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 칼럼] (5) 밀리면 진다는 생각을 버려라
[정연석 칼럼] (5) 밀리면 진다는 생각을 버려라
  • 정연석 칼럼니스트
    정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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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서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정부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의사는 의사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의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십 차례 만나서 의견을 조율했다는데 결과는 너무 실망스럽다.

정부에서는 할만큼 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협에서 밝힌 의사들의 주장은 정부의 것과 다르다.

숱하게 정책적 제안을 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부가 의사들을 범죄 집단 취급했다는 것이다.

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걸까?

전문 직종의 일 처리 능력은 뛰어나지만 의사들의 의사소통 실력은 빵점이다.

정부 공무원 역시 국가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지만 의사소통 실력은 빵점이다.

나타난 결과를 보면 누구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복지부의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되는 의견 수렴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결정은 옳지 않다.

의사로서 그것만은 끝까지 택하지 말았어야 할 나쁜 방법이다.

의사들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집단 투쟁하는 법죄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정부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사들의 진정은 무시하고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에 의사들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야 한다.

행안부와 법무부가 기자회견 전면에 나서기 전에, 주무부인 보건복지부에서 먼저 의사들과 대화하고 해결책을 도출했어야 했다.

정부가 의사들을 버렸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의사들이 돈 많이 버는 집단이라서 언제나 강자인 것은 아니다.

국가 기관 앞에서는 초라할 만큼 작은 존재들이다.

정부가 불통으로 밀어부친다고 생각하니까 최후의 수단으로 의료 현장을 버린 것은 아닐까?

협상의 여지가 있고 말이 통한다는 믿음을 준다면 의사들은 환자들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정도의 신뢰도 못 주면서 일방적으로 의사들에게 무조건 현장 복귀만 명령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이다.

의사들을 강한 집단으로만 생각하고 뜻을 꺽어야 할 존재로 여긴다면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일방통행식 의사결정 태도를 버리고, 의사들을 진정한 대화의 파트너로 대한다는 신뢰를 보여 주면, 의사들도 의료 대란으로 치닫지 않고 협상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화 상대방의 주장이 옳으면 수용하고, 내가 가진 안이 더 좋으면 상대를 설득하면 된다.

아량은 힘있는 쪽에서 먼저 베푸는 것이다.

의정 협상에서는 아무래도 정부가 의사보다 강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의사들의 생때를 약자들의 마지막 하소연으로 받아들이고 귀를 기울이면 소통이 될 것이다.

엄중한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처럼 소신이 뚜렷하고 강단 있는 사람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그러나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문제까지 대통령이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면, 정부와 내각의 책임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맡은 일은 잘하는데 소통이 조금 약하다고 핑계를 댈 일도 아니다.

불통의 원인도 내부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고집 때문이라는 말은 입밖에 꺼내지도 말아라.

밀리면 진다는 생각을 버려라.

의사들은 정부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군이 아니다.

‘무찌르자 오랑캐’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 올린 주인공들이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을 잘 갖추기 위해 함께 손잡고 갈 ‘우리 편’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
전, 대한지적공사 감사
한국성서대학교. 경주대학교, 여주대학교 한국어학당 한국어 강사
도서출판 석향기획, 프레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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