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韓, 올해 이어 내년도 1%대 저성장"
투자은행 "韓, 올해 이어 내년도 1%대 저성장"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23.08.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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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IB 전망치 평균 올해 1.1%·내년 1.9%…경상수지 흑자폭도 하향 국내서도 '하반기 경기 반등 쉽지 않다'·'기초체력 약화' 지적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투자은행(IB)발 경고가 나왔다.

그동안 외환·금융위기 등으로 한국 경제가 한해 역성장이나 0%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2년 연속 1%대 저성장은 유례가 없다.

예상보다 약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주요국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부진 등으로 한국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8개 IB 중 절반 이상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 못 미쳐"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6월 말 기준 이들 8개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2.0%)과 비교하면 0.1%포인트(p) 하락했다.

이들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월 말 기준 2.1%에서 3월 말 2.0%로 내려온 뒤 3개월 연속 유지되다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다시 소폭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즈(2.3%), BoA-ML(2.2%) 등 3개 기관은 내년 우리 경제가 다시 2%대 성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기관은 한국 성장률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투자은행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은 1.1%다.

즉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2.6% 성장한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초반 성장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 성장률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최초가 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약 70년 동안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다섯 해를 제외하면 2%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979년 2차 석유위기 파동의 영향이 덮쳤던 198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등 일시적으로 성장 충격을 겪었지만, 이듬해 빠르게 반등했다.

투자은행의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우리 정부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는 다소 시각차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내놨다.

투자은행은 성장률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 흑자폭 역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1.6%로 하락한 뒤 내년 2.4%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말 당시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1.7%와 2.5%로 추정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각각 0.1%p 하향 조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21년 852억달러에서 지난해 298억달러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가 24억4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48억7천만달러)과 비교해 약 90%나 급감한 상태다.

◇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 약해져…잠재성장률 하락 지적도

투자은행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최근 우리 경제의 하반기 반등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초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전망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가 살아나 내년까지 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 셈이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주요국 경기 회복 속도도 떨어져 하반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면서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반등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11일 내놓은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연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3%로 집계됐다며, 금융위기(2009∼2011년)와 코로나19(2020∼2021년) 등 위기가 닥쳤던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된 가능성이 매우 낮은 데다, 이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국으로 파급되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잠재성장률) 자체가 약화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메가쇼크(거대 충격) 이후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으로 인해 외환위기 직전(1991∼1997년) 7.3%에 달했던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1998∼2008년) 5.1%, 금융위기 이후(2009∼2019년) 3.0%, 다시 코로나 위기 이후(2020∼2028년) 2.2%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초 체력 약화(잠재성장률 하락)로 안정성이 낮아져 사소한 대내외 여건 변동에도 국내 경기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은 KDI는 향후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중국 경기 부진 심화, 전 세계 물가 상승세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 지속, 국내 세입 여건 악화 등을 지목했다.

KDI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돼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기상여건 악화로 원유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폭이 커질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의 긴축기조가 강화되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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