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와 대통령!! 미디어가 용트림하는 대한민국
OTT와 대통령!! 미디어가 용트림하는 대한민국
  • 박창식 칼럼니스트
    박창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19 1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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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외교·경제·사회적 영역을 넘어서는 한류문화의 영향력! 이것이 바로 국격이다.

◎ 문화산업 정책의 재정비로 세계 일류문화 선도의 기회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 백악관은 미국 대통령 집무 공간이자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백악관 연주회’는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일례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를 초청해 연주회를 개최했다.

이때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한 유명한 곡이 ‘새의 노래(El Cant dels Ocells)’라는 카탈루냐 지방의 민요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백악관에서, 고향을 떠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첼로 연주자가, 독재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고향의 민요를 연주한 것은 대단한 문화적 사건이자 정치적 메시지였다.

문화를 통해 전파되는 메시지는 깊이와 전파력이 정치적·외교적 언어보다 더 강렬하다. 물론 메시지를 읽으려면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파블로 카잘스가 스페인의 카탈루냐 출신이며, 그의 고향이 독재정권 치하에서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그로 인해 긴 망명생활을 하고 있으며, ‘새의 노래’가 카탈루냐 지방의 민요인 것을 알아야, 카잘스의 연주가 갖는 슬픔과 평화를 호소하는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 이해의 깊이만큼 대중이 받는 감동의 크기는 비례한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전 세계의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의 노래는 훌륭한 문화 메시지이다. 한미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미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은 미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한미 양국의 동맹과 우호를 깊게 하겠다는 메시지의 발현이다. 문화의 언어로 정치와 외교를 부드럽고 세련되게 풀어낸 것은 70년 외교 역사상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외교의 중심 백악관에서 전세계로 문화 대통령의 이미지를 발산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문화적 메시지로 풀이될 수 있다. 정상회담 만찬의 메인 메뉴에 한국의 갈비찜과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크랩케이크가 함께 오른 것, 만찬장 연단의 배경에 한국의 꽃살문 그림이 들어간 것 등 모두 한미 양국의 동맹과 우호를 상징하는 문화적 메시지로 손색이 없었다.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내보이는 초청국의 배려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 순방기간 중 넷플릭스의 3조 투자를 유치한 것 역시 가볍지 않은 함의가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국 컨텐츠에 대한 수요 증가에 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한류의 힘과 영향력에 대한 증거로 보기에 충분하다. 문화강국의 서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아티스트와 프로덕션 회사가 국내외 관객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더 많은 리소스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군사적, 경제적 수단이 아닌 문화적 매력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문화강국의 대서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가 그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 마음을 흔드는 연주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문화가 세계인에게 소구(訴求)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문화적 자부심을 갖고, 세계 문화와의 접점을 넓히는 꾸준하고 세련된 문화교류가 요구된다. 이 기회에 대한민국 문화산업정책의 구조와 환경에 대한 근원적 성찰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 윤석열 대통령이 문화강국으로 가는 총성을 울렸으니 이제 남은 것은 문화인들의 몫이다. 백악관 뜰에서 한류를 바탕으로 한 연주회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박창식

19대 국회의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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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맨 2023-06-25 22:58:28 (118.235.***.***)
깊이 있는 글 잘봤습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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