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알아야 할/알고 있는’ 것에 관한 소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알고 있는’ 것에 관한 소고
  • 김식
    김식
  • 승인 2023.07.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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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체장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이병선 속초시장[사진=이병선 속초시장 페이스북 캡처]
이병선 속초시장[사진=이병선 속초시장 페이스북 캡처]

[김식 기자]이병선 속초시장은 지난 1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속초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속초시장 이 병선입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시작한 민선8기가 1년 지났습니다. 더욱더 낮은 자세로 시민여러분들께 다가 가겠습니다. ”시민은 하나로, 속초는 미래로“ 지속가능한 속초미래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년 민주당 정권의 실정을 최대한 극복하고 동서고속철 조기완공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클린도시 속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자치단체장의 최근 페북 포스팅이다.

이 글을 읽어나가면서 자치단체를 하나의 정권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글투로는 지나치게 상투적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지난 정권 역시 동서고속전철 조기완공을 목표로 두었음이 자명하다. 게다가 ‘더욱 더 낮은 자세’는 현명한 처사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계절 관광도시 속초에 걸맞게 설악산 둘레 생태계수목원 조성, 영랑호, 주변 석호국가정원 추진, 설악동의 사계절 힐링관광 인프라 조성, 여수와 같은 속초 해변 낭만포차 개장으로 관광객들이 사계절 속초를 찾아 힐링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힌 자치단체장의 포부치곤 초라한 작금이다. 더구나 세계 최고의 생태계일 수 있을 설악산을 중심으로 그 둘레에 또 생태계수목원을 조성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위는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이런 저의(底意; real intention)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애당초 “속초시의 통합과 번영” 같은 건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가능하지도 않다. 억지로 뭉치게 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것 없다. 그냥 행복도시 속초를 위해 어린이/청소년 특화 프로젝트로 어린이 전문병원 유치와 어린이 영어도서관 설립, 임신에서 출산/양육까지 단계별 지원하는 SS(Step-Support)시스템을 도입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로의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는 비생산적이기 때문이다.

현-자치단체장의 1년 전 후보 시절, 대선기간 동안 윤석열 중앙선거 대책본부 유세본부 문화홍보단 강원도 단장을 맡아 정권교체의 첨병이 되었으며 윤석열 당선인과의 간담회에서 ‘서울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철도의 조기 착공과 조기 완공에 필요한 지원 약속’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자치단체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와의 동행 사진이 버젓이 벽보에 내걸린 ‘변칙적 사건’이라는 기현상이 목도되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능력의 태부족을 상쇄 시키려는 노력에 불과했다. 적극적 전망과 정책이 전무한 자치단체에 닥칠 복합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시민들이 전혀 깨닫지 못하게 만들었다. 홍보의 캐리그마(선포.전도) 역시 부족했다.

민선8기 1년 후, 자본주의의 악천후 속에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의 애환에서 그저 ‘애(哀; sorrows)’만 느껴질 뿐이다. 다만 애당초 봉쇄당해 흥미진진한 논단 하나 존재치 않는 이곳에 비판의 칼날을 곧추세우는 나 스스로가 사뭇 대견하다. 아울러, 장마철을 맞이하여 오히려 마음을 단단히 여미는 이유는 9개월 후, 이곳 시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이룰 과제의 엄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처럼 작동하는 ‘평균적 현실’이라는 감각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를 목격하고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유효성을 획득하는 지점이다. 개인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은 부조리한 사회구조의 결과일 뿐 아니라 그 사회의 병폐와 모순을 드러내는 일종의 증상이다. 청년몰 갯배ST 화재 사건에 대한 자치단체의 대응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미안함은 비-가시적 심리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지, 언어 효과의 노림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음은 진은영 시인의 「시인 만세」에 들어 있는 노래다.

“시의 자명종,

세계사의 푹신한 침대 위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그런 아침이 올까

청초호는 단 한 번도 물을 간 적이 없다(여기서 주어가 ‘청초호’라는 것에 주목하자).

사람이 죽어도 그저 떠오르는 것만 건졌을 뿐이다. 이제부터 그런 무심한 자연일지라도 하나의 담론으로 끌어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이에게는 고통을 해결할 자살 코스였을 설악산 고갯길에서 아침마다 ‘속초시민들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주 예수 그리스도 같은, 자치단체장의 미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과연 속초에 희망이 있는가. 없다면 속초의 끝은 낭떠러지인가.

자치단체장이 사랑하는 대상이 진정 속초시민들인가(아니면 자치단체장의 자리에 있는 자기 자신인가). 망가진 하늘 아래, 내가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가 눅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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