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조금 느릴 뿐입니다”
“우리 아이는 조금 느릴 뿐입니다”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3.11.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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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에 관한 관심과 사회적지지 및 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느린학습자’는 경계선 지능, 경계선 지적 기능,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BIF) 등으로 불린다. 느린학습자는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지능지수 70~85 사이에 속하는 이들이다. 지능의 정규 분포 곡선에 따르면 느린학습자는 인구의 13.6%로 지적장애의 6배의 수치에 해당한다.

느린학습자는 한 학급당 2~3명으로 초·중·고 학생 약 527만 명 중 약 70-80만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일반 학생과는 이질적인 특성을 보이며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다. 느린학습자를 돌보기 위해 대구에서 느린학습자 부모 모임 ‘슬로브’를 운영하고 있는 황나래 대표.

황나래 대표는 9살 느린학습자를 키우고 있는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느린학습자를 키우는 양육자의 고충과 당사자의 어려움에 “우리 사회에서 느린학습자를 키우는 많은 어머니가 가족 내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외부로부터는 양육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에 노출되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낮은 사회성과 인지능력 때문에 성장하는 동안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았는데 아이가 12살이 돼서야 느린학습자, 경계선 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아이를 문제아로만 보았고 단지 가정교육의 문제로만 치부되었다는 것이다.

느린학습자들은 의무교육 과정이 끝난 후 진로와 사회적응의 막막함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이를 지원하는 어떠한 제도도 없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장애인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장애 등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황 대표는 “느린학습자 청소년들이 학교 졸업 후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진로 직업 교육, 직업 탐색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고 사회에서 건강한 성인으로 살기 위해 성, 경제, 사회적응, 군대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의 눈높이에서 개별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느린학습자는 일반적인 교육 환경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진로 교육, 진로 체험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느린학습자는 인지, 사회성의 부족으로 이러한 진로 체험 현장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따라서 황 대표는 느린학습자의 속도와 특성을 고려한 개별 맞춤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느린학습자는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느린학습자들에게는 요즘 대학에서 많이 제공하고 있는 장애인 지원 서비스와 유사한 지원이 필요하다. 등록 장애인의 경우 도우미 학생으로부터 수강 신청, 신입생 학교 적응 및 일상생활 도움까지 받을 수 있고, 교내에 상담사가 배정돼 있어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황 대표는 “느린학습자들은 많은 잠재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들이 조기에 선별되어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더불어 현재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 추진연대(상임대표, 최수진)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돼 느린학습자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라고 전했다.

슬로브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에서 ‘대구 느린학습자 부모 커뮤니티’를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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