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기대한다. 유통은 그런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혁신을 이룬 기업이 전통에 갇혀 있던 기업들을 누르고 성장해 온 역사이다. 기술의 발전이 유통에 어떠한 혁신의 이루었는지 그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필요한 식량과 필수 상품을 스스로 생산하고 제작하여 사용하던 때에도 작은 규모의 지역 시장은 존재했다. 농산물, 수공예품, 손으로 만든 상품 등이 지역 시장에서 거래되었고, 이를 통해 지역 사회 간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유통은 주로 지역적 상인이나 수공업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자신의 제품이나 상품을 지역 시장에서 판매했다.

지역 사회 간의 교역은 간헐적이었으며, 주로 육상 또는 수상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물류 시스템이 간소하며, 거리가 먼 교역이 어려워 지역 간의 경제적 교류는 제한적이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가 지역 사회 간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장터에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교환되었다.

더 먼 거리의 교역은 주로 국경이나 높은 산, 넓은 강, 바다, 사막, 정글 등 지형적인 장애물에 의해 제한되었다. 먼 거리의 무역은 주로 유목 무역상이나 특정한 수상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방적기 및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철강산업의 제련과정에서 숯을 대신하여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충격은 1850년까지는 몇몇 지역에 국한되었다. 19세기 후반이 되자 거대한 파도가 밀어닥치듯이 모든 것이 혁명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기기록과 소통에 기반한 상품의 교환 및 유통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첫째,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 기술이 도입되면서 제품 생산량이 대폭 증가했다. 대량 생산은 생산 비용을 줄이고 제품의 가격을 낮추어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산업혁명으로 공장, 광산, 운송 수단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출현과 함께 많은 일자리도 생겨나자 소비자들은 소득이 증가했고 구매력도 향상되었다. 셋째, 철도와 교통 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상품의 이동이 빨라지자 효율적인 유통 네트워크가 구축되었으며 더 먼 거리에서 생산된 상품이 더 넓은 지역으로 유통되었다. 넷째, 대규모 생산과 소비 시장 확대로 상점들이 생겨났다. 대규모 슈퍼마켓, 백화점 등 대형 매장이 등장하면서 소매 분야에서 중앙집중식 유통이 강화되고, 도매와 소매의 구조가 정립된다.

이 시기에 출현한 대표적인 유통형태가 백화점과 카탈로그 판매이다.

1852년, 최초의 백화점 중 하나인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장한다. 상품에 고정된 가격을 부여하여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쇼핑 환경과 상품의 환불 정책을 도입하여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당시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였으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당시 백화점이 일으켰던 유통혁명은 소비혁명으로 이어지며 근대 이후 자기과시적 소비 형태의 기본 틀을 마련하게 된다.

백화점이 생기고 20년 뒤인 1872년, 최초의 카탈로그 판매업체 중 하나인 "Montgomery Ward"가 미국 시카고의 마구간 위 다락방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일반 상점이나 백화점이 없이 고객에게 목록 형태의 카탈로그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원격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출현한 것이다. 1883년에는 240페이지 10,000개 품목으로 늘어나고, 1930년대 말에는 미국 최대 소매업체로 발전한다.

이처럼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기술이 도입되면서 표준화가 진행되었고, 중앙집중식 유통은 표준화된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통했다. 통합된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전개하며 대형 유통기업은 중앙에서 일관된 브랜딩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제공했다.

권순철 칼럼니스트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권순철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