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재판 유감
[오피니언] 재판 유감
  • 김식
    김식
  • 승인 2023.08.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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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강원도의원의 선고유예가 정당한 판결이었을까-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강정호 강원도의원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기사회생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으로 기소된 강정호 도의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 사실인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 가능했음에도 거치지 않아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강정호 도의원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지역에서 선처를 바라는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 했다.

강정호 도의원은 지난해 2월 자신의 SNS에서 다른 입후보예정자에 대해 선거에서 불리한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어이없는 판결이라 볼 수 있다.

 

‘선고유예’라 함은 죄가 가벼운 범죄인에 대해서 형의 선고를 일정한 기간 미루는 일이다.

벌금 250만 원을 판결함에 있어 그 유예를 정한다는 것은 곧 250만 원 벌금형을 내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판사의 재량에 의해 정상참작을 선고하는 사태다.

정상참작이란 법적으로는 특별한 사유가 없지만 범죄의 정상(情狀)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이 형(刑)을 가볍게 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정상(情狀)이란 구체적 범죄에서 구체적 책임의 경중(輕重)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사정을 뜻한다.

그렇다면 강정도 도의원의 구체적 책임의 경중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사정에 미비함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강정호 도의원은 구체적 증거 없이 상대에게 공작(工作)을 감행했으며 이러한 판단을 통해 재판관으로부터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라는 언도를 받았다. 따라서 죄가 성립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해괴한 논리가 적용되었다.

법이 반성과 선처에 의해 움직이는 감정물이라면 이미 논리 따위는 ‘강 건너 불 구경’인 셈이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치자. 그럼 그것에 대한 용서가 재판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가. 그렇다면 불리한 내용을 감당한 피해자는 어디서 어떤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반성이라는 것 역시 모호한 사태다. 강정호 도의원의 반성을 어떤 의미에서 ‘반성’이라고 수용할 수 있는가. 그가 어떻게든 보였을 반성이라 불릴만한 태도에 대한 진실성은 반성의 주체인 강정호 도의원에게만 존재한다. 그런데 타자인 재판관이 어떤 근거로 강정도 도의원의 양태를 반성으로 보았는가.

또한 지역에서의 선처보다 유죄의 확정을 원하는 것에 더 많은 사람들의 거수가 이루어졌다면 그리하여 강정호 도의원에 대한 길티(guilty) 청원서를 접수시켰다면 재판관의 다른 집행이 이루어졌을까.

법(法)이란 법률/법령/조례 등 구속력을 갖는 온갖 규칙과 규범의 총칭이다.

강정호 도의원에 대한 이번 판결의 경우, 그러한 구속력을 지닌 규칙과 규범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채, 판사 개인의 결정에 의해 마무리 된 것이라면 그 책임-권리는 강정호 도의원에게서 법 결정을 내린 판사에게로 이전된다.

막스 베버Max Weber에 따르면 지위는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존경과 관련된 사회집단 간의 상대적 차이를 지칭한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지위 구분은 계급 분화에 의해 발생하며 그에 상응해 유지된다고 주장한 반면, 베버는 지위가 종종 계급과 무관하게 변이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권력이 ‘한 개인 또는 여러 명의 개인이 통솔 행위를 할 때 타인의 저항이 있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정의된다고 보면 판사의 모든 집행이야말로 권력의 최고봉으로 보아도 손색없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의 경우, 강정호 도의원의 반성과 지역민심의 합세가 판사의 권력을 넘어서게 만들었다고 봐야 옳다.

하지만 권위는 명령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 사람이 정당하게 명령을 내린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즉 명령을 내리는 사람의 위치가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최소한 내게 있어서만큼은 법적-합리적 권위(rational-legal authority)를 잃은 처사다

판사는 인간 이타성의 독특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강한 호혜성에 다소의 손해를 입히더라도 강정도 도의원을 처벌할 수 있을 이유를 만들었어야 마땅하다.

법에서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으로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감싸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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