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집권의 도구인가
전염병은 집권의 도구인가
  • 김식
    김식
  • 승인 2023.06.1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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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권력론으로 본 비판-

중세 시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멸망collapse으로 몰고 간 페스트pest; plague는 한편으로 서구 문화와 예술에 깊은 영감inspiration을 주었다. 14세기 보카치오Boccaccio데카메론Decameron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 별장으로 들어간 10명의 젊은이들(7, 3)에 관한 이야기이고, 19세기의 음산한 고딕Gothic 소설들은 페스트의 트라우마trauma에 지배된 문학 장르genre이다.

 

20세기 카뮈Camus의 소설 페스트는 페스트가 발생한 도시에서 사람들이 드러내는 실존적 휴머니즘 스토리다. 게다가 페스트는 근대 행정 체계의 기초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정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사물이다.

 

페스트가 발생한 중세의 도시는 우선 전역이 바둑판처럼 나뉘어 몇 개의 넓은 구로 분할된다. 구는 다시 동으로 나뉘고, 동은 재차 골목길로 분할된다. 골목길에는 보초들이, 동에는 감독관이, 구에는 담당관이, 도시 전체에는 행정관이 임명된다. 골목의 초입에서 보초들이 망을 보았고, 매일 모든 집 앞을 감독관들이 지나치며, 각각의 집 앞에서 잠시 머무르면서 사람들에게 호명한다. 주민들은 각기 자신의 모습을 확인시킬 창문을 할당받고, 감독관이 이름을 부르면 그 창가에 서있어야 했다. 만일 해당자가 창문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혹은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되고,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은 곧 질병으로 아프다는 것이며, 질병으로 아프다는 것은 당연하게 위험인물로 변질된다. 이때 당국의 신속한 개입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보초-감독관-담당관-행정관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피라미드pyramid적 보고 체계가 구조화된다. 이 위계적 피라미드 안에는 그 어떤 침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미 그것은 단순한 질병 관리가 아닌 거대한 권력 피라미드였다. 이렇게 근대적 행정 체계가 개진되었다.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완벽하게 금지함으로써 권력은 위험한 소통이나 무질서를 방지할 수 있었고, 아무런 장애물 없이 모든 대상을 감시할 수 있었다. 이 체계야말로 모든 권력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을 완벽한 통치 상황이었다. 감시에 기초한 근대 규율 권력이 바로 이 페스트 모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푸코Foucault의 언급이다. 행정의 효율성效率性 또는 정책의 공리성功利性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만, 푸코의 판옵티콘panopticon권력 이론은 여전히 효력을 지닌다.

 

지난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사태 속에서 푸코의 권력론이 혜안慧眼; insight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작금이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리멸렬支離滅裂의 전쟁터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야전사령관처럼 한 밤 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35번 째 환자인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도 세미나와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여 1,500명 이상의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것이었다. 수류탄을 든 탈영병이 수만 명의 시민 사이를 마구 휘젓고 다니는 위급 상황이라도 된다는 듯, 비장한 어조로 지금부터 내가 진두지휘 한다고도 했다(무소불위-권력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았다, 예견되어 있던 기자회견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결국 어긋난 사실 관계로 밝혀졌지만, 박 시장에게 있어 한 시민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privacy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여론은 개방되고 합리적인 토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조작과 통제를 통해 형성된다는 진실을 잘 보여준 사태였다). 영웅의 코스프레만이 관심사인 듯했다. 그의 말마따나 지금 상황이 준-전시 상황이라면 전시의 적진 앞에서 누가 박 시장에게 통수권prerogative of supreme command을 위임했는가? 적진 앞에서의 통수권 탈취는 왕조 시대라면 반역이요, 민주 시대라면 반-국가적 행위다(어느 불문학자의 주장이다).

 

지속의 시간 후, COVIDcorona virus disease-19의 창궐은 집권자로 하여금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만든 사태였다(지면의 제한은 이 부분에 대한 기고를 곤란하게 만든다). 푸코의 말처럼 이래저래 전염병은 항상 권력의 현상이며 도구다(약물과 치료가 최후의 수단이라면 환자를 전문 의료인의 감시 아래에 두는 방식은 일종의 의학적 사회통제다). 일리치Illich(19762010)의 주장처럼 의사specialist에 의해 초래된질병들이 수다하게 존재할 수 있음에 주목할 이유 충분하다.

 

 

 

<참고문헌>

Illich, I(19762010). Limits to Medicine Medical Nemesis: The Expropriation of Health. (London: Marion Boyars Publishers); 국역본, 병원이 병을 만든다, 미토,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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