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칼럼] “갑질은 그만. 서로를 존중하고 제대로 표현하자!”
[김정인 칼럼] “갑질은 그만. 서로를 존중하고 제대로 표현하자!”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3.11.01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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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당할 수도 할 수도 있는 갑질, 피할 수 없어
개인, 기업, 사회, 국가적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중요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과목을 20년 넘게 가르쳐 온 40대 A 씨는 더 이상 자신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을 거 같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삶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했고 정말 운이 좋게도 여태 많은 학생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별 탈 없이 수업할 수 있었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학부모님들 또한 노고를 인정해 주고 많은 응원을 받아 왔지만 가르치던 학생들이 아닌 새로운 학생을 만날 때 두려움부터 앞서기 시작했다.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태로 과학 수업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옳은지 고민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학부모 갑질 사건이 많은 보도를 통해 알려져 그런 것도 있지만 A 씨는 근무하던 곳에서도 여러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두려움이 생기게 됐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학 과목을 15년이 넘게 가르쳐 온 40대 B 씨는 “서이초 사건, 대전 사건 등 많은 선생님이 안타깝게 목숨을 버리는 사건으로 교권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었다. 이미 자신은 10년 전 경험했었던 일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교권이 없어지게 돼 안타깝다.”, “10년 전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수학 교과 수업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담당 교사로 근무하며 단 하루도 저녁 식사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벌점을 받은 학생이 왜 벌점을 받아야 했는지 경위를 묻는 전화부터 이미 주어진 벌점을 취소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해버리겠다는 등의 협박 전화까지 매일 넘치게 학부모의 전화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이 던졌던 말들이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다”라고 말한다.(현재는 각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교에서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업무를 대신한다.)

A, B씨는 자신들의 워라벨(work life balance의 줄임말) 대신 학생, 학부모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입시에 매진해 온 사람들이다.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이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 또한 투철하다. 그런 그들은 최근 벌어지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갑질 속에 직업적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많은 교육 종사자들은 마음의 두려움을 안고 일을 해나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갑질이라고 하는 것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땅콩 회항과 압구정동 경비원 분신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보도가 이뤄졌다.

비극적으로 갑질은 또 다른 갑질을 낳는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갑질은 사회 전체에 전염된다. 대기업 하청 업체 대표가 갑질을 당한 후 자기 회사 직원들에게 분풀이하거나, 직장에서 상사에게 모욕을 당한 직원이 악성 소비자로 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라고 한다.

또한 “갑질을 당한 사람들이 ‘나도 갑이 돼서 똑같이 하겠다’라고 마음을 먹는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갑질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왔고,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모른척한 결과가 지금 와서 아이들의 교육 터전에서도 이어져 나왔을 것이다. 과연 부모들이 선생님들을 향하는 갑질은 아이들을 위한 최선일까? 사람들의 갑질이 이 사회에 풍부해진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겠다.

빈번히 일어나는 갑질 현상은 복잡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우선 성과 중심의 사회적 가치관이나 계층적 가치관이 강화된 오늘날,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더욱 강조하고, 이를 통해 타인을 압박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타인이 자신보다 지위나 권력이 낮다고 판단 될 경우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는 상황은 늘어날 터이다. 또 정신·심리 전문가들은 낮은 자존감이 갑질 행위를 발생시키는 가장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갑질을 유발하는 원인은 폭발적으로 그 위세를 보였다. 경제적 침체로 인해 ‘내가 낸 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라는 보상 심리가 매우 커졌다. 반대로 자존감은 낮아진 사람들이 많았다. 외출하지 못하는 날들이 길었고, 많은 시간 인터넷에만 의존하게 된 사람들은 SNS를 통해 타인들의 생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내 또래 친구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나의 처지와 비교를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기준점 없는 비교로 인해 자존감은 잊어버리고 우울감까지 얻은 사람들은 생각 외로 많았다. 문제의 근원은 단순히 성과 중심의 사회나 경제적 침체, SNS의 유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체제와 경쟁 구조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와 부담을 준다.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는 학업 성적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고, 이런 압박감은 교육계에서의 갑질로 나타나기 쉬웠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영역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사회에 잠식돼 있는 갑질을 제대로 바라보자. 언제고 당신 역시 갑질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젠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자.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해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

첫째, 인간관계에서는 상호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시돼야 한다. 의미를 알고 있는 어른이라면 존중의 마음을 말투와 행동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존중을 배워갈 것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이룰지도 모른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배려를 가져보자. 또한 개인의 낮은 자존감이 갑질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므로,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교육기관이나 기업에서 도입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공공기관, 기업,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 및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갑질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미디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갑질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잘못된 행동임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셋째, 생각 외로 갑질 트라우마는 심각하다. 갑질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정의와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갑질 피해 신고센터나 상담센터를 설치해 피해자가 안전하게 신고하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갑질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의식 개선부터 사회 전체의 문화 변화까지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몇 가지 해결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개인·기업·사회·국가적으로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개인이 할 수 있는 그 첫걸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리고 표현하자. 오가는 말 한마디가 아름다울 것이고, 서로를 향하는 표정이 온화해질 것이다. 적어도 새로 만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거나 평생을 몸담아 온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오지 않을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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