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 배드보스의 팝아트 덕혜옹주의 그림을 보며...
[미술평론] 배드보스의 팝아트 덕혜옹주의 그림을 보며...
  • 오재아 기자
    오재아 기자
  • 승인 2023.09.20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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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의한 삶으로 점철된 채 역사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여인,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아버지 고종의 독살, 이후 만 13세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가게 된 덕혜옹주는 독살의 트라우마 속에서 하루하루 견디며 타국 땅 일본에서의 삶을 살았다.

소설과 영화로 발표되어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이면 덕혜옹주를 기억할 것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걷고 있는 저녁 무렵, 핸드폰으로 전해 온 '이 한장의 그림'을 보며 빗소리와 덕혜옹주의 비애가 오버랩되는 체험을 한다.

작가 배드보스(본명 조재윤)‘The Last Princess in Joseon D.H (60.6cm x 72.7cm, water color & natural diamind, Ruby, Sapphire on canvas)’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 도쿄 우에노 동경도 미술관에서 열린 국제 미술 공모전 '신원전'에서 '국제대상'을 수상했는데, 심사 관계자의 수상 내역은 '색채의 구성이 뛰어나며 일본에서 그간 본 적 없는 형태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평소에 인물화를 주로 그려오던 필자이기에 이 그림에서 덕혜옹주의 얼굴을 주목하게 되는데, 얼굴 이미지에서 뎃상의 완성도와 미적인 관계를 살피게 된다.

덕혜옹주의 얼굴은 '극한의 비애'를 간직한 덕혜옹주의 표정으로 읽혀진다.

천진난만한 소녀의 얼굴, 예정된 비련의 삶을 담은 여인의 얼굴이 교차되어 자꾸 보게되는 매력이 있으니, 보면 볼수록 한 여인의 과거 역사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한장의 그림에서, 이렇듯 창작된 예술의 힘을 느끼게 되는 건 작가의 진정성에서 비롯된 작품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공을 초월하는 서사가 담겨있는 이 한장의 그림은 필자가 제안하는 미술 신조어 'Ixplore Art' 회화의 제작 작동 방식과 일치한다.

'Ixplore Art'는 후학양성을 위한 작품의 제작 방법과 형식 만들기의 제안이다. 일상에서 발견된 이미지를 수집하고 조합하여 상상의 세계를 자신만의 양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고 제안하는 동시대미술을 의미한다. 그럼으로 새로운 미지의 세계, 시공을 초월하는 세계, 과거, 미래, 역사, 환타지 등으로 펼쳐지는 순수회화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Ixplore Art'를 제안하면서 필자는 '내부 수리중-전쟁의 비극' 등의 시리즈 작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 배드보스는 "일본 하카마를 입고 있는 덕혜옹주의 사진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바꾸 수 없고 시간도 되돌리 수는 없지만 나의 캔버스 안에서는 뭐든 바꿀 수 있다." 라고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Ixplore Art'의 작품 제작 작동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산책중에 접하게 된 이 작품을 도상학적으로 바라 보건데,

 

첫번째는 관자의 눈으로 들어오는 덕혜옹주의 얼굴에서 조금 커지고 단순하게 그려낸 눈의 표정이다. 보다 뚜렷해진 눈망울에서 조선의 마지막 황녀의 천진함과 영특함이 보이며, 앙다문 입술에서 삐뚤어진 역사에 대한 원망함이 보이며, 쫑끗 솟은 귀에서는 대한제국 옹주의 위용이 보인다. 따라서 작가는 어린 덕혜옹주의 초상화를 성공적으로 완성해서 현실세계로 소환하고 있다.

 

두번째로 작가는 하카마를 입고 있는 덕혜옹주의 사진에서 망국의 역사와 어린 여인(소녀)의 못다한 욕망을 본 듯하다. 일본 전통 복식 하카마를 명품 당의로 그려넣어 민족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으며, 조선 여인의 단아함을 그려내고 있다.

 

세번째로 분홍 빛 배경과 당의의 무늬를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페브릭 콜라주로 채워서 현실로 소환된 십대 소녀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더우기 작품에 사용된 다이아몬드 20 (12.93ct), 루비 6 (14.43ct), 사파이어 4 (7.06ct)는 고액의 재료비가 들어간 작품이 되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해골에 박힌 다이아몬드가 죽음과 헛된 삶 즉,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라고 한다면, 작가 배드보스의 작품에서는 보석들이 장식의 일부분으로 사용되어 현대 자본주의에서의 물질적 욕망과 소비 성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번째로 덕혜옹주의 얼굴 뒤로 둥근 금색의 원은 중세 이콘화에서 보여지는 금색이며, 성인과 천사에게서 발견되는 후광(Halo)으로 덕혜옹주를 특별한 대상으로 은유하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성스러운 여인의 삶을 기억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다섯번째로 작가는 대한제국 왕가의 마지막 왕녀임을 직접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당의에 상징적인 용무늬 패치를 콜라주방식으로 완성했다, 보통 여인의 당의에서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봉황의 무늬가 있어야 할 곳이다. 이 역삼각형의 세개의 원 안에 용무늬를 그려넣어 역사속에서 숨죽인 그녀의 삶을 역동적이고 거침없는 삶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여섯번째로 단아함과 강직함을 상징하듯 다소 넓게 그린 당의의 동정을 직선의 흰색으로 표현하여 관자의 시선을 얼굴로 주시하게 하고 있다. 또한 어깨에서 떨어지는 외곽의 곡선은 역사와 시간의 흐름으로 자칫 경직될 수 있는 전체 화면을 부드럽게 하고 있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운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덕혜옹주의 옷을 화려하고 럭셔리한 명품 당의와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하니 이상하게도 작업을 마친 뒤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작가는 덕혜옹주와 물아일체가 되어 그녀 내면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상심과 상실 속에서 살아 간 여인의 본성을 찾아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작가는 덕혜옹주로 빙의되어 관자를 바라보며 "그렇지 아니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조형 요소를 살펴본 바, 작가는 과거의 덕혜옹주를 현재로 소환하고 낯설은 당의의 문양과 명품 브랜드로 포장하여 관자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작가가 대상을 그릴 때 그 대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정성있게 대할 때 비로소 예술이 만들어 지는 이치와 같다.

이 한 장의 그림에서 덕혜옹주를 '응시'하게 만드는 매력은 작가 배드보스의 예술에 대한 진정성있는 태도와 작품제작의 몰입도에서 비롯된다.

 

끝으로 음악가에서 미술가로 확장되고 있는 아트테이너 배드보스가 자신의 역사 의식과 다양한 예술표현을 통해서 동시대 미술의 다원주의 예술가로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미술평론가 신영진 교수

미술 평론 : 신영진(申榮鎭,Shin Young Jin)

한남대학교 아트 앤 테크놀로지 대학 회화과 교수

- 2016~2023 : 대한민국 공군역사발전 자문위원

- 2007~2008 : 대학미술협의회 사무총장

- 2002~2006 :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이사 및 감사

- 2001~2004 : 사단법인 목우회 사무국장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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