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의 유통칼럼(62) 파타고니아(Patagonia), 자연환경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행동에 나서다.
권순철의 유통칼럼(62) 파타고니아(Patagonia), 자연환경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행동에 나서다.
  • 권순철 칼럼니스트
    권순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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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 유타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국립 기념물인 베어스 이어즈(Bears Ears)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Grand Staircase-Escalante)의 크기를 극적으로 축소하는 선언문을 발표한다.

유타주의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 국립기념물은 130만 에이커에서 약 23만에이커(원래 크기의 약 15%)로 그랜드 스테어케이스(Grand Staircase) 국립기념물은 190만 에이커에서 약 100만 에이커로 축소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국립 기념물 사상 최대 규모로 축소였다.

참고로, 미국의 국립기념물은 1906년에 제정된 고대유물법(Antiquities Act)에 근거하고 있다. 고대유물법은 미국 대통령에게 특별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공 소유 토지를 국가 기념물로 보호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국립기념물은 국립공원과 같은 관광 인프라(및 선물 가게)가 없는 경향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개발로부터 보호되고 있으며 관광객과 모험 여행자를 위한 표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파타고니아는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The President Stole Your Land)”라는 대담한 메시지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린다. 두 개의 국가 기념물의 크기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발표에 대한 응답으로 반 트럼프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쉬나드는 이례적으로 CNN과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 정부는 악마(This government is evil)”라며 “악마가 이기는 걸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파타고니아는 왜 이런 내용을 올렸을까?

베어스 이어스 국립 기념물은 미국 서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경관 중 하나이며,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이다. 파타고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 이러한 자연 경관을 파괴하고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업은 단순히 이윤 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홈페이지 메시지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베어 이어스 국립 기념지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환경 단체에 기부금을 지원했다. 또한, 최초의 TV 광고를 포함한 홍보 활동도 시작했다. 이 광고는 다소 은둔자로 알려진 쉬나드가 등장하여 공공 토지와 "야생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1분짜리 광고였다.

파타고니아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트럼프의 반환경 정책이 트리거(trigger: 방아쇠)가 되면서 이듬해 파타고니아의 사명까지 바꾼다. “우리는 고향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로…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행동은 베어 이어스 국립 기념물 축소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친환경을 위장하거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은 단연 돋보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브랜드 액티비즘(브랜드 행동주의)이다. ‘마케팅 구루’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브랜드 액티비즘(브랜드 행동주의) 개념을 내놓은 것도 이 무렵이다.

코틀러는 같은 이름의 저서(크리스천 사카와 공저)에서 사회가 직면한 시급한 이슈에 대해 브랜드가 강한 목소리를 내는 현상을 브랜드 액티비즘이라 정의했다. 사회적 이슈를 환경으로 좁혀 본다면, 브랜드 액티비즘의 대표적 기업으로 파타고니아를 가장 먼저 꼽을 만하다.

환경 투사’ 이본 쉬나드의 종착지는 자선이었다. 2022년 9월, 전 세계 언론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팔순이 넘은 기업가 이본 쉬나드가 수십 년 동안 공들여 키워 온 회사를 환경 단체와 비영리 재단에 통째로 기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쉬나드 일가의 지분 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 원)에 달했다.

이본 쉬나드와 그의 가족들이 가진 파타고니아 지분 100% 중 의결권이 없는 지분 98%는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에, 의결권을 가진 지분 2%는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에 양도했다. 홀드패스트 컬렉티브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파타고니아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환경단체에 기부,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사회 멤버 교체, 정관 변경 권한 등을 가진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는 창업 이념을 실천,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당시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은 “전적으로 이본 쉬나드다운 행동입니다. 나는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게, 그는 항상 리더로서의 존재 이유를 보여줍니다.”(LA타임스 2022년 9월 14일)라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덧붙이자면 1994년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 TBL)’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도 존 엘킹턴이었다. 트리플 바텀 라인은 기업이 재무회계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 이익 △사회적 책임 △환경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기업 실적을 측정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정을 한 이본 쉬나드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일까?

2023년 포춘지와 인터뷰에서 이본 쉬나드는 친구인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라고 밝힌다. 그는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그(Doug Tompkins)를 통해 배운 게 많은데, 핵심은 ‘룰브레이커’, 혹은 ‘룰메이커’가 되는 거예요. 저는 이게 바로 기업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게 훨씬 쉬워요. 가격과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나만의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권순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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