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지도자의 절대적 필요성에 관한 소고
생활체육지도자의 절대적 필요성에 관한 소고
  • 김식
    김식
  • 승인 2023.08.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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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운동형식(form)이다-
사진1 : 속초시파크골프장
사진1 : 속초시 파크골프장

‘골프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파크골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며 요즘 생활체육으로 각광받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갖춰야 할 복장과 장비가 간단해서다.

문제는 운동형식이다. 폼은 운동 종목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다. 파크골프 역시 그것에 적합한 운동형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연령대 높은 사람들 대부분이 게이트볼 자세를 취한다. 탓할 것 없이 볼썽사납다. 파크골프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비친다.

필히 생활체육지도자들에게 최소 1개월 가량의 레슨을 받고 필드에 나가는 게 현명한 처사다. 하지만 무시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따라서 그러한 모든 것들이 팔자에게 비판의 대상이다.

아울러 모든 학문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어질 문제제기는 구체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추상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경제학이나 행정학처럼 현실의 문제에 직접 관여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철학이나 심리학처럼 언뜻 모호해 보이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드러나는 형태가 다를지라도 인간 존재에 대한 필요충분의 요청이라는 측면에서 구체적인 학문과 추상적인 학문 사이의 경중(輕重)을 따질 수 없다.

이론과 실천의 차이를 통해 혹자는 학문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구분도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의 다름일 뿐 실용의 척도로 그 유용성의 정도가 판가름나지 않는다. 철학적 질문은 이론적인 부분과 실천적인 적용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이다.

실천이 없다면 공허한 이론이고 이론이 없다면 맹목적인 실천이다. 그래서 이론과 실천은 변증법적(dialectic) 관계에 있다. 그러나 이런 나선형의 발전 구조가 체육학에 안착되어 있는가를 묻게 되면 대답은 조금 궁색해진다. 필자의 전공인 체육학에서처럼 이론과 실천이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체육학, 혹은 스포츠학은 실천학으로 규정된다. 신체활동 및 운동기능이라는 뚜렷한 현상이 지나치게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에 대한 지식/몸의 움직임이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체활동은 맹목적인 것에 불과하다(전문적 지식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사진2 : 고성군 델피노파크골프장
사진2 : 고성군 델피노파크골프장

인간은 스포츠를 비롯해 놀이, 여가, 체육활동 등 인간의 제반 운동 현상을 통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화된, 혹은 합의된 패러다임(paradigm)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인간 영역(human domain)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인 운동(kinesis)의 개념에 대한 이론적 성찰조차 거의 전무하다. 논자에 따라 운동을 체육과 스포츠의 하위 영역에 두기도 하고 때로는 체육과 스포츠를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여기서 철학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운동은 인간이 알고 있는 표면적인 것보다 넓은 개념적 외연을 가지게 된다. 이를 최초로 분석한 철학자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Aristoteles)다. 그는 인간의 활동을 키네시스(kinesis-운동)와 프락시스(praksis-행위)로 구분하면서 프락시스가 목적-내재적인 것에 비해 키네시스를 목적-외재적인 진행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키네시스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걷다」 「건강해지다」 등과 같은 신체적 속성뿐만 아니라 심지어 「학습하는」 활동까지 포함시켰다.

또한 독일의 신체교육학자 쿠르트 마이넬(Kurt Meinel)은 인간운동계(menschliche Motorik)/노동운동계(Arbeitsmotorik)/스포츠운동계(sportliche Motorik)/표현운동계(Ausdrucks motorik)의 4가지 영역으로 인간의 운동을 분류하여 운동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기존의 스포츠학에서 다룰 수 없었던 다양한 인간의 운동 형태를 설명하였다.

「인간학적 운동학」으로 볼 때, 인간의 운동은 자연과학에서 다루고 있는 물질적인 것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실제로 인간의 운동에는 (물체로서 혹은) 물리적 운동으로 파악되지 못하는 다양한 부분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운동은 환경이나 상황에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의지를 가지며, 의미와 가치의 판단과 더불어 행하여진다. 일종의 인식 전환(epistemological turn)이다.

모든 운동은 시간과 공간으로 존재한다. 인간의 운동 또한 이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운동에는 물리적 시/공간으로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체험되는 공간과 시간은 자연현상으로서의 시/공간으로 설명되지 않는 특수한 세계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주장처럼 그냥 '세계-내-존재(In-der-Welt-sein; Being-in-the-world)'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공격수가 두 명의 수비수 사이를 돌파할 때 그 공격수의 눈에 들어오는 수비수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player)의 온몸으로 감지되는 특수한 공간 감각으로 수용된다.

마찬가지로 페널티킥하려는 선수의 다가가는 동작을 생각해보라.

정지된 곳에서 공까지 걸어가는 약 3초 동안의 물리적 시간은 일상 속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슈팅(shooting)을 앞둔 선수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그/그녀의 전체를 표현하는 절대적 순간이다. 이때의 시간 감각은 물리적인 시간의 성질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

이것은 「체험공간」과 「체험시간」으로 개념화된다. 실제로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공간과 시간은 체험공간과 체험시간 속에서 파악된 특별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무시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인간의 운동은 단순히 물리적 사실로 설명될 수 없는, 인식 주체와 환경 사이의 부딪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명 운동으로 파악되어야 마땅하다.

모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생각을 최초로 피력한 사람이 마이넬이다. 마이넬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운동은 우선 운동이라는 넓은 틀이 존재하고, 이런 틀의 하위 영역으로 인간운동, 노동운동, 스포츠운동, 표현운동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스포츠운동이란 인간의 운동이 스포츠를 매개로 표현되는 하나의 체계이다.

사진3 : 서산파크골프장
사진3 : 서산 파크골프장

인간의 운동은 스포츠를 할 때 어떠한 구조의 변화를 가지며, 어떠한 체계를 가져야 하며, 가지는가?

운동의 형태 발생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칠 것인가?

운동의 일반적 기초, 혹은 원리론적 구축을 마이넬의 인간학적 운동학에서 찾을 수 있다.

운동학의 개념은 개별 스포츠 종목의 지도방법을 중심으로 한 이론체계로 인식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동방법학」 등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운동방법학은 실제 운동지도법을 말하는 것으로 가령, 트레이닝 계획을 어떻게 설정하고 훈련의 강도와 시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등등 일종의 코칭론(coaching theory)에 가깝다.

지도 방법으로서의 운동학은 개별 스포츠 종목이 전문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학문의 전문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각각의 스포츠 종목은 그 종목 특유의 운동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부단히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들이다.

문제는 인간의 (스포츠) 수행능력을 결정짓는 운동형식이다. 그 운동형식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생활체육지도자들이다. 그/그녀들에 대한 무시는 한갓 폭력에 다름 아니다.

 

김식(서울대학교 대학원 체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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