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치단체장의 언명에 관한 단상
[오피니언] 자치단체장의 언명에 관한 단상
  • 김식
    김식
  • 승인 2023.08.16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어는 사고(라는 속임수)를 지배한다-

생각을 알아차릴 수 없는 건, 언어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실이 고맙다. 화자의 언어를 분석함으로써 최소한의 논리적 진위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지역 자치단체장(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중요한 사태가 된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서로 함께 존재하고, 서로 함께 인식을 공유하는 상호주관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자신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것 같다. ‘시민은 하나로, 속초는 미래로’라는 구호에 잘 드러나 있다.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은 공동체가 전체주의적 집단으로 변질되는 일이다. 선거의 폐해이기도 하다. 하나의 근본 원리의 지배는 획일적인 가치의 강요, 우열에 따라 구성원들을 위계화하는 일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체는 특정한 목적의 구현을 추구하며, 이 목적에 구성원을 종속시킨다. 그때 다수를 가능하게 하는 구성원들 각각의 독자성은 사라진다. 결국 다수는 없고 전체만이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사용되기 위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체)들이 아니다. 전체(주의)와 달리 공동체(주의)는 어떤 목적도 가지지 않으며, 따라서 다수는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각자의 개별성 속에 남는다. 이런 다수가 이루는 것이 공동체이다. 무엇을 실현하기 위해 다수를 동원하고 필요한 기능에 맞추어 일을 하지 않는 ‘무위’가 바로 공동체의 근본적인 모습이다. 단지 행복이라는 이데아를 꿈꾸며 살아가는 존재자다.

우리는 나에 대해 근심하고, 나를 사랑하며, 그렇게 나를 위해 산다. 또한 우리는 무엇인가를 독점하고 나 자신에게만 제공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산다. 한마디로 내 것을 가지는 기쁨을 누린다. 그런데 ‘내 것’이란 무엇인가? ‘타자(他者)의 것이 아닌 것’이다. 설악동 재건 사업의 목표는 타자의 것이 아닌 것을 위해 살아가라는 채찍과 같다. 모순된 사고다.

속초시는 2020년 총사업비 264억원을 확보해 설악동 B/C지구 일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건사업에 대해 2024년 시 승격 60주년을 맞이하여 주요사업과 연계해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 내년까지 주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하여 (설악동 재건사업의) 공정률은 30%를 보이고 있다. 침체된 설악동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설악동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호로 보면 되겠다.

우선 올해 설악산의 관문에 위치한 노후된 설악산 노후시설(옛 홍삼체험관) 리모델링을 통해 족욕쉼터와 디지털 미디어 아트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쌍천변 송림을 따라 스카이워크 및 출렁다리를 설치, 설악산의 비경과 자연경관을 특색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히 설악산문화시설 리모델링사업은 속초시가 사업비 130억 원을 투입해 지역민의 요구를 반영한 체험형 시설을 조성하여 최근 각광받고 있는 워케이션 유치에 유리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낙후된 설악동 지역의 유휴부지(遊休敷地)를 활용한 광장형 문화공원을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휴식과 다양한 문화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고, 많은 관광객이 이용하는 B지구 주차장에 설악산을 모티브로 한 화장실 신축, 설악동의 노후 시설정비 등 환경정비사업 등을 벌여 설악동의 특색 있는 감성이 전달되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하여,

침체된 설악동의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속초시가 설악산문화시설 리모델링 실시설계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연간 2천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속초시에 동해바다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설악산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설악동 재건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옛 명성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한 이병선 속초시장의 상황 보고인 셈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이번 중간보고회는 사업에 대한 전반을 지역주민들께 설명드리고, 행정에서 체감하기 힘든 설악동주민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설악의 자연경관과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사업인 만큼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침체된 설악동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재건 사업에 264억 원을 들여 관광객을 유입하겠다는 발상(idea)은 일종의 모험이다. 특히 설악산 비경을 살피기 위해 설치하겠다는 시설물의 경우, 재건 사업에 해당되는 것들 때문에 설악동의 경제가 침체된 것인지 아닌지를 따질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정에서 체감하기 힘든 설악동주민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다는 속초시장의 언급은 일종의 사탕발림이다. 지-지난 자치단체장 시절에는 전혀 생각을 못했으나 이제 정신차려 뭔가 해보겠다는 의미인가. 그 많은 다세대주택 건설에 속초시의 희망을 걸었던 장본인이 할 소리는 아니다. 시장실에서 30분 거리인 설악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상황이 어떻게 가능한가. 새벽에 입산을 하며 자신의 페북에 사진을 게재하기보다 설악동 주민들의 사정을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는가.

과연 주민과의 소통을 통하면 더 나은 사업이 추진될까. 그렇지 않다. 주민은 건설이나 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한데 어떤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주민과의 소통이란 그저 자치단체장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가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보고회가 아니다. 통보를 위한 만남일 뿐이다.

이제부터 시민들은 자치단체장의 언어에 들어있는 옥석(玉石)을 가릴 필요가 있다.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