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의 유통칼럼(65) 레드페이스(RedFace)는 노스페이스(NorthFace)의 아류인가?
권순철의 유통칼럼(65) 레드페이스(RedFace)는 노스페이스(NorthFace)의 아류인가?
  • 권순철 칼럼니스트
    권순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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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라(RedFace)라는 브랜드를 들었을 때 일반인이라면, 붉은 얼굴이라 직역하고, 등산이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하면 산에 오를 때 땀과 추위로 인해 얼굴이 붉게 변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레드페이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붉은 빛을 내는 웅장하고 신비스런 적벽(赤壁)을 말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한 적벽은 실제 존재할까? 대답은 ‘예’이다. 설악산 비선대 앞 개울 건너 보이는 폭 70m, 길이 100m의 오버행의 붉은색을 띄는 바위가 적벽이다. 대부분의 암장들이 암(岩)과 봉(峰)으로 불리지만 이곳은 그냥 적벽이라 불린다. 곧 쏟아질 듯 서있어 웅장하고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1978년 크로니 산악회가 '크로니길'을 개척하면서부터 암벽등반이 시작되었으니 장경신씨가 RF상사를 설립할 당시는 그저 경외감을 갖고 바라봐야 했을 것이다. 장경신씨도 비선대 산장에서 적벽을 바라보며 여느 산악인들처럼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은하수는 쏟아질듯 달 밝은 날, 막걸리 한잔 하고 비선대 산장 옥상에 올라 바라보는 적벽은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다. 이 웅장하고 신비스런 붉은 벽이 브랜드 ‘REDFACE’의 모티브가 되지는 않았을까?

월간산 인터뷰(2012년 11월 14일 기사)에서 장경신씨는 “RF는 서울고 산악부 OB 모임인 마운틴빌라 출신의 등산장비 마니아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제 동생인 장경덕과 김태호, 이성환씨 등이 모여 종로5가에 가게를 내고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외국 제품을 본뜬 것이긴 하지만, 안전벨트와 천막, 윈드재킷 등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물건이었습니다. 그 일을 도와주다 본격적인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허송회님 페이스북

 

그가 말하는 본격적인 사업의 길은 1973년부터 1992년까지 레드페이스 대표이사(장경신씨 페이스북 정보 참조)에서 재직했던 시절일 것이다.

그 시절 기억에 남는 암벽화는 발목을 감싸고, 발목 바깥쪽으로 ‘RF REDFACE’ 상표가 잘 보였다. 바닥의 고무는 접착력이 좋았으며 특히 발이 편해 장신간 신고 있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시절 이런 암벽화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마도 자주 오르던 바위길들이 인수봉 취나드길 같은 크랙 등반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잘 나가던 레드페이스가 1991년 부도를 맞고 10년 가까이 긴 침체기를 걷게 된다. 재영유통 유영선 대표가 레드페이스를 1999년에 인수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는다. 브랜드 리뉴얼도 병행했다. ‘REDFACE’는 붉은 색 바탕의 ‘THE REDFACE’로 바뀌었다.

레드페이스가 주춤하던 사이, 이미지가 비슷한 외국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를 OEM 및 ODM 납품하던 영원무역이 1997년 국내에 론칭 후 폭발적인 성장세로 2003년 아웃도어 매출 1위에 올라선다. ‘THE NORTH FACE’로 인해 레드페이스는 본의 아니게 노스페이스의 아류 제품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왔다.

‘THE NORTH FACE’는 1964년 더글러스 톰킨스(Douglas Tompkins)와 그의 아내 수지 톰긴스(Susie Tompkins)가 은행에서 5,000달러를 빌려 샌프란시스코에 암벽등반 및 캠핑장비를 판매하는 우편주문 및 소매회사인 The North Face, Inc.를 설립했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에는 첫 매장을 오픈한 1966년을 역사의 시작점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역사도 끊김 없이 꼼꼼히 기술하고 있다.

‘THE REDFACE’ 홈페이지는 1966년 RF상사를 역사의 시작점으로, 2000년 ㈜레드페이스 설립 시 RF상사를 합병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자체 기술로 암벽화를 만들고, 수입해 쓰던 소재 및 장비를 독자 개발한 1966년부터 2000년까지의 역사는 송두리째 빠져 있다. 특히, 장경신씨는 월간산 인터뷰에서 RF상사와 레드페이스 사이의 연관성을 좀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

로고도 살펴보자. ‘THE NORTH FACE’는 일반적으로 북벽, 즉 산의 북쪽 사면을 말하지만 기업의 로고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위치한 하프돔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THE REDFACE’는 로고 앞부분의 산같이 보이는 것은 R자를 약간 기울여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없다.

<좌, 설악산국립공원의 적벽. 우, 요세미티국립공원의 하프돔>

스토리가 있는 기업은 자신의 존재 이유와 목표를 명확하게 알고, 기업의 모든 활동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스토리는 청중의 감정에 호소하여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낸다. 스토리가 있는 기업은 소비자와 감정적인 연결을 형성하여,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나, 스토리가 없는 기업은 소비자와 감정적인 연결을 형성하기 어려워 소비자에게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하여 레드페이스(RedFace)가 노스페이스(NorthFace)의 ‘짝퉁 브랜드’라는 얘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권순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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