 배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천 결정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공천에 불복하는 사람들 숫자가 자신이 컷오프된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서정숙 의원의 경우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가깝게 생각돼서 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니 서정숙의 공천 탈락과 결과 불복이 크게 다가온 것뿐이다. 공천 탈락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 길게 보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무릇, 인내하는 사람이 복을 받고 다음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칼럼니스트 소개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
전, 대한지적공사 감사
한국성서대학교. 경주대학교, 여주대학교 한국어학당 한국어 강사
도서출판 석향기획, 프레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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